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극장이 다시 붐비고 있다. 넥플릭스, 유튜브 등 콘텐츠 소비가 OTT 시장으로 집중되면서 사라지는 공간처럼 여겨지던 영화관이었다. 그런 영화관에 다시 천만관객 영화가 등장하고 인기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오랜만에 활력을 띄는 모습이다. 물론 이를 극장의 완전한 부활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관객 수 회복은 몇몇 대작에 집중돼 있고 독립영화계의 사정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다시 극장으로 향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데 실제로 미국에서도 최근 영화관의 재부흥을 이끄는 이들은 다름 아닌 Z세대(Gen-Z)라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밀레니얼세대나 X세대,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했을 때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가장 많이 본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집에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다름 아닌 Z세대가? 거대한 스크린과 폭발적인 사운드 몰입감 외에도 낯선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극장 특유의 아날로그적 경험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것 같다.
바로 그 지점에서 최근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HOPE’를 둘러싼 반응은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압도적인 에너지와 장르적 쾌감에 열광하는 이들과 산만한 서사와 불친절한 설정 앞에서 당혹스러워하는 이들이 부딪혔다. 흥미로운 것은 이 논쟁이 영화 자체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평론가가 높은 별점을 주었는지, 그 평가는 정당한지, 관객의 반응과 평론가의 판단은 왜 다른지를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번져나갔다. 다만 이런 논쟁들은 개개인이 영화에 대해 충분히 곱씹고 사유하기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럴 때도 힘을 발휘한다. 서로 다른 감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빨리 어떤 결론에 도착하려 한다.
한 편의 영화에 호불호가 갈리는 일은 자연스럽다. 모든 영화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도착할 수는 없으니까. 어떤 관객에게는 서사의 빈틈이 실패의 증거로 보이지만 다른 관객에게는 그 빈틈 때문에 영화가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예를 들어 호프 개봉 이후 ‘호프 망상회’라는 것이 유행하며 화제가 됐는데 영화를 본 이들이 서사의 빈틈을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채워 넣으며 독창적인 감상을 나누는 것이다. 각종 망상회를 찾아보며 수많은 해석에 즐거워했던 1인으로서는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는 즐거움을 다시 느꼈다. 이렇게 많은 이들과 동시에 하나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게 새삼 오랜만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다시 떠올려 본다. 영화관은 영화만 보는 공간은 아니다. 같은 장면에서 누군가 숨을 참는 소리, 조용히 번지는 웃음, 엔딩 크레딧 뒤에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분위기까지 함께 감각하는 공간이다. 한국의 관객은 비교적 얌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고요함 속에서도 반응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스크린을 보는 동시에 함께 보는 사람들의 감각을 느낄 수 있기에 영화관에 간다. 극장이 다시 붐비는 요즘 관객들도 이런 과정들을 좀 더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좋은 관객이란 누구일까. 조용히 관람 예절을 지키는 사람 혹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맞히는 사람일까? 물론 다른 관객을 방해하지 않는 태도는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좋은 관객은 능동적으로 사유하고 적극적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곧바로 정답을 요구하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왜 불편했는지, 왜 다른 사람은 전혀 다르게 보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영화는 별로다’에서 멈추지 않고 ‘왜 나는 이 영화가 별로였을까’로 질문해 보는 것, 서로 감상이 다를 때 그것을 또 다른 해석의 입구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관객의 태도일 것이다. 좋은 관객은 영화를 더 오래 살아있게 만든다.
-
[청년칼럼] 2026년 하반기 바뀌는 모성보호 제도
조소영 노무사
2026년 하반기는 유독 노동관계법령 개정이 잦은 시기다. 그 중에서도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가 8월부터 11월까지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행일과 적용 요건이 제도마다 조금씩 다른 만큼 주요 변화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려 한다.가장 먼저 8월 20일부터 단기 육아휴직이 신설된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의 방학, 휴원·휴교, 질병 등을 사유로 1주 또는 2주 단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이제 육아휴직을 짧게 쓰는 것도 가능하네?” 라고만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짧게 나누어 쓰는 것 자체는 사실 기존에도 가능했다. 진짜 핵심은 육아휴직 급여에 있다. 그 동안은 육아휴직 급여를 받으려면 최소 30일 이상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1~2주만 쓰면 육아휴직 급여 지급이 어려워 사실상 무급 휴직과 다름없었다. 이번 개정으로 단기 육아휴직에 한해 7일 이상만 사용해도 육아휴직 급여 수급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진짜 변화다. 단기 육아휴직 사용 사유는 시행령으로 정하는 방학·휴원·휴교·질병·감염병 격리 등에 한정되고, 연 1회 가능하며 기존 육아휴직 분할 횟수 3회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방학 사유를 제외하고 단기 육아휴직 허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시 예정일 당일까지도 신청할 수 있어 신청 기한도 유연해졌다.9월 18일부터는 변화 폭이 더 커진다. 먼저 남성 근로자도 배우자가 유산, 조산 등 위험이 있는 임신 중일 때 이를 돌보기 위한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된다. 그 동안 임신 중 육아휴직은 여성 근로자의 모성 보호 목적으로만 인정되어 왔고, 남성은 자녀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리 배우자가 위험한 상황이라도 사용할 근거가 없었던 부분을 보완한 것이다. 다만 위험이 있는 임신으로 인정되는 범위는 시행규칙에서 정한 특정 질환을 진단받은 경우로 한정되고, 기존 육아휴직과 마찬가지로 개시일 기준 6개월 이상 재직 요건이 적용된다.같은 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거부 사유도 축소된다. 기존에는 사업주가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경우’를 이유로 근로자의 단축 근무 신청을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해당 사유가 전면 삭제된다. 앞으로는 업무 성격상 근로시간 분할이 어렵거나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이 있음을 사업주가 직접 입증해야만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 규정은 9월 18일 이후 신청 건부터 적용되고, 그 이전에 이미 신청한 건에는 기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은 확인해야 한다.9월 18일부터 배우자 관련 휴가도 함께 바뀐다. 그동안 배우자가 유산이나 사산을 겪어도 남성 근로자가 쓸 수 있는 별도 제도가 없어 개인 연차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배우자 유산·사산휴가가 처음 신설된다. 유산·사산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고 5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으며 최초 3일은 유급이다. 다만 인공임신중절에 따른 유산은 적용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배우자 출산휴가는 배우자 출산전후휴가로 이름이 바뀌면서 사용 가능 시기도 넓어진다. 기존에는 출산 후 사용이 원칙이었고 예외적으로 산전 사용시 반드시 출산(예정)일이 휴가 기간에 포함돼야 했는데, 앞으로는 출산예정일 50일 전부터 사용을 개시할 수 있다. 단, 분할 3회, 출산 후 120일 이내 사용이라는 기존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마지막으로 11월 27일부터는 난임치료휴가의 유급기간이 최초 2일에서 4일로 늘어난다. 개인적으로는 유급일수 확대보다 함께 신설되는 불리한 처우 금지 규정이 더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은 난임치료휴가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이 없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부당해고로 다툴 여지가 있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해고 등 불리한 처우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려웠다. 이번 개정으로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난임치료휴가를 이유로 해고·징계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이렇듯 2026년 하반기에는 육아휴직부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휴가, 난임치료휴가까지 모성보호 제도 전반에 굵직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사업장에서는 시행일에 맞춰 취업규칙 등 사내 규정을 미리 정비하여 즉각적으로 개정 법 내용을 적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근로자는 자신에게 해당되는 제도가 있는지 미리 살펴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 [청년칼럼] 친일 청산,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
- · [청년칼럼] 강요된 용서
- · [청년칼럼] 청년정치인들은 ‘기회’를 받지 않고 ‘생존’을 통과한 자들이여야 한다
- · [청년칼럼] “가짜 3.3%“, 편의를 위한 선택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때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