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독일 기관과 기획 행사 준비
국내외 16명 작가 27개 작품 선봬
전시관 공중 매달린 영상작품 눈길
근현대 역사-굿 의식 결합 작품도
“ACC 미래 10년 조망할 전시 의미”

국내외 예술가와 기관들이 함께 모여 전쟁, 빈곤, 기후 문제에 대한 고민을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에서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풀어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4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복합전시1관과 미디어큐브 일원에서 개관 10주년 특별전시 '봄의 선언'을 개최한다.
'봄의 선언'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까지 수많은 투쟁과 격변을 겪은 아시아가 오늘날에도 복잡한 국면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며 제이슨 W. 무어와 도나 해러웨이 같은 석학들이 제시한 '자본세' 담론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예술로 표현한다.
이를 위해 ACC는 지난 1월부터 세계적인 문화예술기관인 홍콩 M+, 독일 ZKM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16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2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젊은 작가부터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을 대표한 작가까지 폭넓게 구성돼있으며, 작가들의 신작은 물론 M+와 ZKM의 소장품도 선보인다.
복합전시 1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공중에 매달린 영상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티스트 듀오 '장영혜중공업'의 '서울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39분 35초분량으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서구 출신의 정치적 난민 조 씨가 '서울랜드'에 입국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쇠퇴와 부상을 반복하는 민주주의 현주소를 위트있게 표현했다.

공중에 매달린 작품은 또 있다. 박경근의 '15가지 시간'은 광주에서 만난 15인의 시민이 5·18을 추모하는 모습을 담았다. 거대한 화면을 채우는 시민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5·18에 대한 표현이 된다. '15가지 시간' 바로 아래에는 박 작가의 '부피의 관점'이 매달려 있다. 3D모델링을 통해 만든 5m 길이의 조형물로 금남로를 음각으로 떠내 굳힌 형상을 띠고 있다. '15가지 시간'과 연계해 특정 공간이 가져다 주는 기억과 감각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터널 구조물을 활용한 앤 덕희 조던의 '깊은 곳으로'도 눈에 띈다. 입구에서 관람객의 얼굴을 카메라로 스캔하면 인간의 형태가 사라지고 기괴한 심해 생물로 모습이 변하는데, 그 생물은 그대로 터널 내부에 바닷속을 여행한다.
전시관 안쪽에는 이끼바위쿠르르의 '누가 마을을 잊었는가'가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도시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시골 마을 속 삶의 방식을 영상, 오브제, 재현된 유물 등으로 표현했다.

페르난도 팔마 로드리게스의 '칵판틀리-말하는 신발들의 벽'은 100켤레의 중고 작업화에 손과 입을 달아, 그 신받들을 신었던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표현한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1995Hz는 15분 분량의 '신이 빈 자리에'를 전시관이 아닌 예술극장 로비에서 선보인다. 무등산권 무당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매개한 존재였음을 인식하고, 근현대 광주의 역사와 제의적 행위인 굿을 결합해 재해석한다.
이번 '봄의 선언'에서는 전시 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연계돼 펼쳐질 예정이다. 4일 오후 3시 40분에는 1995Hz 개막 퍼포먼스가 진행되며, CATPC의 영상 상영(10월), 이끼바위쿠르르의 전통예술 워크숍(11월), 최찬숙의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12월), 서동진과 호 루이 안의 대담(1월) 등이 연계돼 열릴 예정이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봄의 선언'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예술이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응하는 목소리를 담아낸 기념비적 전시이자 10년을 맞이한 ACC의 미래 10년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라며 "기술과 생태,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담대한 선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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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간 조화 탐구한 '오방색 화가' 작품세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6관에서 내년 1월18일까지 열리는 '오승윤: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 전
오방색 풍수화를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탐구해온 오승윤 화백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첫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김상욱)은 한국 구상 회화를 대표하는 고(故) 오승윤(1939~2006)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 '오승윤: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을 오는 1월 18일까지 복합전시 6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 오지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한 오 화백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한 자리다. 한국적 정서와 색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독창성을 국립기관에서 재평가하는 첫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전시는 평생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탐구해 온 오 화백의 사유를 따라가는 구성으로 마련됐다. 회화 30점과 판화 7점을 포함한 총 37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그가 집중적으로 탐구한 풍수, 오방색, 민속적 조형미를 통해 한국 회화의 색채 미학과 정체성을 세계적 언어로 확장해 나간 과정을 면밀히 보여준다.'대한'(1973)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초기 대표작 '대한(大寒)'(1973)은 노인의 얼음낚시 장면을 중심으로 겨울의 차가운 기운을 대담한 색채 대비로 포착한 작품이다. 눈 덮인 빙판, 붉은 목도리, 푸른 그림자가 이뤄내는 감성적 조형이 사실적 묘사와 색채 감각을 극대화한다.이어지는 작품에서는 프랑스 유학 이후 1980년대부터 한국적 정서를 다시 찾기 위해 10년간 전국을 답사했던 시기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회상(回想)'(1995)은 연꽃 위 여성을 중심으로 물고기, 학, 오리, 거북, 해, 산 등 한국적 상징들을 화면 전면에 배치해 한국 미감의 보편성을 우아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1996년 몬테카를로 국제현대미술전 특별상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상징적 회화의 전환점이 됐다.'풍수 무등산'(1996)상징적 회화의 정점은 '풍수' 연작에서 나타난다. '풍수 무등산'(1996)은 그에게 일상의 산이었던 무등산을 단순화된 형태와 오방색의 조화로 표현하며 순수함과 평온함이 깃든 이상적 자연을 구현했다. 새·사슴·물고기·꽃 같은 생명 요소와 산·하늘·물·초가 등 자연의 구성 요소가 하나의 질서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또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흑백 판화 연작 7점은 금강산, 초가, 꽃 등의 모티프를 흑백의 대칭미로 담아낸 작품으로 그의 색채 중심 회화와는 또 다른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바람과 물의 역사'(2004)오 화백의 예술관을 집약한 대표작 '바람과 물의 역사'(2004·전남도립미술관 소장)는 600호에 이르는 대작이다. 오방색을 토대로 우주의 원리와 만물의 생성·순환 구조를 그려 인간, 동식물, 대지, 하늘이 하나의 질서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환희가 화면 전체에 흐른다. 그는 이 시기 작가 노트에 "해와 바람, 흙과 물, 나무와 풀, 그리고 우리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것이 곧 선(禪)"이라 적어 자연과 인간의 본래적 조화를 예술을 통해 회복하고자 하는 철학을 밝혔다. 작품 속 대례복을 입은 여인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심 끝에 도달한 인간 존엄의 상징으로 자리하며, 양옆의 연잎 위 누드 여성들은 불교적 상징성뿐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여성을 순수하게 형상화한다.이 외에도 '선녀도(仙女圖)'(1999)에서는 인체가 지닌 본질적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를 사실적 묘사로 풀어내고, 점묘법으로 완성된 '수련'에서는 노란색과 오방색의 섬세한 조화를 통해 색채 대비의 울림을 만들어낸다.고(故) 오승윤(1939~2006) 화백오승윤 화백의 손녀 박지윤 씨는 "할아버지께서는 살아계실 때 작품으로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으셨는데 20년 만에 할아버지께서 사랑하던 광주 시민들에게 작품이 돌아오게 돼 기쁘다"며 "특히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불교 미술적 특징을 주목해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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