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다'는 기가막힐 정도로 뜻밖의 일이 발생했을 때 내뱉는 말이다. 여기에 쓰인 어이는 맷돌 손잡이를 가리키는데, '어이가 없다'는 것은 있어야 할 맷돌 손잡이가 없어서 맷돌이 무용지물 됐다는 의미다.
요즘에는 '어이가 없다'라는 표현을 써야 할 타이밍에 다른 관용어가 대신하고 있다. 바로 '철근이 없다'다.
고물가 부담에 건설사들이 원자재를 줄였을 거라는 도시괴담처럼 전해지던 우려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이같은 표현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부실 시공에 이어 최근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 주차장이 무너졌다. 자이 아파트 주차장 붕괴 원인은 철근 누락이었다. 설계상 기둥 32곳에 철근이 필요했지만 이 중 15곳에 철근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같이 대형 건설사들의 신축 과정에서 부실을 범한 것으로 드러나자 정부가 움직였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LH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회의에서 전국 신축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곳이 철근 누락이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8개 단지, 지방 7개 단지다. 물론 광주에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15개 단지는 광주선운2 A2를 비롯해 파주운정 A34, 충남도청이전 신도시 RH11, 수서역세권 A3(분양 포함), 수원당수 A3(분양 포함), 오산세교2 A6, 남양주별내 A25(분양 포함), 음성금석 A2, 공주월송 A4, 아산탕정 2-A14 , 양주회천 A15, 양산사송 A2(분양 포함), 양산사송 A8, 파주운정3 A23(분양 포함), 인천가정2 A1 등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가 건설업계 전체의 시스템상 문제라고 지적하고 LH 발주단지 외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약 300곳의 민간 발주 아파트도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그동안 부동산 활황을 타고 확장에 집중했던 건설사들의 주택 사업이 과연 다 안전할까.
LH가 발주한 임대분양 아파트만 이정도 문제가 드러났는데, 민간 건설사들이 시공한 곳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늘어날지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아파트가 고평가 된 것은 신뢰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신뢰가 무너진다면 문제는 커진다. 시장은 극도의 불안감에 빠지면서 애꿎은 신축아파트에게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걱정스럽다.
어느새 '배부른 돼지'가 돼 버린 건설사가 이제는 안전문제에도 둔감해진 듯해 씁쓸하다.
한경국 취재1본부 차장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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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호남 표심이 김민석으로 쏠리는 이유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TV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8.05. photo@newsis.com
민주당 당대표 선거 때마다 시선은 늘 호남으로 향한다. 호남, 특히 전남광주의 표심은 유독 한쪽으로 강력하게 쏠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역적 공감대나 정서적 결집이라는 특성도 한몫하지만, 본질은 전략적 투표에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남광주 민심을 한곳으로 모으는 결정적 동인은 무엇인가? 답은 명확하다. 바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 안착과 이를 완수할 이재명 정부와의 국정 호흡이다.사실 호남 민심의 이 같은 갈증은 깊은 역사적 소외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수정당의 깊은 차별을 받으며 자의적, 타의적으로 ‘민주당 몰빵’을 선택해 온 지역적 숙명으로 보수정당에서는 그야말로 처참한 소외와 방치를 받아왔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정권은 전국 정당화와 외연 확장을 명분으로 충청권(행정수도)과 영남권(가덕도 신공항 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뿌리’라 불리던 호남의 경제적 소외와 낙후는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 기껏해야 호남 출신 인사들을 중앙정부에서 기용하는 정도로 이른바 ‘떡고물’을 주는 정도였다. 즉, 포장이나 명분은 그럴듯했지만 정작 호남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반면 이재명 정부는 명분보다는 호남의 ‘먹고사니즘’을 전면에 내걸었다.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전북에서는 새만금 투자가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배려를 넘어 호남을 국가 첨단산업의 핵심 축으로 세우겠다는 구체적 실행 플랜이다. 그렇기에 호남 주민들은 간절하다. 숱한 반발을 목도한 호남민들은 이재명 정부 내 사업 착공(혹은 완공)을 눈으로 보고 싶어한다. “지어준다고 했더니 진짜 지어주는 줄 알더라”라는 반대론자들의 빈정거림과 모욕을 참으면서 눈 앞에 실행물을 가져다 줄 정부를 원한다. 이 때문에 차기 당대표 역시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동반자가 돼 반도체 클러스터를 임기 내에 완성해낼 인물을 원한다.최근 발표된 무등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호남의 간절한 기류를 명확히 입증한다. 김민석 후보가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리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역 민심은 김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며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숙원 사업을 완수할 ‘안정적 구원투수’로 판단하고 있다.반면 정청래 후보를 향한 호남의 시선에는 짙은 의구심이 깔려 있다. 정 후보가 당권을 잡을 경우 특유의 강성 선명성이 당정 갈등을 유발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자칫 레임덕을 조기에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 후보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 후보가 전남광주에 와서 보여준 게 없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5·18 메시지만 되풀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호남 민심의 변화를 완전히 오판한 것이다. 더군다나 광주에 5·18 관련 공간이 차고 넘치는 데도 또 5·18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이는 지역에서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뜻이다. 호남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 관성적으로 5·18을 소비하는 ‘상징의 정치’는 더 이상 호남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이번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호남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재명 정부와 손잡고 반도체 클러스터를 확실히 완성하라”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성과를 뒷받침하고, 호남의 숙원인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산업과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만이 비로소 호남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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