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독립서점·출판사 북마켓
김정숙 여사 평산책방 홍보 나서
담배갑 모양 시집, 타로점 ‘눈길’
“다채로운 독서문화 정착 노력”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친구들과 더 잘지내고 싶다고 했잖아요. 친구에게는 이 책을 추천해 드릴게요. 여기 적힌 문구가 친구에게 힘이 될 거에요."
한 초등학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타로 점을 보기 시작한다. 함께 온 어머니는 아들이 무슨 고민이 있을까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여느 타로 점과 달리 상담사는 작은 크기의 엽서를 학생에게 내민다. 엽서에는 학생의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의 한 구절이 적혀 있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 진행 중인 '책 읽는 ACC'의 체험 프로그램 중인 하나 '타로 북큐레이션'의 모습이다. 타로점을 본 후 힘이 되는 책 속 문구와 책을 추천해 주는 이색 체험에 주변의 방문객들도 하나둘 줄을 서기 시작했다.

ACC에서 사흘 동안 개최된 독서문화 프로그램 '책 읽는 ACC'가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ACC 문화정보원 도서관 주변을 가득 메웠으며, 새로운 독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색 부스들이 눈길을 끌었다.
28일 오전 ACC 문화정보원과 문화창조원 '책 읽는 ACC'에 참여하는 방문객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올해 3회째인 이번 '책 읽는 ACC'는 '북(BOOK)적 북(BOOK)적한 하루'를 주제로 지난 26일부터 각종 체험 프로그램, 북 마켓, 인문 포럼 등이 진행됐다. 도서 낭독 공연과 포럼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야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28일 비 예보로 인해 내부에서 진행됐다.
문화정보원 지하3층 로비와 대나무 정원에서는 특색 있는 전국의 독립서점, 출판사 40곳이 참여해 다양한 도서와 관련 상품(Goods)을 판매하는 '북 마켓'이 열렸다.
가장 눈길을 끈 부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양산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평산책방' 부스였다. 이곳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저서뿐만 아니라 그가 평소 추천한 도서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27일에는 김정숙 여사가 직접 ACC를 방문해 '북 마켓' 참가 부스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격려했고, 직접 '평산책방' 부스에서 방문객을 맞아 책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28일 역시 많은 방문객이 평산책방 앞 부스를 메웠다. 일신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서윤·김서준(12) 쌍둥이 남매는 '문재인의 독서노트'와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정치하는 아이들'을 구매했다.
김 양은 "지난해에는 양산에 직접 들렀는데 가까운 ACC에서 평산책방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신훈정 평산책방 사무처장은 "문 전 대통령에게 관심있는 분들이 저희 책방을 찾아오면서 다른 부스도 함께 들르는 것 같아 기쁘다"며 "독서 문화가 확산되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담배갑 모양의 상자에 시를 넣어 파는 출판사 '주머니시'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2018년 금연캠페인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 출판사 설립으로까지 이어졌고, 212명의 시인과 함께 '주머니시'만의 독특한 시집을 만들고 있다.

주머니시 부스에서 만난 윤경희(18)양은 "지난해 우연히 SNS에서 봤는데 아기자기한 상자에서 시를 꺼내 읽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해 빠져 들었다"며 "크기도 작고 갖고 다니기 좋아 친구들에게 선물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아시아 국가와 협업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드는 출판사 '섬드레', 16살에 어린이 책을 쓰고 출판사를 차린 정한나 작가의 '이책사' 부스 등도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 잡았다.
체험 존에서는 광주시립점자도서관과 협업한 점자 쓰기, 촉각 체험뿐만 아니라 '타로 북큐레이션', '나만의 책 표지 만들기', '문장 필사'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어린이 방문객이 늘었는데,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고르게 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부스 관계자들도 감명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특징을 지닌 서점과 출판사의 참여를 늘려 다채로운 독서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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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간 조화 탐구한 '오방색 화가' 작품세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6관에서 내년 1월18일까지 열리는 '오승윤: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 전
오방색 풍수화를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탐구해온 오승윤 화백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첫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김상욱)은 한국 구상 회화를 대표하는 고(故) 오승윤(1939~2006)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 '오승윤: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을 오는 1월 18일까지 복합전시 6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 오지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한 오 화백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한 자리다. 한국적 정서와 색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독창성을 국립기관에서 재평가하는 첫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전시는 평생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탐구해 온 오 화백의 사유를 따라가는 구성으로 마련됐다. 회화 30점과 판화 7점을 포함한 총 37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그가 집중적으로 탐구한 풍수, 오방색, 민속적 조형미를 통해 한국 회화의 색채 미학과 정체성을 세계적 언어로 확장해 나간 과정을 면밀히 보여준다.'대한'(1973)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초기 대표작 '대한(大寒)'(1973)은 노인의 얼음낚시 장면을 중심으로 겨울의 차가운 기운을 대담한 색채 대비로 포착한 작품이다. 눈 덮인 빙판, 붉은 목도리, 푸른 그림자가 이뤄내는 감성적 조형이 사실적 묘사와 색채 감각을 극대화한다.이어지는 작품에서는 프랑스 유학 이후 1980년대부터 한국적 정서를 다시 찾기 위해 10년간 전국을 답사했던 시기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회상(回想)'(1995)은 연꽃 위 여성을 중심으로 물고기, 학, 오리, 거북, 해, 산 등 한국적 상징들을 화면 전면에 배치해 한국 미감의 보편성을 우아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1996년 몬테카를로 국제현대미술전 특별상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상징적 회화의 전환점이 됐다.'풍수 무등산'(1996)상징적 회화의 정점은 '풍수' 연작에서 나타난다. '풍수 무등산'(1996)은 그에게 일상의 산이었던 무등산을 단순화된 형태와 오방색의 조화로 표현하며 순수함과 평온함이 깃든 이상적 자연을 구현했다. 새·사슴·물고기·꽃 같은 생명 요소와 산·하늘·물·초가 등 자연의 구성 요소가 하나의 질서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또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흑백 판화 연작 7점은 금강산, 초가, 꽃 등의 모티프를 흑백의 대칭미로 담아낸 작품으로 그의 색채 중심 회화와는 또 다른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바람과 물의 역사'(2004)오 화백의 예술관을 집약한 대표작 '바람과 물의 역사'(2004·전남도립미술관 소장)는 600호에 이르는 대작이다. 오방색을 토대로 우주의 원리와 만물의 생성·순환 구조를 그려 인간, 동식물, 대지, 하늘이 하나의 질서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환희가 화면 전체에 흐른다. 그는 이 시기 작가 노트에 "해와 바람, 흙과 물, 나무와 풀, 그리고 우리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것이 곧 선(禪)"이라 적어 자연과 인간의 본래적 조화를 예술을 통해 회복하고자 하는 철학을 밝혔다. 작품 속 대례복을 입은 여인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심 끝에 도달한 인간 존엄의 상징으로 자리하며, 양옆의 연잎 위 누드 여성들은 불교적 상징성뿐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여성을 순수하게 형상화한다.이 외에도 '선녀도(仙女圖)'(1999)에서는 인체가 지닌 본질적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를 사실적 묘사로 풀어내고, 점묘법으로 완성된 '수련'에서는 노란색과 오방색의 섬세한 조화를 통해 색채 대비의 울림을 만들어낸다.고(故) 오승윤(1939~2006) 화백오승윤 화백의 손녀 박지윤 씨는 "할아버지께서는 살아계실 때 작품으로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으셨는데 20년 만에 할아버지께서 사랑하던 광주 시민들에게 작품이 돌아오게 돼 기쁘다"며 "특히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불교 미술적 특징을 주목해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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