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차두옥·희곡 박기복 등 담당
계엄군에 희생된 임산부와 가족 이야기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로 막 올려
9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10일간의 광주항쟁을 오페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펠리체 솔리스트는 오는 9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제16회 '5·18! 오페라로 기억하다' 공연을 개최한다.
2018년 설립된 이 단체는 음악인의 사회참여와 지역사회 예술치유를 통한 감성의 소통을 추구하는 전문 음악단체이다. 5·18민주화운동을 널리 알리고 기억하고자 매년 오페라 '무등둥둥' 공연을 수정·보완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공연은 기존 오페라 형식에서 벗어나 베테랑 연극 배우들의 스토리 전개, 무용수들의 민주혼이 담긴 몸짓과 주역 성악가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다.

야만의 독재시절 죽음의 공포와 고문의 두려움 속에서도 유서를 가슴에 품은 광주 출신 민중 시인들의 작품에 김선철 작곡가가 곡을 쓴 오페라 '무등둥둥' 음악을 바탕으로 연극 연출가 차두옥이 줄거리를 재구성하고 영화감독 박기복이 희곡을 썼다.
이야기는 1980년 5월 국가폭력에 맞섰다가 계엄군에게 학살당한 임신한 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딸의 부모와 약혼자가 투쟁의 대열에 합류하고 구두닦이 소년을 비롯한 평범한 광주 시민들이 여기에 함께 한다.

오페라는 각 파트별로 기승전결의 극적 드라마 장치를 배치해 10일간의 광주항쟁을 담아내고 있다.
눈앞에서 벌어진 학살과 폭력상황에서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인간의 공정한 도리는 무엇인지 메시지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도청을 사수하려는 어린 구두닦이 소년마저도 계엄군의 총에 죽음을 맞으며 '정의'의 투쟁은 분명히 각인된다.

수준급 실력을 갖춘 출연진 또한 눈길을 끈다.
공연 총감독은 김미옥 성악가가 맡았으며 지휘·음악감독은 정찬경, 무용은 나빌레라 예술단, 안무는 한명선, 음악코치는 김한나가 담당했다.
아버지 역할은 바리톤 조재경, 어머니는 소프라노 홍선희, 딸의 남자는 테너 고규남, 딸 소프라노 서혜원, 배우 한중곤·박영국·정은희·김정순이 출연한다. 구두닦이 소년 역은 이호준 군이다.

이날 공연은 여성·남성 2중창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로 막을 올린다. 이어 이은봉 시 '우금치 흙'을 아버지·어머니 2중창으로 들려준다.
김지하 시 '황톳길'은 아버지 아리아와 3중창으로 선사하며, 김준태 시 '아아, 광주여!'는 딸의 죽음 아리아로 무대에 오른다.
또한 어머니 아리아로 조태일 시 '겨울소식'을, 곽재구 시 '대동세상-진도아리랑 곡조'와 김남주 시 '죽창가'가 합창으로 펼쳐진다.

문병란 시 '어느 구두닦이 소년의 죽음'은 소년 아리아, 임동확 시 '매장시편'은 아들 아리아로, 조태일 시 '풀씨'는 아버지 아리아로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모든 출연진이 함께 나와 문병란 시 '광주여 영원하라'와 김남주 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무대를 선보이며 공연은 마무리된다.
김미옥 총감독은 "성악·무용·연극·영상 등 지역의 다양한 예술인들이 마음을 모아 준비한 이번 공연을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와 민중들의 저항정신을 느껴보시길 바란다"며 "오페라에 희곡의 극적 요소와 영상이 더해진 특별한 오페라 공연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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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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