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지 가치와 활용, 시민과 함께 고민
시민군 치료한 옛 광주적십자병원 '소개'
안내음성에 따라 충장우체국 등도 답사
시민 증언 등 바탕으로 프로그램 구성
24~25일 전일빌딩245 옥상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버스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자세히 들어보니 오토바이 소리도 미세하게 들렸다.
우리가 도시에서 흔히 듣는 일상의 소리들이었다.
청각에 이어 시각 효과도 두드러졌다. 건물 옥상에서 무등산과 광주천 등 도심 시가지 경관을 바라보니 광주란 도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1980년 5월 광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찰나 헤드셋 속 음성은 '천변우로 415'란 주소로 관객들을 안내했다.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의 가치와 활용 방안을 찾아 떠나는 탐험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17일 오후 6시 장소 이동형 오디오 공연 '콘크리트 보이스1:천변우로 415'가 전일빌딩245 옥상에서 열렸다.
공연은 헤드셋을 끼고 안내 음성에 따라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 빌딩 사이를 누비는 등 도시를 탐험하는 답사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관객들은 '가치 탐험대'가 돼 오디오에서 흐르는 '콘크리트의 목소리'를 따라 장소를 이동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등 어디에서도 보고 듣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했다.
공연에서 말하는 콘크리트는 5·18 사적지를 뜻하며, 헤드셋 속 음성은 사적지를 의인화한 배우들의 목소리이다.
"모든 콘크리트들이 그렇듯, 각자 살고 있는 시간이 달랐죠. 어떤 콘크리트는 1980년에 살고 있고, 어떤 콘크리트는 지금을, 또 어떤 콘크리트는 1994년에 머물렀죠. 그러면서 의견도 달랐어요. 우리는 각각 다른 콘크리트의 시간을 따라 기억을 걸을 겁니다. 도시는 콘크리트의 무수한 시공간으로 엮인 하나의 군집이니까요."
이날 가치 탐험대가 방문한 곳은 전일빌딩245, 금남지하도상가, 금남로 한 골목, 충장로우체국, 무등맨션, 천변우로 415 등이었다.
이 중 이번 공연에서 주안점을 둔 장소는 천변우로 415, 5·18 사적지 제11호로 등록된 옛 광주적십자병원이었다.
가치 탐험대는 걷는 내내 과거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 시민들의 이야기를 안내 음성을 통해 청취하며 옛 적십자병원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살아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먼저 전일빌딩245 옥상에 모인 가치 탐험대는 안내 음성에 따라 육안으로 보이는 가장 높거나, 낡고 오래된 건물을 찾아보는 것으로 탐험의 시작을 알렸다.
이윽고 금남지하도상가로 향해 지하상가가 지닌 과거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곳은 5·18 당시 시민들이 대피하고 피신한 곳이었다.
아픔의 역사 속 한 장소를 걷다가 지상으로 돌아와 금남로 골목길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건물과 건물 사이 비좁은 공간에 서서 잠시 위쪽을 바라보면서 과거 이곳에 몸을 숨기며 초조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봐야 했던 시민들의 모습을 간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충장로우체국에도 들려 우체국 앞 바닥에서 '우다방'이라고 적힌 금색판을 찾아본 뒤 인근에 위치한 무등맨션으로 발길을 돌렸다.
계엄군으로부터 옛 전남도청을 지킨 마지막 시민들이 잡혀가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 곳이었다.
마지막 코스인 옛 적십자병원은 폐허로 변한 모습이었다.
건물 내부에는 오래전 사용한 환자용 침대와 의료차트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공연은 병원의 흔적을 둘러보는 시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시민군 사상자들이 치료받았던 곳으로, 광주시가 1988년 사적지 제11호로 지정했다.
병원 건물의 보수·보강 방안이 결정돼 헌혈의 집, 문화예술창작소, 신생 문화기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시설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는 건물 원형 보존을 위한 보수 공사를 앞두고 있다.
창작그룹 모이즈(MOIZ)가 기획·제작하고 5·18기념재단이 주최·주관한 이번 공연의 향후 일정은 오는 24~25일 오후 4시와 6시 두 차례 예정돼 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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