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공간이 안고 있는 다양한 기억들

입력 2023.08.01. 18:26 김혜진 기자
윤정선 개인전 '길 위에서' 광주 롯데갤러리 오는 27일까지
친근한 골목·공원 등 일상 속 풍경
서정적 색감 등으로 표현해 '힐링'
양림동 작업 계획…광주 풍경 '기대'
윤정선 개인전 '길 위에서'가 열리고 있는 광주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목포 구도심을 담아낸 연작.

"공간을 재현하기 보다는 그곳의 기억들을 담아냈어요. 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고 달리 느껴질거예요. 전시가 마치 공간을 산책하는 것 같겠지만 사실은 마음의 산책인 것이죠."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윤정선은 이번 전시를 이같이 설명했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 윤정선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포함해 총 4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중에는 2021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 초청돼 목포 구도심의 풍경과 기억을 담아낸 '목포 유달동' 시리즈 등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의 작품에는 골목, 담벼락, 공원, 집, 유적과 같은 공간들이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공간을 그려낸 풍경화가 아닌 그 안에 존재하는 서사를 담아낸 일기이다. 단순히 공간을 재현하기 보다 일상을, 기억을 녹여낸 기록이다.

윤정선 작 '0117-13번지 02'

"항상 보는 풍경이기에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골목의 어느 벽은 오랜 시간 그곳을 지켰죠. 그 시간만큼 여러 장면이 그곳에는 서려있어요. 모교와 같은 특정 장소에 가면 함께 했던 사람들이, 기억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사람마다 같은 공간이더라도 추억이 다른 것처럼 인상 깊었던 것을 중심으로 떠올리기에 기억 속 공간의 모습은 저마다 다를 수 있죠. 그래서 제 작품도 공간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특징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것을 위주로 표현했어요."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서울 익선동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 또한 그렇다.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카페, 공방 등이 들어선 이곳을 작가는 '100년 전 한국 최초로 조성된 한옥 마을'이란 점에 인상 받아 기억하려한다. 작품에는 색색의 타일로 특정 문양을 사용한 익선동의 여러 담벼락이 담겨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한 이후 곳곳에는 일본 적산가옥이 많이 남아있었고 이것이 민족정신의 말살로 이어질까 우려했다고 한다. 이러한 우려로 사대부 땅을 사들이고 보급식 한옥을 곳곳에 조성했는데 이 중의 최초 마을이 바로 익선동"이라며 "당시 조성된 한옥마을에는 특정 문양의 타일양식이 사용됐는데 익선동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벽을 찾아볼 수 있다. 개발 광풍이 불고 있는 서울이기에 언젠가 이 벽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들었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작업했다"고 말했다.

윤정선 작 '동화같은 집'

같은 맥락에서 목포 구도심의 모습을 담아오기도 한 그는 이번 전시 오픈과 함께 양림동에서 2~3주 동안 머물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양림동에서 머물며 찬찬히 살펴보려 해요. 광주에서는 어떤 작업이 나올지 참 궁금해져요. 또 이 작업을 본 시민들은 저마다 어떤 기억을 꺼낼지도 궁금해집니다."

윤정선 개인전 '길 위에서'가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한편 윤정선은 이화여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영국 브라이튼 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 중국칭화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4회의 개인전을 열고 8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제24회 석남미술상, 금호영아티스트, 송은미술대상전에 선정된 바 있다.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이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