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한국-모국 일본 사이 혼돈
재일한국인 3세대 작가 살펴봐
작품 시기별로 이해하게 구성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은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 상록전시관의 이름을 바꿔 재개관한 공간이다. 하 선생은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 1993년부터 8차례에 걸려 2천603점을 광주에 기증한 인물이다. 그는 광주 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립미술관 등에 1만2천여점의 소장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하정웅컬렉션은 개인 소장가의 컬렉션으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세계적 수준이다. 피카소, 샤갈 등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 뿐만 아니라 이우환, 전화황, 곽인식 등 재일동포 작가 작품과 오승윤, 황영성 등 호남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 작품 등이 있다. 박불똥, 도미야마 다에코, 홍성담, 송영옥 등의 현실 비판 작품, 한국 모더니즘 대표 작가 박서보, 김창열, 유강열, 김구림 등의 작품을 시기별로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시립미술관은 이같이 순수미술을 비롯해 재일디아스포라, 인권과 평화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으로 구성된 하정웅컬렉션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해 하정웅 선생의 뜻을 기리고 있다. 특히 하정웅컬렉션 재일디아스포라작가 전은 재일동포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재일동포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올해 시립미술관은 재일디아스포라작가 전으로 재일동포 3세대 김영숙 작가를 들여다보는 '김영숙-삶, 그리고 해후'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하정웅컬렉션 중 김영숙 재일 디아스포라 작가의 작품 49점은 선정해 소개한다. 김영숙은 재일동포 3세대 디아스포라 예술가다. 디아스포라는 타 국가와 민족에 의해 이뤄진 강제적 이산에 근거한다. 재일동포 디아스포라는 식민지 지배 하에서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일본 땅에 남게 된 강제 이주자와 그 후손들을 가르킨다.
일제 식민지 체제에서 살아온 재일동포 1세대들은 조국의 소중함에 따라 자신의 국적을 지켰다. 2세대는 부모의 나라에 대한 동경, 그리움은 나타났으나 국적에 근원한 차별 등으로 인해 자식에게는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절박함으로 귀화를 고민한 세대다. 재일동포 3, 4세대는 한국을 조국, 일본을 모국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한국인이나 조선인으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하거나 일본인으로 살아야한다는 입장이거나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좋지만 정체성은 지켜야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재일한국인 3세대 김영숙의 작품세계는 피로 연결된 조국인 한국과 태어나고 자란 모국 일본이란 두 나라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고려미술회에서 작품 활동을 한 중요 재일동포 작가인 그의 작품세계는 근원적 자아를 찾는 시기와 2000년대 이후 깨달은 삶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기로 나눌 수 있다.
2000년대 이전 작품은 인간의 삶, 생명에 대한 질문이 담겼다. 특히 '사람은 왜 살고 있는가'를 자기 자신에게 묻는 작업으로 자신은 어디에서 태어났고. 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묻는다. 우주에서 생명을 받아 살아가는 작가 삶 자체가 작품 주제가 된 시기다.
2000년대 이후 작품에는 여행을 통해 깨달은 삶에 대한 생각을 기반으로 일상의 소중함과 생명의 근본을 담아냈다. 당연한 듯 흘러가는 하루하루 속 소중한 의미를 찾아 그린 작품들이다.
전시는 관람객들이 작가 작품을 시기별로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구성됐다.
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재일디아스포라작가 전을 통해 3세대 재일동포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시립미술관은 하정웅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 디아스포라 작가 전시와 연구를 지속해 재일동포 미술을 다각적으로 심도 깊게 이해하고 한국에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29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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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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