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비상등 켜진 곳에서 시골길 안전 멈춘다

@무등일보 입력 2026.02.11. 18:50
완도경찰서 경무과 순경 김동영

조용한 시골 마을의 2차선 도로. 평화로워 보이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아찔한 장면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횡단보도가 멀다는 이유로, 혹은 오가는 차가 적다는 생각에 지팡이에 의지한 채 차도를 가로지르는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또한,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 비상등만 켠 채 세워둔 차량은 뒤따르는 차들에게는 거대한 장애물이자 사고의 불씨가 된다.

농촌 지역 교통 무질서는 오랫동안 ‘시골 인심’이나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어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하다. 통계에 따르면 고령자 보행 사망 사고의 상당수가 보행자 부주의와 무단횡단에서 비롯되며, 특히 가로등이 적은 시골길의 불법 주정차는 야간에 대형 추돌 사고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

물론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는 무거운 짐을 들고 먼 거리에 있는 횡단보도까지 걷는 것이 육체적으로 고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평생 이렇게 다녀도 괜찮았다”는 과거의 경험이 오늘날 더 빠르고 많아진 차량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변화가 절실하다.

먼저, 인식의 전환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비상등은 ‘무적의 면죄부’가 아니다.

또 하나는 보행 안전 교육이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이고 반복적인 교통안전 교육이 각 마을 회관을 중심 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프라 개선도 절실하다. 어르신들의 보행 동선을 고려한 횡단보도 추가 설치와 야간 시인성을 높이는 조명 장치 등 지자체의 세심한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통 법규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약속이 아니라, 서로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정겨운 시골길이 비극의 현장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어르신들 스스로가 먼저 질서의 주인공이 되어주길 간곡히 바란다.

완도경찰서 경무과 순경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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