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서 10월까지 25회 진행
트라우마 전하는 오월가족 강연
헬기 사격 진실 보는 탐방 프로
5·18 진실, “후세대에 이어지길”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앞두고 전국에서 수많은 방문객들이 광주를 찾는 가운데,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는 오월가족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직접 들어보고 건물 곳곳에서 45년 전의 흉터를 찾아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11일 오후 전일빌딩 245.
"5·18민주화운동은 왜 일어났을까요?"하는 해설사의 물음에 "전두환이 광주에 계엄군을 보내서요", "광주 시민들이 끝까지 저항했어요" 등 어린이들의 당찬 대답이 이어졌다.

이들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인 프로그램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 참여자들이다.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는 오월가족이 겪은 오월의 기억과 현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오월가족 '과 오월 안내 해설사와 함께 전일빌딩245를 탐방하는 '해설 프로그램'으로 구성, 오는 10월까지 총 25회 운영된다. 이번 달에는 8~11일, 14~18일, 21~25일 등 총 14회 진행된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광주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참여자 30여명이 오월 가족과 해설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오월가족 강연'에서는 5·18부상자를 남편으로 둔 한 오월어머니의 사연과 가족들이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참여자들은 뒤이어 전일빌딩245의 옥상으로 올라가 옛 전남도청 일대를 살펴보고 10층의 5·18 전시관으로 이동해 45년 전 5·18민주화운동의 상처를 눈에 담았다. 당시 전남도청에 있다가 마지막날에 빠져나온 김순이 해설사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참여자들은 원형이 보존된 총탄 흔적에 눈을 떼지 못했다.
김 해설사가 "살아남은 자의 몫이라 생각하고 해설을 하고 있다. 여러분도 여기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해주길 바란다"고 하자 참여자들도 "그렇게 하겠다"며 박수로 화답했다.
부산에서 온 박수이(10)양은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총을 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는데 총알 자국을 보고 나니 너무 화가 나고 돌아가신 분들이 안쓰럽다"며 "나였으면 무서워서 도망갔을 것 같은데 끝까지 저항한 광주시민들이 대단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을 안내한 연아름 해설사는 "올해 5년을 맞은 ACC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는 오월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을 수 있어 뜻깊은 프로그램"이라며 "다음 세대에 5·18의 진실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가슴에 묻은 오월 이야기' 참가 신청은 ACC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예매나 현장 예매 모두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참여가 가능하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
모든 창조물이 사라진 후···'우리'가 남았다 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4막에서 관객들이 관측도구를 통해 가상의 일식을 체험하고 있다. 야산의 구덩이에서 빛이 나고, 발 밑으로 검은 물이 밀려들며 하늘에는 거대한 태양이 뜬다. 세상이 창조되는 7일의 시간, 관객은 무대 위에서 재현된 신화를 직접 목도하지만 창조된 모든 것이 사라진 후 암전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예술극장 극장 1에서 오브제 연극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를 선보였다. 대사 없이 오브제와 퍼포머의 움직임만으로 오월 광주의 본질을 조명하려 한 작품으로 7일간의 천지창조와 7일간의 종말을 극의 구조로 활용했다. 연출은 연출가 적극, 음악감독은 신원영과 해미 클레멘세비츠가 맡았다.극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객석 없는 무대로 바로 올라선다. 무대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원형 관측도구가 줄지어 서 있고 멀리 정면으로는 거대한 원형 나무 스크린과 빛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관객들은 진행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스크린 가까이로 걸어간다. 무대 바닥 리프트가 층층이 올라가 있어 마치 산을 오르는 듯하다. 단차를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구덩이 앞에 서면 암전되고 극은 시작된다.1막 '빛이 있으라'는 광주교도소 인근 야산을 재현했다. 구덩이 속에서 퍼포머들은 전선다발로 얽힌 전구를 이리저리 들다가 쓰러진다. 1막은 빛과 통증, 감각에 집중해 다양한 움직임과 도구들을 선보인다. 극의 설정은 메이의 소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속 '사람들이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서 어느 날부터 갑자기 환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는 문구에서 인용했다.1막이 마무리되고 관객들은 처음 있던 장소로 다시 '산'을 내려가고, 구덩이가 있던 야산은 무대리프트가 내려가며 평평하게 사라진다.2막 '물과 빈 공간이 있으라'는 금남로와 충장로를 표현했다. 모포를 들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퍼포머들에게 다가가면 거대한 검은색 비닐 튜브가 관객들 사이를 비집으며 지나간다. 비닐 튜브는 거대한 물길 같기도, 성난 사람들의 물결 같다가도 퍼포머들이 튜브에 칼질을 하는 순간 바람이 빠지며 힘을 잃고 만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3막에서 장교복을 입은 퍼포머들이 풍물을 연주하고 있다.3막 '땅과 나무가 있으라'에서는 김복만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풍물패가 나선다. 동유럽의 장교복을 입고 풍물을 치는 이들은 마치 군대가 대오를 변경하며 진법을 짜듯 무대 위를 이리저리 밟고 다닌다. 연주가 마무리되는 순간에는 패트병 다발로 엮인 줄이 한데 모아져 거대한 탑을 만든다.4막 '해와 달과 별이 있으라' 에서는 6m 지름의 거대한 원형 스크린이 '태양'이 된다. 관객들은 5·18 희생자의 흑백사진을 관측도구에 설치하고 1.5㎝ 크기의 찰흙 달 모형을 이리저리 움직여 가상의 일식 현상을 확인한다. 관객들은 희생자의 눈 속에서 재현된 일식을 통해 시간과 죽음의 거리를 뛰어 넘는다.5막 '새와 물고기가 있으라'는 전일빌딩의 헬기사격을 재현한다. 육중한 물고기 모형이 기계의 힘을 통해 하늘 위로 올라가고 관객들이 추앙하듯 이를 바라본다. 그러다 어지럽게 울리는 총성과 함께 핀조명이 무대 곳곳을 때리며 점멸한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6막에서 5·18 희생자들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선보이고 있다.6막 '동물과 사람이 있으라'는 노아의 방주를 패러디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선보인다. 배가 띄워지는 강가는 도청의 분수대가 되고 광주의 희생자들이 극중극에 참가하기 위해 여러 동물로 분장한다. 성악을 전공하고 싶던 여고생 현주는 토끼를 맡고, 이마에 총을 맞아 죽은 임신부 미애와 뱃속의 아이는 캥거루로 출연한다. 자살한 공수부대원은 갑옷처럼 찰랑거리는 망토를 매고 닭처럼 무대를 활보한다. 음악감독인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직접 관객 사이를 지나다니며 기타를 연주하고, 45년의 시간을 지나 무대를 뛰어다닌 희생자들은 기념촬영을 끝으로 퇴장한다.7막의 인터미션 이후 8막의 종말에서는 극이 진행되며 무대에 설치된 창조물들이 역순으로 철거된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어디로나 흐르는 광주'는 고정된 객석 없이 관객이 직접 공간을 이동하며 관람하는 오브제 연극이다. 관객들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새로운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고, 각자의 해석에 따라 작품을 '신화의 재구성'으로 혹은 '광주의 재조명'으로 느낄 수도 있다. 관객이 서 있는 무대 위에서 7일간 천지가 창조됐듯,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광주에서는 45년 전 비극이 써 졌다. 무대 위 구조물이 사라지고 텅 빈 무대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신화를 목격하고 진실을 알고 있는 관객이, 우리가 남아있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 · "문화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구현, 절체절명의 과제"
- · 美미술 황금기 '뉴욕 추상'의 진수, 광주서 만나다
- · 만들고 뛰다 보니 어느새 하나 된 '특별한 운동회'
- · 첨단기술·예술 융합한 '미래 운동회' 열린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