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놀이에 신기술 접목
동작분석·모션캡처 재미 더해
땅다먹기 등 8가지 종목 체험
새 종목 개발 '해커톤' 이벤트
4차례 대규모 운동회 행사도

우리에게 익숙한 '운동회'는 맑은 하늘 아래 만국기가 휘날리고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에도 이런 운동회의 풍경이 그대로 전해질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예술과 첨단기술이 융합한 미래의 운동회 모습을 재해석해 선보인다.
ACC는 30일부터 오는 6월 1일까지 복합전시1관에서 디지털 스포츠 축제 'ACC 미래운동회'를 개최한다.
'미래 운동회'는 경쟁보다 협력과 포용을 강조하기 위해 엘리트 선수들의 주무대인 '올림픽'이 아닌 '운동회'를 모델로 삼아 다양한 세대에 미래형 스포츠 문화를 새롭게 제시하는데 뜻을 두고 있다.
미래 운동회는 상시 참여할 수 있는 전시와 대규모 행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상시 전시는 운동회의 역사와 미래 운동회 연구개발 과정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전시와 다양한 미래 운동회의 종목을 직접 즐길 수 체험형 전시로 나뉜다.

전시관은 거대한 체육관으로 변모하며, 운동회에 입장하는 관람객들은 원하는 네가지 색상에 맞춰 팀을 선택하고 선수로 등록한다. 총 8가지 종목을 체험할 수 있으며 승리할 때마다 각 팀에 점수가 추가된다. 각 종목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날로그 놀이에 동작분석 카메라, 모션캡처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됐다.
'땅따먹기'는 제한시간 내에 더 많은 구역을 점령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경기다. 헬멧에 장착된 위치인식 기술에 의해 이동할 때마다 자신의 위치가 팀의 색깔로 바뀌게 된다.
'따르릉 전화받으세요'에서는 헬멧에 착용된 이어폰에 의존해 숨겨진 전화기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동작분석 카메라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참가자를 잡아내기 때문에,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동물이나 사물의 움직임을 묘사해야 한다.
'스포츠 타임머신'에서는 모션캡처를 이용해 50m 거리를 왕복한 기록을 카드에 담아내고 타인과 달리기 대결을 펼칠 수 있다. '스포츠 타임머신'을 이용한 일본의 다양한 유명인들이나 코끼리, 캥거루 등 동물들의 카드를 입력하면 그들이 달리는 모습이 화면에 표시된다.
상시 전시 외에도 대규모 인원들이 참가하는 본행사도 4차례 진행된다. 오는 5월 2일에는 광주시교육청과 협력해 지역 초등학생 450명이 참석하는 첫 번째 운동회가, 5월 16일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참여하는 운동회가 펼쳐진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해커톤과 운동회는 오는 5월 9~10일(1차), 5월23~24일(2차) 각각 열린다.
본행사 참여는 ACC 누리집에서 신청이 가능하며, 본행사 기간 일반 관람객들의 종목 참여는 제한된다. 해커톤 행사에서 시민들은 직접 새로운 운동회 종목을 개발하는 창작자가 돼볼 수도 있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 미래운동회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적 체험과 예술적 영감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ACC는 남녀노소 모두 친숙하게 예술을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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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뛰다 보니 어느새 하나 된 '특별한 운동회' 지난달 2일 ACC에서 진행된 '미래운동회' 본행사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면 지나간 자리마다 빨간색, 파란색 굵은 선이 바닥을 물들인다. 바닥에 웅크리거나 제자리에서 높게 뛰면 물감 번지듯 큰 원이 그려진다. 바닥에 돌로 선을 그을 필요가 없다. 헬멧에 장착된 기기가 움직임과 위치를 인식하고 지나온 자리를 '내 땅'으로 표시한다. 운동장을 더 많이 색칠하고 승리한 팀원들은 박수를 치며 부둥켜안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의 체험형 ACC 미래운동회 '땅따먹기'전시 '미래운동회'에서 선보인 '땅따먹기'의 모습이다.파란 하늘과 펄럭이는 만국기도, 운동장의 뽀얀 흙먼지도 없지만 ACC에서는 지난 한달간 특별한 운동회가 치러졌다. 미래운동회에서 선보인 것은 단순한 첨단 기술이 아니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통의 회복이었다.ACC가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한 참여형 전시 '미래운동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운동회의 미래를 상상한다'는 콘셉트로 마련된 '미래운동회'는 기술, 예술, 놀이가 융합한 미래형 전시다.관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체험형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회 종목들이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휴관일을 제외한 29일동안 무려 3만8천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땅따먹기' 참여자들은 헬멧을 쓰고 1분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게임이 끝나면 어느새 운동장바닥과 화면에 만들어진 그림에 놀라기도 했다. '따르릉 전화받으세요'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화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점수가 1점씩 오를 때마다 신기하다는 듯 탄성을 연발했다.ACC 미래운동회 '스포츠 타임머신'가상의 달리기 시합을 하는 '스포츠 타임머신' 코너에는 수많은 기록카드가 쌓였다. 방문객들은 유명한 운동선수나 캥거루 같은 동물과도 승부를 겨뤘으며 자신의 기록카드에는 상대방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멘트를 적어넣기도 했다.시민들이 직접 운동회 종목을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전시 기간 중 열린 공동 창작대회 '해커톤'에서도 창의적인 종목들이 개발됐으며 운동회 행사와 전시에 반영됐다.ACC 미래운동회 '친구야 어딨니'어린이날을 앞둔 지난달 2일에는 광주지역 초등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450여명이 참여한 본행사에 양동초등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친구야 어딨니' 종목이 등장하기도 했다.소리 커뮤니케이션 게임 '친구야 어딨니'에서 아이들은 눈을 가리고 클리커 소리에 의존해 친구를 찾으며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최근에는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소속 장애인 50여명이 참석해 기술의 힘을 빌려 비장애인 시민들과 함께 즐겁게 운동회를 치르기도 했다.미래운동회를 공동기획한 김광래 학예연구사는 "이곳에서 기술은 서로 다른 신체적 차이를 극복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이라며 "장애와 비장애, 지역, 세대, 예술을 향한 접근 등 대해 고민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ACC와 함께 이번 전시를 공동 연구개발한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는 인구 7만명의 소도시인 야마구치에서 2015년부터 미래운동회를 진행해 왔다. 작은 소도시에서 문화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은 ACC가 추구하는 방향과 결이 같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운동회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미래운동회'의 콘셉트는 운동회를 경험했으나 몸이 불편해진 고연령 세대와 첨단 기술에 흥미를 가지는 아이들 모두의 참여를 이끌기에 적합했다.김광래 학예연구사는 "함께 만들고 뛰는 것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이번 미래운동회가 많은 위로가 됐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ACC는 예술과 기술을 통해 모두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 선보이겠다"고 말했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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