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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교과 수업, 학생 생활 교육 이외에 학교도 하나의 조직이므로 조직 내 시스템이 운영되기 위한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필자는 2023학년도에 주당 20시간의 수업과 학년 부장이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혹자는 일주일 동안 20시간 수업 외에 12~3시간 동안 업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필 시험을 보고 나면 휘발되어 버리는 죽은 지식 말고 몰입하여 배운 교실 안의 산 지식을 자신들의 삶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하려면 꼼꼼한 교과 교육과정을 방학 중에 설계하고 그것을 학기 중에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특성과 수준, 시의성 등을 고려하며 수정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 많은 학생들이 각자 다른 사연으로 담임 교사를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고, 교사는 학생 상황에 맞는 교육적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협의나 업무도 직접 해야 한다. 품이 가장 많이 드는 영역이다. 특히 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사안 처리는 교사 스스로 만든 불완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을 바탕으로 거의 무장 해제의 상태로 전장에 나가는 상황과 비슷하다. 학부모에게 사안을 상담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 이외에 앞으로 학생의 성장을 위한 지원책을 함께 협의해 보자는 제안을 교사가 했을 경우 학부모에게 오해를 사 폭언과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주당 12~3시간 내에 교사는 수행 평가 설계 및 채점, 지필 평가 출제 및 채점, 출결 관리, 각종 위원회나 협의회 참석 등을 하고, 결국 다 마치지 못한 행정 업무들은 그대로 집으로 싸 들고 와 가사 노동 후 늦은 밤 일을 다시 시작한다. 교사로서 삶을 돌아보니, 평균적으로 약 30명의 자녀를 돌보면서 가르치기도 하며, 생계를 위한 일도 해야 하는 어느 각박한 가상의 보호자가 그려진다. 그러나 위로가 되는 순간들도 있다. 생활지도 하는 과정에서 관련 학생들 말이 달라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려 하는 질문이 자신을 의심했다고 사과하라는 학생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무기력해진 필자를 위로해 주는 동료 교사분들이 계신다. 학부모라고 신분을 위장한 학원 원장의 폭언을 듣고도 결국 사과를 해야만 했던 필자의 상황을 아시고, 또 민원이 발생하면 본인께서 처리하시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시는 교감선생님이 계신다. 교사들이 처한 작금의 학교가 안전하게 교육할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가?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손보며 해결하되, 충분히 고민하고 해결할 물리적 시간의 보장과 제도적 뒷받침은 없고, 오히려 기계적인 계산법에 의해 교원 숫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문제가 있어도 너희끼리 심정적 위로만으로 회복하며 그렇게 살라고 세상이, 국가가 말한다.
유네스코, OEDCD 등의 국제기구의 교육 동향 보고서, 시민 의식 수준의 향상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 환경 변화에 맞춰 학교도 구성원들 모두 제 삶의 주인이 되는 학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누군가의 인권을 제한하며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었고, 그 시도 중 하나가 전국의 17개 시·도 교육청 중 고작 6개 시·도교육청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였으며 그 이후 학교 자치 구현을 위해 교육적 노력들 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나 교육청의 역할은 거창한 슬로건 또는 거대 담론 제시뿐이었고,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생활 교육이나 자치의 모습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교한 새 판은 제시하지 못했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하여 회복적 생활 교육, 교내 존중의 약속 제정 등 학생 인권 보장과 교사의 교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교사가 직접 설계하고 실천할 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학교 자치 실현 이후에 학교 내에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교육과정이 구성되는 동안에도 교육청에서는 이와 관련한 예산 지원과 모델만을 제시하였을 뿐, 이 과정에서 목소리들이 들어올 수 있는 채널만 만들어 놓은 채 목소리들의 부딪힘으로 인해 학교가 그리고 교사가 겪게 되는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관련된 지원은 적었다. 사회의 변화에 맞춰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면 그것의 시행으로 인한 윤리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예견적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교사인가, 국가인가?
현재 교원의 지위 회복과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시도가 여럿 보인다. 사실 진정한 학교 민주주의의 실현은 대학 입시라는 개미지옥과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교권 침해는 이제껏 다양한 행정 기관의 미필적 고의에 의해 오랫동안 있어왔다. 필자가 교원 임용을 준비하던 15년 전의 면접 대비 문항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교권 침해는 이미 오래된 역사이다.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의 움직임을 충분히 환영하고 지지하나, 오히려 누군가의 인권을 제한하는 식의 시대를 역행하는 발걸음이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시도되는 노력, 행정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 없이는 이번에도 교사들은 구멍 난 옷에 천을 덧대는 누더기 옷을 입는 것일 뿐 새 옷을 입지는 못할 것이다. 김유진 산정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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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지산지소(地産地消) :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래를 여는 교육의 힘
최근 뉴스나 일상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자는 이 소박한 슬로건은, 오늘날 단순한 먹거리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특히 이재명대통령이 나라를 골고루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가치로 지산지소를 강조하면서, 이 개념은 지방이 사라지는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해법으로 떠올랐다.현재 대한민국은 전국의 많은 인구와 인프라가 수도권으로만 몰려 심각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건강하게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토 균형 발전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즉 전국을 5대 메가시티와 3대 특별자치도 체제로 개편해 권역별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립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하지만 단순히 행정 구역을 새로 나누고 경제적인 중심지를 만드는 외형적인 변화만으로는 지역의 완전한 자립을 이루기 어렵다. 건물의 단단한 뼈대를 세우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안을 사람의 온기와 활기로 채우는 교육의 역할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일자리가 들어선다고 해도 그 지역을 이끌어갈 인재가 없다면 도시는 결국 활력을 잃고 무너지고 말 것이다.그렇기에 행정적인 변화만큼이나 지역 교육을 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산지소의 진정한 완성은 먹거리를 넘어 지역이 키워낸 인재가 지역에 남고 그 인재가 다시 고장을 살리는 인간 중심의 선순환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의 공공기관, 기업, 대학이 교육청과 협력해 아이들이 우리 고장에서 잘 자라나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발전특구’개념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다가온다.이러한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에 최근 새롭게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있다. 광주와 전남이 행정적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하나의 거대한 상생 공동체로 합쳐지면서, 우리 고장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커다란 경제적 기회를 맞이했다. 당장 단일 지역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800조 원 이상 규모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의 자본과 시설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집중되고 있다.이처럼 거대한 경제권이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 가슴 뛰는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본질적인 점이 있다. 수백 조 원의 투자가 성공적인 열매를 맺으려면, 그첨단 연구소와 공장에서 일하며 혁신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들을 우리 지역의 교육 안에서 적기에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설비는 자본으로 빠르게 들여올 수 있지만, 이를 움직이고 발전시킬 사람을 키우는 일은 오직 교육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재를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 또한 함께 커지는 이유다.다행히 새로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청의 여정은 매우 든든한 토대 위에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통합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전라남도교육청과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교육발전특구를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전남교육청은 넓은 농산어촌의 특성에 맞춰 지역별 맞춤형 글로컬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고를 육성하는 실적을 냈으며, 광주시교육청은 인공지능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등학교와 대학을 잇는 교육 과정을 확대하며 첨단 미래 인재의 싹을 틔워왔다. 과거 두 교육청이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쌓아온 성과와 노하우는 이제 하나의 통합 교육청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거대한 상생의 시너지를 발휘할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이러한 상생의 토대 위에서, 최근 김대중 통합특별시 교육감은 인터뷰를 통해 ‘교육지산지소(育地産地所)’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지역에서 자란 학생들이 고향의 좋은 일자리에 취업해 안정적으로 정주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이를 위해 반도체와 AI 등 신산업에 맞춘 교육 과정 전환으로 10만 명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별 특성을 살려 약 1천900개 학교를 다양하게 특성화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이러한 정책적 방향은 대규모 산업 투자에 발맞춘 실질적인 교육 인프라 준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결국 새로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대의 성공과 지속 가능한 번영은 행정의 크기나 자본의 액수가 아닌, 오롯이 교육의 힘에 달려 있다. 아무리 화려한 경제적 청사진이 펼쳐지더라도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을 키우지 못한다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우리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가 고장의 따뜻한 품 안에서 맞춤형 교육을 받고, 그 역량으로 통합특별시의 첨단 산업현장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며, 다시 이곳에 뿌리내려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이 필요하다. 이 아름다운 교육적 지산지소를 실현하는 것만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도약하는 유일한 열쇠다. 새로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대의 성공은 교육의 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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