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빈곤·기후 위기···우리의 '봄'은 어디까지 왔는가

입력 2025.09.03. 15:56 임창균 기자
ACC 내년 2월까지 국제협력전시 ‘봄의 선언’
홍콩·독일 기관과 기획 행사 준비
국내외 16명 작가 27개 작품 선봬
전시관 공중 매달린 영상작품 눈길
근현대 역사-굿 의식 결합 작품도
“ACC 미래 10년 조망할 전시 의미”
ACC 특별전시 '봄의 선언'이 열리는 복합전시1관 전경

국내외 예술가와 기관들이 함께 모여 전쟁, 빈곤, 기후 문제에 대한 고민을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에서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풀어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4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복합전시1관과 미디어큐브 일원에서 개관 10주년 특별전시 '봄의 선언'을 개최한다.

'봄의 선언'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까지 수많은 투쟁과 격변을 겪은 아시아가 오늘날에도 복잡한 국면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며 제이슨 W. 무어와 도나 해러웨이 같은 석학들이 제시한 '자본세' 담론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예술로 표현한다.

이를 위해 ACC는 지난 1월부터 세계적인 문화예술기관인 홍콩 M+, 독일 ZKM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16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2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젊은 작가부터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을 대표한 작가까지 폭넓게 구성돼있으며, 작가들의 신작은 물론 M+와 ZKM의 소장품도 선보인다.

복합전시 1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공중에 매달린 영상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티스트 듀오 '장영혜중공업'의 '서울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39분 35초분량으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서구 출신의 정치적 난민 조 씨가 '서울랜드'에 입국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쇠퇴와 부상을 반복하는 민주주의 현주소를 위트있게 표현했다.

박경근의 '15가지 시간'과 '부피의 관점'

공중에 매달린 작품은 또 있다. 박경근의 '15가지 시간'은 광주에서 만난 15인의 시민이 5·18을 추모하는 모습을 담았다. 거대한 화면을 채우는 시민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5·18에 대한 표현이 된다. '15가지 시간' 바로 아래에는 박 작가의 '부피의 관점'이 매달려 있다. 3D모델링을 통해 만든 5m 길이의 조형물로 금남로를 음각으로 떠내 굳힌 형상을 띠고 있다. '15가지 시간'과 연계해 특정 공간이 가져다 주는 기억과 감각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앤 덕희 조던의 '깊은 곳으로'

터널 구조물을 활용한 앤 덕희 조던의 '깊은 곳으로'도 눈에 띈다. 입구에서 관람객의 얼굴을 카메라로 스캔하면 인간의 형태가 사라지고 기괴한 심해 생물로 모습이 변하는데, 그 생물은 그대로 터널 내부에 바닷속을 여행한다.

전시관 안쪽에는 이끼바위쿠르르의 '누가 마을을 잊었는가'가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도시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시골 마을 속 삶의 방식을 영상, 오브제, 재현된 유물 등으로 표현했다.

페르난도 팔마 로드리게스의 '칵판틀리-말하는 신발들의 벽'

페르난도 팔마 로드리게스의 '칵판틀리-말하는 신발들의 벽'은 100켤레의 중고 작업화에 손과 입을 달아, 그 신받들을 신었던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표현한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1995Hz는 15분 분량의 '신이 빈 자리에'를 전시관이 아닌 예술극장 로비에서 선보인다. 무등산권 무당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매개한 존재였음을 인식하고, 근현대 광주의 역사와 제의적 행위인 굿을 결합해 재해석한다.

이번 '봄의 선언'에서는 전시 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연계돼 펼쳐질 예정이다. 4일 오후 3시 40분에는 1995Hz 개막 퍼포먼스가 진행되며, CATPC의 영상 상영(10월), 이끼바위쿠르르의 전통예술 워크숍(11월), 최찬숙의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12월), 서동진과 호 루이 안의 대담(1월) 등이 연계돼 열릴 예정이다.

이끼바위쿠르르의 '누가 마을을 잊었는가'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봄의 선언'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예술이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응하는 목소리를 담아낸 기념비적 전시이자 10년을 맞이한 ACC의 미래 10년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라며 "기술과 생태,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담대한 선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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