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흠집내는 소모적 논쟁 멈춰야”

국가보훈부의 정기 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5·18민주화운동 일부 공법단체의 내부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회장과 회원, 회원과 회원 간의 책임 떠넘기기 식의 고소전이 연일 터지면서 지역민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5·18 세계화와 전국화에 앞장서야 할 공법단체가 5·18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무등일보 취재에 따르면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오는 15일 예정된 본인의 징계 등을 안건으로 한 긴급이사회에 대해 법원에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상벌심사위원회에서 상신된 황 회장의 구체적인 징계 사유로는 올해 2월 추진한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한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이사회의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점, 회원 의견 수렴 없이 4·19 공법단체와 함께 보수 성향의 중앙 일간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규탄 집회에 참석한 점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황 회장은 이번 긴급이사회 소집이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과반수가 회장에게 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경우 14일 이내에 이사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정관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상정된 안건들이 전혀 긴급하지 않으며, 상벌심사위원회의 경우 회장이 지명한 위원으로 구성돼야 하나 5명 중 2명을 지명한 적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상벌위원장과 위원 4명, 부상자회 사무총장과 조직국장을 회장 직권으로 직위해제했으며, 일련의 모든 과정에 전 간부 A씨(부상자회 회원)가 관여하고 있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황 회장은 "겉으로는 회장이었지만 여태 바지회장 신세였다. 이사회 소집 포함 A씨가 단체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며 "회원들의 숙원이었던 공법단체가 최고의 자랑스러운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상벌심사위원 B씨(부상자회 회원)는 "황 회장이 강제로 문을 열고 상벌심사위원회 회의에 들어와 고성을 지르며 회의를 방해했다"며 역으로 황 회장에 대한 고소장을 냈고, 직위해제 된 회원들도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5·18공로자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초 진행된 상반기 감사에서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부채와 부상자회 회원인 A씨가 공로자회 직원 채용에 개입한 점 등의 내용이 담긴 감사 결과 보고서를 두고 고소전이 오가고 있다.
공로자회 감사 2명은 11일 공로자회 전직 간부 C씨 포함 6명을 업무상 횡령과 사문서 위·변조, 사기,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4일에는 정성국 공로자회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이에 앞서 A씨와 C씨 등 4명은 "감사 당시 답변하지 않은 내용들이 감사보고서에 담겼다"며 "허위사실이 기재된 감사보고서를 작성·제출했다"고 공로자회 감사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5·18을 사유화 하려는 세력들이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5·18구속부상자회 초대 회장은 "80년 5월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오월정신을 망각한 일부 기득권들이 오월을 사유화하고자 서로 흠집 내기 바쁜 현 상황이 안타깝다"며 "오월정신을 후세대에 물려주려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도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공법단체로 전환되니 생긴 필연적인 문제다. 현재 공법단체가 보여주는 모습은 광주시민들이 바라던 모습이 아니다"며 "이권을 눈앞에 두고 적으로 맞서는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 5·18이 절대 유공자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11년만 주말 전야제··· 5·18 45주년 행사 전국 발길 기대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제45주년 5·18 기념행사의 추진 방향과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 강주비 기자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는 12·3 비상계엄과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오월정신의 전국화·세계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는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제45주년 5·18 기념행사의 추진 방향과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행사위는 올해 슬로건을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로 정하고, 전야제를 비롯해 청년·청소년 사업, 시민공모사업 등을 통해 시민이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는 행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우선 5월17일 오전 11시부터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는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시민난장'이 열린다.오월 어머니들이 준비한 주먹밥 나눔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먹거리 부스가 운영된다. 오월연극제, 민주주의 대합창, 민중미술 전시, '소년이 온다' 미션 투어 등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전야제에 앞서 오후 4시부터는 전국 5천여명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민주평화대행진'이 진행된다.행진 참여자들은 북동성당, 전남대, 조선대, 광주역 등 네 곳에서 출발해 금남로에 집결한다.이어 오후 5시부터 금남로 사거리에서 전야제가 본격 시작된다.올해는 11년 만에 주말에 열리는 전야제로, 전국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행사 장소도 기존 전일빌딩 앞에서 금남로 사거리로 옮겨졌다.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체류형 참여를 위한 500동의 텐트도 설치된다.사거리 중앙에는 사방으로 열린 4면형 무대가 설치돼 관객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공동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 무대를 중심으로 ▲1부 환영의 대축제 ▲2부 민주주의 대축제 ▲3부 빛의 대축제 등 3부로 나눠 공연이 펼쳐진다.행사는 대규모 풍물공연 '오월길맞이굿'으로 막을 연 뒤 다양한 공연과 발언이 이어진다. 특히 2부에서는 발언대 '광주의 꿈'을 통해 오월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오랜 숙원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후 참가자 전원이 옛 전남도청으로 행진하는 퍼포먼스 '다시 만난 오월'을 끝으로 전야제를 마무리한다.전야제가 끝난 뒤에는 풍물패와 함께하는 '대동한마당'이 이어져, 광장을 민주주의의 축제 공간으로 전환한다.5월18일 당일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5·18민주광장 특설무대에서 시민 발언대 '민주대성회'가 진행된다. 이는 1980년 5월23일부터 26일까지 열렸던 '민주수호범시민궐기대회'를 재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또 오후 7시부터는 광주인권상 시상식과 함께 헌정공연, 퍼포먼스 등 기념 무대가 이어진다.지난해 처음 도입된 청년 PM(Project Manager) 사업과 청소년 사업, 42개의 시민공모사업 등도 올해 계속된다.행사위에 공식 가입하지 않은 5·18유족회·부상자회, 5·18기념재단도 행사 전반에 함께 참여한다.오병윤 상임행사위원장은 "다가오는 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를 다양한 시민 참여와 행사 과정을 통해 뜨거운 열망까지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2·3 내란 이후 다시 만날 오월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전국화·세계화는 뒷전...5·18기념재단 밥그릇 지키기 혈안
- · 신임 관장 공모 놓고 갈등...또 시끄러운 5·18교육관
- · "제3의 윤석열 나타나지 않기를"
- · "민주주의 짓밟는 행위, 용납 안 된다는 것 보여줘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