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남구 봉선동에 가면 방과 후 학원으로 향하는 중·고교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책가방을 든 아이, 학원교재와 노트 등을 든 학생, 친구들과 햄버거 등을 먹으며 허겁지겁 학원과제를 푸는 삼삼오오 무리, 버스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바라보는 학생들, 풍경과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학입시 준비에 내몰린 아이들이다.
봉선동이나 가까운 학원가에 사는 부모들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원에 있거나 스터디룸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밤 9시 혹은 10시 무렵이 돼서야 집 초인종을 누른다.
한국 학생들은 10대 모든 시절을 오로지 대학진학을 위해 매달린다. 오로지 부모가 시키고 계획한대로 성장기를 보낸다. 입시교육에 매몰된 한국 교육의 민낯이자 현실이다.
공교육은 붕괴된 지 오래고 이른바 '강남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사교육이 교육을 쥐락펴락하는 가늠자가 됐다. 사교육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1980년대 무렵이다. 80년대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과외단속령'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 82년 대학예비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도입했지만 사교육 열풍은 잠재울 수 없었다. 되레 사교육시장에 기름만 부은 격이 됐다.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도입된 것은 94년이다. 그 사이 학령인구는 30만명 아래로 급감했고 4년제 대학은 200여개로 늘었다. 일반계고의 2022학년도 대학 진학률은 79%에 달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대학 진학률이 20%대인 점을 감안해도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SKY 등 서울 명문대와 인(iN)서울대를 가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 이후에도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수능'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가장 큰 혼란과 피해의 당사자는 1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다. 시험의 결과는 각자의 몫이지만 치러지는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사회 각 부문에서 '공정'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공정'을 세우는 일은 간단치 않다. 모두가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과 기준 위에 세워질 때 '공정'은 올곧게 설 수 있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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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광주 5·18공동체가 배재고에게 손을 내민다면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원과 교사, 학부모들이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 야구부원들과 함께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하며 오월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5·18민주화운동을 조롱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무수히 많은 희생자가 존재하고, 그 유족들이 여전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고교 야구 대회에서 발생한 배재고 학생들의 언행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른바 ‘스타벅스 5·18 비하 사건’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상대 팀인 광주일고 선수들의 심리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잘못에 대한 합당한 책임과 반성은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하지만 정작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은 처벌의 방식과 지향점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성숙하기도 전에 주최 측은 해당 학생들에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안타깝게도 이 성급한 결정은 본질을 흐리고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됐다. 아이들의 철없는 행동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개입으로 인해 정작 상처받은 광주일고 학생들과 광주 공동체가 또다시 차가운 시선이라는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마침 배재고 가해 학생들이 7일 광주를 찾아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5·18민주묘지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정쟁 이전으로 돌아가 미처 논의하지 못한 본질을 마주해야 한다. 배재고 아이들이 정말 악하고 나쁜 본성을 지녀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렇게 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가진 5·18에 대한 교육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 게 타당하다. 설령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른다 할지라도 우리 사회 일부 어른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조롱의 문화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결국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일그러진 거울을 비췄을 뿐이다. 우리 어른들의 자성과 함께 조롱과 폄훼의 문화를 근절하려는 근본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영령들을 마주한다면 결코 그런 말을 함부로 던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배재고 학생들이 민주묘지에서 가슴으로 느꼈을 부끄러움과 깨달음은 그 어떤 제도적 징계보다 무겁고 값진 교육이었을 것이라 믿는다.해당 학생들과 학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처벌과 마음의 멍에를 짊어졌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는 이미 처벌의 실효성을 판가름할 만큼 높아졌다. 이제는 5·18 공동체가 먼저 손을 내밀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광주일고 또한 선처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혐오를 포용으로 감싸는 모습을 보여줄 때 광주정신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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