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갈등·재정 위기·창업 활성화····통합특별시 '난제' 풀려면

입력 2026.07.02. 13:56 이삼섭 기자
통합특별시 성패, 이것만은 꼭⑥·끝 전문가 제언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광주와 전남이 역사적인 통합을 했다. 그러나 단순히 행정 구역을 다시 합치는 것만으로는 공멸을 막을 수 없다. 당장 출범하자마자 수천억원대의 재원 부족과 행정청사와 공공기관을 둘러싼 지역 이기주의를 맞닥뜨리고 있다. 광주의 AI 기술과 전남의 청정에너지를 통해 기업이 찾아오고 성장할 토양을 만드는 과제를 안았다.

이에 무등일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 출범의 화려한 청사진 뒤에 숨은 현실을 진단하고, 실리 중심의 구체적인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문가는 백승주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민형배 광주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재정 분야),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현 광주대 명예교수(공공·행정기관 분야), 손경종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상근부회장(AI·산업 분야), 강상구 나주시 부시장(정책·행정 분야)이다. 이들 4인에게서 광주특별시가 걸어가야 할 진짜 ‘성공의 조건’을 Q&A 방식으로 들어봤다.

◆백승주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광주특별시 출범 후 안정적 행정통합을 위해서는 재정적 부담이 크다.

▲재정적 측면에서는 우선 출범 초기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올해 하반기에만 4천억 원 수준의 재원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 노력과 함께 3조 6천억 원 수준에 이르는 지방채무의 조정도 필요하다. 올해 상환해야 할 재무의 상환시기 조정 등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의 추경을 통해 올해 증가된 국세에 따른 지방교부세 추가 교부도 요청하고 있다. 기업 유치나 첨단산업 지원은 정부가 약속한 특별지원금을 바탕으로 하되, 국민성장펀드 등이 투자 유치를 통한 민간자본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특별시 재정자립도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통합특별법에 재정 주권이 빠졌는데 어떻게 보완해야 하며 또 재정자립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광주시특별의 재정자립도는 27.3%다. 광역시·도 중 전북, 경북, 강원 다음으로 낮아지게 된다. 중앙정부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은 국세 중심의 세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한 지방세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즉, 국세의 지방이양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지역에 기업유치와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수를 확충하고,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중앙정부 이전 재원이지만 지방이 자주적으로 쓸 수 있는 지방교부세의 법정률(현재 내국세의 19.24%)을 높여 자주재원을 확충할 필요도 있다.

-정부가 4년간 최대 20조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약속했지만, 기업과 공공기관 이전 등과 연계해 순수 재원이 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다.

▲정부의 20조원, 매년 5조원 지원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통합시 입장에서는 꼬리표 없는 포괄적인 지원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 지원 방식에 관해서 아직 논의 중이며 확정되지 않았다. 어떤 방식이든 광주특별시의 자치권과 재정운용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통합 이후 광주 중심권으로의 재정 쏠림을 우려하는 전남 동부권이나 서부권 주민들의 박탈감 우려가 존재한다.

▲권역별 재정 형평화 장치 마련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특정 지역 중심으로 배치될 경우 지방소득세 등의 편중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지방소득세가 시군에 귀속되는 세금이므로 기업의 위치한 시군의 세수만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시군에 편중된 세금의 균형적 재배분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지역간 재정쏠림이 없도록 그 지역특성에 맞는 균형발전 정책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재정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을 광주특별시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타 지자체의 견제와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기준과 원칙이 중요하다. 남들이 동의할 명확하고 합리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지역 간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지방에 갔을 때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걸 적재적소에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 하나 무조건 많이 가져오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역에 필요한 게 와야 한다. 현재도 나주혁신도시를 보면 어떤 파생 효과를 낼 수 없는 공공기관이 많다. 이런 기관은 세금 조금 더 내는 것 외에 지역 내 기업이나 산업과 결합하는 ‘클러스터 파급 효과’가 전혀 없다. 규모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역에서는 많이 주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원칙에 맞지도 않다. 지역의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줄 수 있는 공공기관이 와야 한다. 다만, 지자체가 감 떨어지는 걸 기다리듯 입만 벌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 생태계를 실제로 바꿀 수 있는 필요한 기관을 명확히 요구하고 강제해야 한다.

-공공기관을 권역별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각 지역에서 선거 표를 얻으려고 하는 얘기다. 혁신도시법을 바꿔야 하는데 당장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꾼다고 하더라도 안 된다. 우선 과제는 혁신도시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집에서 먹고살기 위해서 가게를 하나 냈는데, 그 가게가 뭐가 좀 부족해서 안 되고 있다고 쳐보자. 그래서 화덕을 조금 더 설치해야 하는데 화덕 설치를 거기다 안 하고 다른 데다가 또 가게를 새로 내서야 되겠나? 그러면 안 된다. 한 가게라도 살려야 집안이 먹고살 수 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된다는 말이다. 공공기관 직원들도 생각해야 한다. 겨우 정주 여건이 잡혀가는 혁신도시에 집적화할 생각을 해야지, 낙후 지역을 배려한다고 해서 바둑판에 돌 두듯이 여기저기 가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 광주특별시 주청사 위치를 두고 각 권역별 신경전이 강하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객관적인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 지역 이해관계가 없는 외지인 절반, 지역민 절반으로 배심원단을 짤 필요가 있다. 대안으로는 ‘나주 전략 청사’(지주회사 개념)를 강력한 카드로 검토해야 한다. 나주는 광주 땅도, 전남 땅도 아닌 과거 공동혁신도시를 일군 상생의 역사적 공간이다. 혁신도시의 널린 공실 건물 1개 층만 임대하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시장실, 기획실을 둘 수 있다. 주소지는 나주에 두고 실무는 기존 청사에서 보는 방식이 현실적인 정답이다.

◆손경종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상근부회장

-광주의 AI 인프라가 제조·중화학·농어업 중심의 전남으로 확산해 시너지를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실무적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광주의 AI 역량과 전남의 산업현장을 연결하는 ‘AI 산업 확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광주는 AI 기술과 인재를 키우는 역할을, 전남은 제조·중화학·농어업 등 산업현장에서 AI를 실증하고 활용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특히 피지컬 AI 시대에는 AI가 제조와 에너지, 농수산업에 직접 적용되는 만큼, 두 지역이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움직여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광주국가AI데이터 센터는 창업중심 데이터 실증공간으로 활용하고 해남의 국가AI컴퓨팅센터는 제조중심 산업용 데이터를 융합한 AI 산업경제권을 만들어 한다.

-광주특별시는 신재생에너지에 기반한 AI·반도체·모빌리티 산업이 3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련 창업이 미비하다.

▲세계적인 AI 인프라를 갖췄지만 이제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단계로 정책의 중심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창업부터 실증, 투자,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AI 창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 특히 피지컬 AI 시대에는 AI와 반도체, 모빌리티, 제조, 에너지가 융합된 새로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광주특별시는 광주의 AI 기술과 전남의 제조·에너지·농수산업 현장을 연결해 대한민국 최고의 AI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즉시 현장에서 검증하며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글로벌 기업과 유니콘 기업도 자연스럽게 탄생할 것이다.

-피지컬AI 혁신이 전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등에 제조 비중이 적은 광주특별시로서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규모가 아니라 현장으로 승부해야 한다. 광주특별시 출범으로 AI를 비롯한 초첨단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전통 제조업부터 조선·해양, 농어업까지 광주특별시의 모든 산업 현장이 곧 피지컬AI의 실증 무대다. AI를 융합한 테크기업이 자율주행·로봇·스마트팜·스마트양식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갈 기회 요인이 마련된 만큼 광주특별시는 ‘AI를 현장에 입히는 전환 거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강상구 나주시 부시장

-특별법을 통해 발전사업 인허가권 등 상당한 에너지 특례를 확보했지만, 실질적인 에너지 주권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다.

▲권한 확보는 시작일 뿐이다. 세 가지가 보완돼야 한다. 첫째, ‘송전망 구축 공동협의체’가 시급하다. 삼성·SK의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로 전력 확보가 국가 과제인데 호남은 전기를 생산하고도 보낼 송전망이 없어 출력 제어를 당한다. 특례가 있어도 실제 송전망은 한전이 쥐고 있으므로 광주특별시와 한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는 ‘지역별·시간별 전기요금 차등제’의 조기 정착이다. 호남의 청정에너지를 지역 기업에 싸게 공급할 세부 설계가 나와야 반도체나 AI 데이터센터 같은 대기업을 유치할 강력한 무기가 된다. 태양광·풍력을 넘어 기저전원이 될 핵융합(인공태양) 등 미래 에너지 공급망을 나주를 중심으로 선점해야 할 필요가 있다.

-1기 혁신도시 조성 때 한국전력을 따라 공동혁시도시 인근으로 중소기업은 많이 모였지만, 민간 대기업 등의 유치는 없었다. 파급효과가 큰 민간 대기업을 끌어올 방법은 없나?

▲그동안 한전을 중심으로 공공기관과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하는 기반을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대규모 민간기업이 본사 이전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에너지 산업 클러스터 완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대기업도 올 수 있다. 우선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특별법에 따른 에너지밸리 특화기업 우선구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현재 에너지 특화기업 지정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발전사업자도 지정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지역중소기업 육성법에 따른 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지정기간의 일몰제도도 개선해야 지역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