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좋은 관객은 누구일까

입력 2026.08.12. 08:00 임창균 기자
김꽃비 독립기획자

최근 극장이 다시 붐비고 있다. 넥플릭스, 유튜브 등 콘텐츠 소비가 OTT 시장으로 집중되면서 사라지는 공간처럼 여겨지던 영화관이었다. 그런 영화관에 다시 천만관객 영화가 등장하고 인기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오랜만에 활력을 띄는 모습이다. 물론 이를 극장의 완전한 부활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관객 수 회복은 몇몇 대작에 집중돼 있고 독립영화계의 사정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다시 극장으로 향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데 실제로 미국에서도 최근 영화관의 재부흥을 이끄는 이들은 다름 아닌 Z세대(Gen-Z)라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밀레니얼세대나 X세대,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했을 때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가장 많이 본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집에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다름 아닌 Z세대가? 거대한 스크린과 폭발적인 사운드 몰입감 외에도 낯선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극장 특유의 아날로그적 경험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것 같다.

바로 그 지점에서 최근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HOPE’를 둘러싼 반응은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압도적인 에너지와 장르적 쾌감에 열광하는 이들과 산만한 서사와 불친절한 설정 앞에서 당혹스러워하는 이들이 부딪혔다. 흥미로운 것은 이 논쟁이 영화 자체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평론가가 높은 별점을 주었는지, 그 평가는 정당한지, 관객의 반응과 평론가의 판단은 왜 다른지를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번져나갔다. 다만 이런 논쟁들은 개개인이 영화에 대해 충분히 곱씹고 사유하기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럴 때도 힘을 발휘한다. 서로 다른 감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빨리 어떤 결론에 도착하려 한다.

한 편의 영화에 호불호가 갈리는 일은 자연스럽다. 모든 영화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도착할 수는 없으니까. 어떤 관객에게는 서사의 빈틈이 실패의 증거로 보이지만 다른 관객에게는 그 빈틈 때문에 영화가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예를 들어 호프 개봉 이후 ‘호프 망상회’라는 것이 유행하며 화제가 됐는데 영화를 본 이들이 서사의 빈틈을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채워 넣으며 독창적인 감상을 나누는 것이다. 각종 망상회를 찾아보며 수많은 해석에 즐거워했던 1인으로서는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는 즐거움을 다시 느꼈다. 이렇게 많은 이들과 동시에 하나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게 새삼 오랜만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다시 떠올려 본다. 영화관은 영화만 보는 공간은 아니다. 같은 장면에서 누군가 숨을 참는 소리, 조용히 번지는 웃음, 엔딩 크레딧 뒤에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분위기까지 함께 감각하는 공간이다. 한국의 관객은 비교적 얌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고요함 속에서도 반응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스크린을 보는 동시에 함께 보는 사람들의 감각을 느낄 수 있기에 영화관에 간다. 극장이 다시 붐비는 요즘 관객들도 이런 과정들을 좀 더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좋은 관객이란 누구일까. 조용히 관람 예절을 지키는 사람 혹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맞히는 사람일까? 물론 다른 관객을 방해하지 않는 태도는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좋은 관객은 능동적으로 사유하고 적극적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곧바로 정답을 요구하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왜 불편했는지, 왜 다른 사람은 전혀 다르게 보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영화는 별로다’에서 멈추지 않고 ‘왜 나는 이 영화가 별로였을까’로 질문해 보는 것, 서로 감상이 다를 때 그것을 또 다른 해석의 입구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관객의 태도일 것이다. 좋은 관객은 영화를 더 오래 살아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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