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신뢰 땅에 떨어진 공인중개사협회

입력 2023.06.21. 17:59 박지경 기자

# 지난 5월24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A씨가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전세사기 피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그동안 전세사기로만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지난 6월8일 경찰청이 발표한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결과'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만 2천996명, 피해금액은 4천599억원이다.

더 큰 문제는 세입자들의 삶을 파괴한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가 대거 가담했다는 점이다. 경찰 단속 결과 모두 986건의 전세사기가 적발됐고, 이에 가담한 2천895명이 검거됐다. 이중 불법 중개행위로 검거된 공인중개사는 무려 486명(16.8%)이었다. 국토교통부가 파악해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의심거래 1천322건만 놓고 보면 연루된 97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31명(44.5%)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었다.

국가 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꾼과 한통속이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다. 부동산 거래를 해야하는 일반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공인중개사를 믿고 거래할 수 있느냐"고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계속된 집값 상승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도 많았다. 중개사들이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계속 올리는 거래를 종용한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 사기에 가담했다고 하니 앞으로는 부동산 거래를 직접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중개 수수료 할인 제한' 혐의와 함께 '경쟁 부동산 중개 플랫폼 이용 제한' 혐의를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방'의 이용 활성화를 위해 공인중개사들이 '직방' 등 경쟁 플랫폼을 사용하지 못하게 종용하거나 탈퇴를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광주에서도 중개사협회와 관련 비슷한 사례가 신고돼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물론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와야 진위를 알수 있겠지만, 공인중개사협회는 앞서 이 같은 행위로 적발된 적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9년에 공인중개사협회의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 중개사협회가 '한방'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인중개사들에게 직방·네이버부동산 등 경쟁 플랫폼에 중개매물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 지금 국회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이 법안은 임의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화하고, 협회의 회원 관리, 지도,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개정안은 공인중개사가 개업 시 반드시 중개사협회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회원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면 협회가 시도지사 및 등록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고, 거래질서 교란 행위 단속 등의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다.

중개사협회 회원 수는 약 11만명에서 최대 50만명(지난해 말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 보유자 수는 49만3천503명)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개사협회는 신규 가입비로 수천억원, 연회비로 수백원의 재원을 확보하는 '공룡 조직'이 된다. 여기에 단속권까지 갖게되니 그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된다. 중개사협회 측은 "늘어난 재원을 전세 사기나 기획부동산 등 불법 중개 방지에 쓰고,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액 한도도 기존 1억원에서 최대 10억원으로 늘려 불법 중개 피해 소비자에 대한 보상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법안이 부동산 관련 신기술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산업혁명 시 영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을 막았던 '붉은 깃발법'을 연상케한다. 소비자의 선택폭을 법으로 제한한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야당은 이 법안 처리가 선거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당장 버려야 한다. 기술혁신을 막는 정당이 정권을 잡기는 만무하다.

중개사협회는 이권 강화에 나설 것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중개사의 신뢰를 회복하기위해 자정운동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중개사들이 사기에 가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의도적 가격 인상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나서서도 안 된다.?박지경 디지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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