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5·18 실상 알린 테리 앤더슨 전 AP 특파원 별세

입력 2024.04.22. 15:07 이관우 기자

5·18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이 2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6세.

AP는 이날 앤더슨 전 특파원이 뉴욕주 그린우드 레이크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1947년생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 전쟁에서 참전했다. 귀국 후 대학에서 저널리즘과 정치과학을 공부한 뒤 AP통신에 입사했다.

AP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특파원을 거쳐 수석 중동 특파원으로 일했다.?

아시아 특파원 시절이던 1980년 5·18민주화운동 현장을 직접 취재해 그 실상을 세계에 알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앤더슨이 1980년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광주를 취재해 작성한 기사 원고를 2020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기사에는 ‘광주 폭동’이라는 당시 정부 발표와 정반대의 사실이 기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에는 “광주 시민들은 기자들과 담화에서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시작됐지만, 공수부대들이 18~19일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4일 간 군과 경찰에 맞서 벌인 거리 시위로 인해 최소 64명이 살해당하고 4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고, 시민들은 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은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용어인 ‘불순분자’들이 광주 시위를 부추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시위에 불순분자가 개입됐다는 확인은 되지 않았다” 등 상시 상황을 상세히 다뤘다.?

그는 2020년 발간된 ‘AP, 역사의 목격자들’에서 5·18 당시 3명이 사망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실제 광주에 갔더니 첫날 한 장소에서만 179구의 시신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와 광주를 함께 취재한 존 니덤은 1989년 LA타임스 기고에서 앤더슨이 전남도청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다가 계엄군 총격을 받았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미국에서 그는 중동 특파원 시절 레바논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취재하다가 1985년 무슬림 시아파 단체에 납치돼 7년 가까이 구금됐다 풀려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레바논에 있는 몇 안 되는 서방 국적자인 데다 기자라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석방 이후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석방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란 동결 자금 수백만달러를 보상으로 받았지만, 보상금 대부분을 투자로 잃었으며 2009년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는 플로리다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다 2015년 은퇴한 뒤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작은 말 농장에서 지냈다.

줄리 페이스 AP 수석부회장은 “테리는 현장에서 목격한 일을 보도하는 데 깊이 전념했다”며 “자신의 저널리즘에서, 또 인질로 잡힌 기간 동안 위대한 용기와 결의를 보여줬다”고 추모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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