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공정수능

입력 2023.06.20. 16:05 최민석 기자

'광주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남구 봉선동에 가면 방과 후 학원으로 향하는 중·고교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책가방을 든 아이, 학원교재와 노트 등을 든 학생, 친구들과 햄버거 등을 먹으며 허겁지겁 학원과제를 푸는 삼삼오오 무리, 버스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바라보는 학생들, 풍경과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학입시 준비에 내몰린 아이들이다.

봉선동이나 가까운 학원가에 사는 부모들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원에 있거나 스터디룸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밤 9시 혹은 10시 무렵이 돼서야 집 초인종을 누른다.

한국 학생들은 10대 모든 시절을 오로지 대학진학을 위해 매달린다. 오로지 부모가 시키고 계획한대로 성장기를 보낸다. 입시교육에 매몰된 한국 교육의 민낯이자 현실이다.

공교육은 붕괴된 지 오래고 이른바 '강남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사교육이 교육을 쥐락펴락하는 가늠자가 됐다. 사교육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1980년대 무렵이다. 80년대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과외단속령'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 82년 대학예비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도입했지만 사교육 열풍은 잠재울 수 없었다. 되레 사교육시장에 기름만 부은 격이 됐다.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도입된 것은 94년이다. 그 사이 학령인구는 30만명 아래로 급감했고 4년제 대학은 200여개로 늘었다. 일반계고의 2022학년도 대학 진학률은 79%에 달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대학 진학률이 20%대인 점을 감안해도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SKY 등 서울 명문대와 인(iN)서울대를 가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 이후에도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수능'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가장 큰 혼란과 피해의 당사자는 1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다. 시험의 결과는 각자의 몫이지만 치러지는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사회 각 부문에서 '공정'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공정'을 세우는 일은 간단치 않다. 모두가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과 기준 위에 세워질 때 '공정'은 올곧게 설 수 있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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