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로 하나된 한국과 일본

입력 2025.05.18. 14:13 김종찬 기자
한국현대사연구회 일본인 5·18묘역 참배
참배객, 김길자 여사 이야기 들으며 ‘눈물’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한국현대사연구회 소속 한일본인 추모객이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의 45년 전 이야기를 들은 뒤 김 여사를 꼭 껴안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소설로 한국과 일본이 하나가 됐어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로 한국과 일본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하나가 됐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오월 희생자를 참배하러 오는 일본인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국현대사연구회 소속 일본인 추모객 34명은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접한 5·18희생자들을 묘역에서 마주했다.

이들은 소설 주인공 문재학 열사의 묘지를 먼저 찾아 문 열사의 어머니에게 생생한 그날의 이야기를 들었다.

흰 소복을 입은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소설을 읽고 직접 묘역을 방문한 일본인들에게 1980년 5월의 기억을 더듬더듬 회상했다.

문 열사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창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민군에 합류, 5월 27일 고교 동창 고 안종필 열사와 함께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김 여사는 이날 거리에 나선 아들을 찾아 헤맨 순간, 처참한 모습으로 마주한 아들의 모습 등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 여사는 "그렇게 만류했음에도 거리로 나선 아들을 찾아 몇날 며칠을 돌아다녔고, 10일이 지나서야 죽은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그 얼굴을 보는데 내 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일본인 참배객들도 "너무 슬퍼요"라는 서툰 한국말과 함께 눈물을 훔쳤고, 또 다른 일본인 참배객은 김 여사를 꼭 껴안으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 일본인은 "일본인들은 스스로 일본이 아직 민주주의가 덜 됐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민주주의를 이룬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뿐만 아니라 자주 한국을 방문, 한국의 현대사를 공부하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은 이들이 광주의 민주주의 현장을 보고 싶어해서 다 함께 오게 됐다"고 전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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