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에 가는 이유는 뭘까?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전통시장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제로에 가깝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이마트나 홈플러스도 폐점하고, 백화점도 명품과 F&B로 버티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전통시장에 가야지만 살 수 있는 게 많은 것도 아니다. 가격이 눈에 띄게 더 싸지도, 쾌적하지도, 편리하지도 않다. 친절하기로 따지면 마트 직원보다 덜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파는 사람 마음인 가격은 말할 것도 없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통시장에 간다. 쇼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경험하기 위해서다. 많게는 수백년에서 적게 수십년간 축적된 시간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에 간다. 그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매력을 느끼기 위해 간다. 다소 불편하고 지저분하고 좁아도 이해한다. 원래 전통시장은 그런 맛으로 가는 거니깐. 사람들에 치이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에 눈 돌아가다 보면 어느새 텅장(통장이 텅 비는)이 되곤 한다.
기자 또한 국내든 해외든 어느 도시를 가든 전통시장에 가곤 한다. 최근 부산에 갔을 때는 부평깡통야시장에 머물렀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야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니 안 가볼 수가 없었다. 그 좁은 골목에 30여개의 푸드트럭이 줄지어 있으니 기차놀이하듯 지나가야 했다. 그런데도 방문객들은 불편함보다 즐기는 표정을 지었다. 푸드트럭뿐만 아니라, 근방 상가들도 몰려든 방문객을 꼬실 아이템으로 무장하며 방문객들의 즐길거리르 더했다. 결국 다음날에도 근방을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니 부산시민이었다면 꽤 자주 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도 광주의 시장은 비교적 최근까지 거의 가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나 총리와 같은 중앙 정치인들이 광주에 올 때마다 꼭 양동시장을 가다보니 취재하기 위해 몇 번 방문하긴 했다. 가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남 최대 전통시장이라고 불리는 양동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시장들이 '전통시장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몸소 실증해 놨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달 대인시장을 방문했다. 광주에서 가장 성공한 전통시장 축제인 대인예술야시장(남도달밤야시장)에 가기 위해서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광주시민들의 주체할 수 없는 흥이 넘쳐흐르는 모습을 보자니 이제 온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야시장은 가을에만 열린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그 정도까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 지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하는 광주 전통시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광주 내 전통시장들마다 축제를 열지만 살펴보면 대부분 공적 지원금을 받아서 하는 것들이다. 지원이 끊기면, 축제도 끊긴다. 그리고 사람도 끊긴다.
수십년간 전통시장 자생력을 위해 마중물 역할로 투입된 공적 지원은 여전히 자생력을 위한 '마중물'로 진행된다. 그러면서도 전통시장은 여전히 '공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현대화 사업을 해달라고,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지원을 받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아닌, 자생하기 위한 상인들과 건물주들의 노력을 보고 싶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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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광주,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안 갈 이유 없다 생성현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 ChatGPT가 상상한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가 된 광주의 모습. /OpenAI '디지털 노마드'는 통신 기술을 매개로 특정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이동하면서 일과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을 말한다. 초연결망 시대를 맞아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노마드는 더이상 특별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생산성 혁명은 디지털 노마드를 한층 더 보편적 현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그러면서 전세계 각 도시는 '디지털 노마드' 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숙박과 음식, 생활 등에서 많은 소비하는 건 기본이다. 더 중요한 건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의 다양한 DNA가 도시를 더 역동적으로 만든다. 또 디지털 노마드가 모이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전세계에 입소문(바이럴 마케팅) 되고 더 많은 여행자가 찾는 도시가 된다.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가 대표적이다. 태국의 제 2도시라고는 하지만 광역인구가 겨우 100만명에 불과한 치앙마이는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끌어모은다. 내륙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자원과 수려한 자연 환경과 저렴한 물가, 안정적 인터넷 환경 등이 이유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노마드뿐만 아니라, '한 달 살기' 등 장기간 머물며 태국 전역을 여행하는 근거지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치앙마이를 방문한 한국인은 28만명에 달한다.이 같은 맥락에서 광주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선포하는 건 어떨까. 광주는 디지털 노마드 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 역사를 경험한 한국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도시다. '자유'를 중요시하는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광주라는 도시가 단순히 '일하는 도시'가 아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는 요소다.광주 동구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 사적지와 양림동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문화유산 등 풍부한 역사 자원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하는 '맛의 도시'라는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무엇보다 호남 제1의 도시로서 선진화된 생활 인프라를 갖춘 반면 전국 대도시 중 가장 저렴한 숙박비가 최대 강점이다. 이에 더해 광주는 AI 중심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다. 서울이나 부산이 대기업 중심의 IT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광주는 스타트업과 프리랜서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AI 기반 도시로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디지털 노마드를 끌어모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소비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광주에서 체류하며 만들어낼 상상할 수도 없는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이들이 광주에 머무르며 전세계에 광주에 대해 알린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도시 브랜딩보다도 효과적일 테다.어차피 지금 광주의 조건으로는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힘들다. 이대로는 서울과 부산, 제주 정도를 제외하고 국제적인 관광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다.광주는 이들 도시와 아예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해 차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광주가 현실적으로 민주화운동의 도시라는 데서 나아가 '매력 있는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 테다.그간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돈을 써왔지만, 누가 과연 거기에 수긍할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나 있다고 아시아 문화의 허브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정한 아시아문화중심 도시가 되려면 아시아와 전세계의 DNA가 모여야 한다.광주가 그간 쌓아온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예술가형 노마드들이 머물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AI 기술과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노마드 도시 모델을 광주가 선도할 수 있다. 넘쳐나는 빈집과 오피스 공간을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간, 예컨대 코워킹 스페이스나 숙박시설로 내어줄 수도 있다. 광주의 무수한 기업들과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재밌는 작업들을 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광주는 동아시아의 디지털 노마드 허브가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광주가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도약할 기회다. 어차피 막기도 힘든 청년 유출을 걱정하기보다, 국내와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끌어모으는 게 더 역동적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되레 국내 청년들이 모여들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때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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