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따른 갈등은 '상수'···‘범시민 합의체’가 먼저다

입력 2026.06.11. 16:37 이삼섭 기자
통합특별시 성패, 이것만은 꼭 2. ②갈등 관리와 거버넌스
주민 패싱·주청사 갈등·권역 소외감 ‘시한폭탄’ 산재
초대 특별시 4년 내내 현안 표류…‘조기 레임덕’ 경고
타 지자체 반면교사 삼아 ‘상설 중재 기구’ 제도화 필요
‘시·도 통합 찬성, 광주시 해체 반대 시·도민 모임이 2026년 1월 26일 오후 광주 동구 YMCA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출범과 동시에 큰 혼란이 시작될 것이다.”

오는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학계와 연구기관, 관가 등에서 나오는 냉철한 경고다. 전문가들은 행정통합이 몰고 올 지역·단체·조직 간의 분열과 갈등이 4년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특별시장이 수면 아래 잠재돼 있는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임기 초부터 레임덕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취지에서다. 예견된 지역 분열과 도·농 갈등, 광주·전남 조직·단체를 아우르는 ‘범시민 협의체’(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0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형배 통합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는 갈등 조정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재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관리로 인수위 내에서도 이를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며 “통합시 출범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지역 간 이해관계와 기관·조직 통폐합 등의 갈등 관리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전남도 광역시 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유례없는 갈등이 촉발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6·3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주청사 소재지’가 대표적이다.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와 지방선거 과정에서 방치돼 있던 뇌관들이 출범을 전후로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오승용 메타보이스 이사는 “통합시 출범이 현실화 되면서, 인수위가 내놓은 정책들이 발표될 때마다 지역 간 갈등 구조가 선거 국면에서보다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당장 공직 사회부터 인사 교류, 직급 조정, 조례 통합, 수당 체계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수십여 개에 달하는 공공기관과 산하 연구기관의 통폐합도 순탄치만은 않다. 광주시가 5개 자치구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기존 자치구들의 행정·재정적 권한 축소에 따른 반발, 전남 22개 시·군이 우려하는 ‘도심 빨대 효과’와 ‘농촌 소외론’도 점차 수면 위에 올라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4년간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재정 인센티브는 물론, 공공기관 이전 등을 두고도 각 지역과 조직들의 ‘나눠먹기’ 다툼 우려가 높다.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할 상설 중재 기구인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내놓은 ‘자치단체 통합을 둘러싼 갈등해소 방안’(2010)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제안했다. 통합 과정에서 당사자 간 갈등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도 지난 4월1일 보고서를 통해 주민과 전문가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상설 거버넌스 구조 마련을 제안했다. 숙의 기반의 의사결정 기구를 운영해 정책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광섭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타 지자체의 경우 1~2년 이상의 긴 논의 기간을 거치고도 결국 좌절됐는데, 광주·전남은 주민 의견 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안개 속에서 ‘선 통합, 후 보완’ 방식으로 추진됐다”며 “당장 인수위원회 구성만 보더라도 행정학 교수 등 관련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버넌스 참여자들이 공익보다 자기 지역과 조직의 이익만 대변하려 한다면 실패하게 된다”며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정교하게 보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프로세스와 갈등 조정 기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특별시장의 과감한 결단과 정무적 돌파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승용 이사는 “과거 사례를 보면 공론화위원회(거버넌스)라는 것이 결국 단체장이 면피용 시나리오로 썼던 방식이 많았다”며 “결론이 뻔히 보이는 사안조차 거버넌스 뒤에 숨어버리면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시간만 지체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