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세기 유물 그대로
항온·향습 유지 보관 중
창제작센터도 함께 선봬
최첨단 기술설비 갖춰져
콘텐츠 창·제작 거점 공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10년간 수많은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열려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라키비움' 공간으로도 자리 잡았다. ACC의 다양한 공간을 많은 시민들이 둘러보았을 테지만, 아직까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비밀스런 장소도 있다.
바로 지하 4층에 자리 잡은 수장고와 창제작센터다. 수장고에는 1만9천여점의 아시아 문화 자료들을 보관 중이며, 창제작센터에서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수장고, 亞 문화교류 상징
15일 오전 ACC 출입 기자들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ACC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수장고와 창제작센터는 문화정보원부터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지하 4층에 걸쳐 있다. 직원들만 출입이 가능하며 일반 시민들에게는 철저히 공개되지 않은 '금단의 지역'이다.
수장고에 들어갈 때는 신발 대신 슬리퍼로 갈아 신고, 먼지 제거를 위해 '스티키매트'를 밟고 들어가야 한다.
ACC 수장고는 총 네 곳으로 나뉘는데 이날은 아시아 각국의 생활문화자료를 보관한 수장고 3·4를 둘러볼 수 있었다.
당초 ACC에는 아카이브 자료를 보관하던 수장고 1·2 밖에 없었으나 지난 2018년 네덜란드의 누산타라 박물관으로부터 인도네시아의 생활유물과 민속자료를 대거 들여오면서 수장고 3·4가 추가로 마련됐다.
수장고에 들어서면 선반에 질서정연하게 놓인 생활유물들과 함께 온습도를 표시하는 기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온도는 항상 20도 내외를, 습도는 50~60%를 유지한다. 다만 금속 공예품을 주로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4의 경우 습도를 이보다 낮은 35~45%로 유지하고 있다.
이곳 수장고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물이나 중요한 문화재는 없다. 다양한 국가와 개인으로부터 기증받거나 구입한 자료들 모두, 17~20세기 사이에 주민들이 실제 사용하거나 예술가들이 거리에 팔던 물건들이다. 다양한 크기의 집 모형과 배 모형, 사냥 도구, 코코넛을 짤 때 쓰는 그릇, 힌두교와 고유 민속신앙이 한데 뒤섞인 신상 등 종류도 다양하다.
현장을 안내한 박재상 학예연구사는 이 중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의자를 가장 가치 있는 자료로 꼽았다. 등받이부터 팔걸이와 받침까지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모습이 높은 품격을 가늠하게 해주었다. 특히 3D 프린터로 보강한 한쪽 팔걸이와 수선한 흔적이 남아있는 방석은 300년이라는 긴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듯 했다.
박재상 학예연구사는 "ACC에서는 아시아문화를 이해하고 알리기 위해 각 나라 문화 원형을 반영하고 있는 물품들을 수집하고 있는데, 정작 그 나라에서는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관 중인 자료 중에는 이제는 만드는 방법이 사라진 물건들도 많아 갈수록 가치가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직접 만져본 인도네시아 전통 인형 '와양'도 그중 하나다. 그림자 인형극에 활용되는 '와양'은 ACC에서만 6천323점을 보관하고 있다.
"이 같은 자료들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ACC에서는 별도의 완충재와 보관용 골판지를 주문 제작하고, 금속 공예 작품의 경우 산화를 막기 위해 호주에서 개발된 밀폐 봉투 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박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현재 ACC 수장고에는 1만4천409건, 총 1만9천17점의 자료가 보관 중이다. 이중 다수를 차지하는 동남아시아 자료들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실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에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우즈베티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다양한 생활문화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개관할 중앙아시아실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예술인들의 상상을 현실로
ACC 지하 4층에는 다양한 최신 설비를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창제작센터도 자리잡고 있다. 크게 기계조형 스튜디오, 복합스튜디오, 미디어 스튜디오로 나뉜다.
기계조형 스튜디오에는 목재 가공실과 용접실, 도색실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작가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조형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시제품 제작을 위한 기술 설비가 제공되는데, 안전을 위해 작가 대신 각 설비별 담당 직원들이 제작을 맡는다.
복합스튜디오는 융복합 콘텐츠 창·제작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3D 프린팅과 스캐닝이 가능한 제작실과 레지던시 작가들의 작업공간인 '워크룸'을 갖추고 있다. 무대와 전시실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에서 창·제작 콘텐츠들을 바로 시연하고 레지던시 결과를 보고하기도 한다. 내년부터는 광주·전남지역 작가들에게도 레지던시 기회가 제공돼 이들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미디어 스튜디오는 다면체 미디어 래핑, 입체영상·음향 기술을 갖춘 첨단 미디어 창·제작 공간이다. 17대의 모션 캡쳐 카메라를 통해 동작을 감지하고 구현하는 입체영상실, 32채널 스피커를 갖추고 위치데이터와 사운드를 결합하는 입체음향실을 통해 다양한 융복합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활용된 기술들은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된 미래운동회에서 구현된 바 있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지금까지 전당에서 진행된 여러 공연과 전시의 밑바탕에는 수장고와 창제작센터가 있었다"며 "전당이 지니고 있는 훌륭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앞으로도 아시아문화교류와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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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닐·캡모자·부채···ACC 콘텐츠 상품 '인기'
ACC 문화상품점 ‘들락(DLAC)’. ACC 재단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사장 김명규)의 문화상품점 ‘들락(DLAC)’이 개점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 매출 3억원을 넘어섰다. 문화 콘텐츠를 일상 속 상품으로 풀어내는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27일 ACC 재단에 따르면 들락은 2023년 6월 개점 이후 매년 1억원 안팎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개점 첫해인 2023년 매출은 8천600만원으로 당시 개발된 문화상품은 33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상품 개발 종수가 112종으로 늘어나며 매출이 2억2천만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122종의 상품을 선보이며 연매출 3억3천만원을 기록했다. 문화상품이 기념품을 넘어 ACC 브랜드와 콘텐츠를 확장하는 주요 접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ACC 문화상품점 ‘들락’에서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ACC 콘텐츠 상품들.ACC 광장 옆에 자리 잡은 들락(DLAC)은 ‘Dots and Lines to Asian Culture’의 약자로, 서로 다른 점들이 선으로 이어져 하나의 문화적 맥락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과 예술, 콘텐츠와 일상이 점으로 찍힌 뒤 상품이라는 선을 통해 연결되듯, 아시아 문화예술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비자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라는 기획 의도가 반영된 공간이다.지난해 들락에서 판매된 문화상품은 ACC 기관 상품, ACC 콘텐츠 상품, ACC 디자인(BI) 상품 등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ACC의 전시와 연구 성과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콘텐츠 상품들이 특히 관심을 받았다.ACC 문화상품점 ‘들락’ 전경.들락의 콘텐츠 상품은 전시 기획 단계부터 함께 구상된다. 매년 초 전시기획과와 협의를 거쳐 연간 전시 일정과 주요 기획을 공유하고, 그중 상품으로 확장할 전시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이후 전시 콘셉트에 맞는 상품군을 제안하면 전시기획과가 참여 작가들과 내부 논의를 통해 어떤 작품을 어떤 디자인으로 구현할지 최종 결정한다. 전시의 메시지와 작가의 작업 세계가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기획 단계부터 조율하는 구조다.27일 찾은 ACC 문화상품점 ‘들락’. 판매 중인 문화상품들이 진열돼있다.ACC 재단의 상품 판매량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ACC 콘텐츠 상품 가운데 판매 상위권에 오른 제품은 ‘아시아 사운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바이닐 음반과 료지 이케다 전시 연계 상품인 SAN SAN GEAR 협업 모자, 그리고 ‘애호가 편지’ 전시에서 파생된 한지 부채인 것으로 나타났다.‘아시아 사운드 아카이브’ 바이닐은 1970년대 한국 재즈 아티스트들이 예견했던 한국적 사운드를 출발점으로 한다. 1960~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어법과 신민요, 전통 장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담았으며 500매 한정 제작으로 기록성과 소장 가치를 동시에 갖췄다.일본 작가 료지 이케다의 전시와 협업한 SAN SAN GEAR 모자는 전시 타이포그래피와 ‘data.gram series’ 작품을 그래픽 요소로 재구성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작가의 작업 세계를 패션 아이템으로 번역해 전시 관람 이후에도 작품의 이미지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애호가 편지’ 전시를 바탕으로 제작된 한지 부채는 남원에서 50년 이상 부채를 만들어온 최수봉 장인이 손잡이와 부챗살을 직접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한지에는 판화 기법 가운데 하나인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전시를 상징하는 무궁화와 장미 이미지를 인쇄해 전시의 아련한 감성을 생활 소품에 담아냈다.27일 찾은 ACC 문화상품점 ‘들락’에 진열돼있는 ACC 콘텐츠 상품 ‘아시아 사운드 아카이브’ 바이닐.ACC 디자인(BI)을 중심으로 한 들락 자체 브랜드 상품도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들락 양우산과 니트 블랭킷, 수건 등은 ACC 방문 경험을 일상으로 이어주는 생활형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ACC재단은 올해 상반기 50여 종의 신규 문화상품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캘린더 스티커와 양말, 만년일력 등 생활 밀착형 상품과 함께 티셔츠, 큐브 메모지, 렌티큘러 엽서 등 콘텐츠 연계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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