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름 부르며 단번에 친구로
좋아하는 음식 통해 공통점 발견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놀이 호응
스카프 놀이 통해 근육 활용하기
자연을 몸으로 표현 창의력 키워
낭독 따라 몸짓하는 ‘책댄스’ 인기
“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잘하지 못해도 얼마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어서 용기가 생겨요!”
아파트 놀이터와 골목길을 채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부단히 뛰놀던 발걸음 소리는 축 처진 기분을 생기 있게 돋워주곤 했다. 흙먼지를 온몸에 묻히고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키는 한 뼘 더 자라 있고, 이름도 나이도 몰랐던 친구는 ‘베스트 프렌드’가 돼 내일 이 시간에 또 만나자며 짧은 새끼손가락을 걸어 단단한 약속을 지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어린이들의 겨울방학을 맞아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8일까지 진행한 어린이문화예술교육 ‘종합예술 선물상자’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뛰어놀며 꿈과 희망을 쑥쑥 키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잇따라 마련됐다.
이 가운데 놀이처럼 즐기는 움직임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몸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온몸으로 얍! 얍! 얍!’ 프로그램은 2월 7일과 8일 이틀간 어린이문화원 어린이극장에서 진행됐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어린이 무용 작품 ‘얍! 얍! 얍!’과 연계해 연구·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이날 수업이 시작되자 극장은 마치 놀이터를 연상케 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움직임과 멈춤, 놀이로 배우는 무용
프로그램은 옷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스티커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강사의 안내에 따라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름을 써 내려간 어린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보며 “이름이 예쁘다”고 칭찬하거나, 나이가 몇 살인지 묻고 단번에 친구가 되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크게 써 붙인 어린이들은 동그랗게 둘러앉아 친밀함을 상징하는 귀여운 카피바라 인형을 돌아가며 품에 안고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안녕, 내 이름은 조경서야. 나는 연두색을 좋아해.” 수줍은 첫 만남 속에서도 아이들은 작은 귀를 쫑긋 세우고 친구들의 이름을 외우려는 듯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차례로 소개하며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해 나갔다. 한 어린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김치를 꼽자 다른 어린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으로 김치를 이야기하며 한바탕 귀여운 소란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어린이는 싫어하는 음식으로 ‘우설’을 소개해 서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번째 놀이 ‘계란 펑’은 세 명이 한 팀이 돼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놀이다. 양쪽에 선 두 아이가 마주 보며 손을 맞잡아 노른자를 감싸는 ‘흰자’ 역할을 맡고, 가운데에 선 한 아이는 ‘노른자’가 된다. 강사가 노른자, 흰자, 폭탄이라는 키워드로 지시를 내리면 아이들은 재빨리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이며 새로운 팀을 구성해야 한다. 팀을 구성하지 못해 술래가 된 아이가 다음 지시를 내릴 수 있어 오히려 술래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생기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젬베를 활용한 놀이도 아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얼음땡’과 비슷한 방식으로 젬베를 두드리는 박자에 맞춰 춤을 추다가 연주가 멈추면 그 자리에서 멈춰야 하는 놀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포즈를 취했고, 자연스럽게 유연성과 지구력을 기를 수 있었다. 장난기 많은 남자아이들은 젬베를 연주하는 강사의 뒤에 몰래 숨어 있다가 들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반투명한 스카프를 활용한 놀이도 이어졌다. 아이들이 색색의 스카프를 하늘 높이 던지면 스카프가 바닥에 닿기 전까지 강사가 제시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방식이다. 박수 열 번 치기, 다섯 바퀴 돌기 등 몸의 잔근육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처럼 ‘온몸으로 얍! 얍! 얍!’ 프로그램에는 움직임과 멈춤이라는 무용의 두 가지 기본적인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놀이들이 주를 이뤘다. 이는 무용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가진 강사 밝넝쿨·인정주 안무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이들은 “무용이라고 하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역시 어렵게 느끼는데, 음악과 놀이를 활용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면 아이들의 신체·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패해도 다시 뛰는 즐거움
프로그램은 자연과 지구과학에 대한 이해로도 확장됐다. 객석에 둘러앉은 아이들은 안무가인 강사들이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고 그 동작이 어떤 자연물을 상징하는지 맞히는 퀴즈에 참여했다. 해와 달, 별과 바람, 나무 등 우리 삶과 늘 함께하는 자연물의 모습과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놀이는 ‘책 댄스’였다. 강사가 아름다운 표현이 담긴 어린이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낭독 음성에 맞춰 어울리는 몸짓을 표현하고, 낭독이 멈추면 그 자세 그대로 멈춤을 유지해야 했다. 이는 지난 1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독서국가 선포식’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는 학습 과정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이 책을 ‘몸’으로 읽고 느끼며 독서의 중요성과 매력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시간여에 걸친 다양한 놀이를 마친 어린이들은 끝으로 자신이 이날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색색의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고사리손에 알록달록한 사인펜을 쥐고 친구의 얼굴을 그리거나 가장 재미있었던 놀이 장면을 하얀 도화지 위에 옮겼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신해강 군(9)은 스카프를 활용한 놀이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신 군은 “처음에는 스카프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선생님이 시키는 걸 못 했는데, 몇 번 다시 하다 보니까 성공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여자인 정해담 양(8)은 ‘계란 펑’을 가장 인상 깊은 놀이로 꼽았다. 정 양은 “친구들이랑 계란을 만들고 술래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긴장됐다”며 “그러다가 ‘폭탄’이 나오면 재빨리 뛰어야 해서 짜릿하고 재미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을 진행한 밝넝쿨·인정주 안무가는 국립현대무용단 무용학교 어린이 클래스 ‘온몸으로 얍! 얍! 얍!’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국립현대무용단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동명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 현대무용 경험 확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인정주 안무가는 “기존 20차시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2시간으로 축약하다 보니 아이들과 진행하고 싶었던 모든 활동을 선보이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처음 만난 친구,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책 댄스’는 아이들이 책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놀이인 만큼, 이번 시간을 계기로 독서를 즐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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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산마을에서 만나는 추억의 음악
광주 서구 양3동에 문을 연 뮤직&아트뱅크. 김혜진기자 hj@mdilbo.com
“뮤직&아트뱅크에서 음악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전시를 열고 우리 지역 작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소개하려 해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나 캠핑 등 재미 있는 행사도 열며 특색을 갖춘 공간을 운영하려고 합니다.”지난 9일 만난 한국화가이자 뮤직&아트뱅크 공간을 오픈한 오창록 예륜협동조합 대표는 이 공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8년 전 문화예술기획단체 예륜협동조합을 설립한 오 대표는 2년 전 예륜협동조합 사무실을 양3동의 발산마을로 이사하며 2층 규모의 ‘예륜커뮤니티’를 만들었다. 2층은 사무실 겸 음악감상 공간으로, 30평 규모의 1층은 커뮤니티 공간 겸 갤러리 공간으로 꾸려 1층에서는 그동안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전시를 선보여왔다.“그동안 이 공간에서는 미디어아트 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고 20평 규모의 뒷 마당에서는 야외 프로젝트도 진행했었어요. 다양하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어 그동안 많은 고민과 실험을 펼쳤어요.”오 대표는 1층 공간을 올해부터 ‘음악’을 바탕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뮤직&아트뱅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운영을 시작하는 것.뮤직&아트뱅크에서 지난 10일 오픈해 오는 6월 8일까지 열리는 동명의 전시. 김혜진기자 hj@mdilbo.com이 공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공간 이름을 지은 후 지난 10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동명의 전시이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음악감독인 구훈 감독이 소장하고 있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LP 200장과 그 시절의 영화·드라마 포스터 30여 장으로 꾸려진 전시이다. 이 전시는 2003년 세종문화회관과 미국 LA에서도 진행되며 인기를 얻은 바 있다.곳곳에는 추억의 풍금, 축음기 등 22점의 앤틱 소품이 전시돼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전시 내용과 관련해 오 대표가 만든 영상과 작품도 눈에 띈다.또 아트상품도 전시해 이목을 끈다. 전시되어 있는 영화 포스터, 미술 작품을 머그잔에 인쇄한 것으로 원하는 작품으로 주문 제작할 수도 있어 추억으로 남기기에도 좋다.전시 중간중간에는 오창록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보인다. 대중적인 전시를 즐기며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뮤직&아트뱅크에서 지난 10일 오픈해 오는 6월 8일까지 열리는 동명의 전시. 김혜진기자 hj@mdilbo.com“공간 이름을 뮤직&아트뱅크로 지은 이유가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또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여기서 작품이 팔리면 다시 지역 작가 작품들을 사서 노출하는 방식으로 선순환하려고 해요. 모든 전시에 적은 수라도 꼭 지역 작가 작품을 걸으려고 합니다.”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정식으로 전시 개최 전, 공간을 개방했는 데 많은 인근 주민이 찾아와 즐겁게 관람하다 돌아갔다고. 음악, 영화에는 그것을 향유했던 시절의 기억 뿐만 아니라 젊은 날의 자신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오 대표는 앞으로 이곳에서 음악을 바탕으로 한 미술 작품 전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펼칠 계획이다. 음악 감상회는 이번 전시와 함께 시동을 걸었다. 오는 25일을 시작으로 2주마다 진행될 예정이다.“제가 워낙 음악을 좋아해 하나 둘 모은 LP가 상당히 많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또 음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해 함께 음악을 듣고 차와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전시는 17일~19일 3일 동안 휴관하며 관람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이다. 사전에 예약하면 오전 시간에도 관람할 수 있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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