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떠올라 앉아 있을 수 없었다"···문인, 4개월간 뚝심 행보

입력 2025.04.23. 08:35 차솔빈 기자
[위기에서 드러난 지역 정치인의 얼굴들] ⑥문인 광주 북구청장
"공직자 아닌 정치인이자 국민"…매주 서울 집회 참여
청사에 탄핵 현수막 게시…"민생 안정과 통합 이뤄내야"

"1980년 5월을 떠올리게 하는 밤이었습니다."

문인 북구청장이 되돌아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심경이었다. 전국에 울려퍼진 비상계엄과 포고령 선포는 평화롭던 광주에 마치 총성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문 구청장은 "계엄 선포를 바라보면서 번뜩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치활동에 대한 금지 명령이 있었지만 곧바로 5·18 단체와 종교단체, 학계 지도자, 정계 관계자 등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문 구청장은 파격적인 행보로 인지도를 높였다.

문 구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부터 파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122일간의 여정 동안 매주 서울 집회에 참여했다.

문 구청장은 "매주 서울과 광주를 오가는 길이 힘들 수 있었겠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에 끌려가듯 서울로 향했다"며 "현장을 가득 채운 2030 청년들과 곳곳에서 빛나는 응원봉을 바라보며 감동했고,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주먹밥을 나눠드리는 순간 나의 작은 행동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문 구청장은 계속해서 뚝심 있는 행보를 이어갔다. 가장 인상적인 행보로 평가받는 것은 바로 청사 현수막 게첨이다.

북구청사 외벽에 파면을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게첨했고, 이에 따른 과태료가 3차례나 부과됐음에도 굴하지 않았다.

게첨 기간 국민의힘 관계자들에게서 항의를 받고, 가로세로연구소의 고발을 당하며 수많은 압박을 받았지만 "파면이 될 때까지 흔들리지 않겠다. 극우 보수단체의 고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며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이뤄진 직후에는 '국민의 승리', '성장과 통합의 길'이라는 현수막으로 교체하면서 기쁨을 함께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바라보면서, 문 구청장은 "정치인 중 한 명으로서 의견 피력의 중요성, 민의 대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지난 2016년 당시보다도 과격하고 대규모로 이뤄진 극우 단체의 행동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며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공직자의 신분이라 연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정치인 중 한 명이자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마땅한 목소리를 내고 국민을 대변하는 데 온 힘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목표는 민생 안정이다.

문 구청장은 "윤 전 대통령 파면이 이뤄졌고, 일정이 확정된 지금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며 "하지만 당장의 실리를 위해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문 구청장은 "계엄부터 4개월간의 암흑기를 겪었고, 대외 정세와 맞물려 민생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먼저 생각할 것은 민생 안정과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 개월간 연대를 통해 결과를 쟁취한 만큼, 앞으로도 진영 구분 없이 국민들과 함께 올바른 선택을 하고, 다시는 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