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의 신임 전당장에 김상욱(사진) 전당장 직무대리가 임명됐다. 김 신임 전당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 특별법(이하 아특법) 일몰 3년을 앞둔 상황에서 사업의 가시적 성과와 지역 예술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상욱 ACC 기획운영관을 2대 전당장으로 임명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2월 전당장을 공개모집한지 2개월만이다. 임기는 오는 2028년 4월20일까지 3년이다.
광주지역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아특법 일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ACC가 지역문화예술 핵심 거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특법의 유효기간은 2031년까지이나 연차별 계획은 2028년 일몰돼 이후 신규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을 배정받을 수 없다. 조성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5대 문화권 사업 총 사업비는 약 1조2천억원인데 지난해까지 투입된 예산은 2천억원으로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ACC와 5대 문화권 연계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를 위한 연차별 예산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지역 문화인사들의 바람이다.
오는 12월 복원이 완료되는 민주평화교류원(옛 전남도청)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충족시켜야 한다. ACC가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승화한다는 배경에서 출발한 만큼, 세부적인 콘텐츠 구성과 운영 계획에 대해 지역민의 관심이 지대하다.
지역 문화역량 제고,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필요하다. 호남권역 최고의 문화예술 핵심기관으로 성장한 만큼 ACC가 지닌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문화예술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기훈 광주시민사회지원센터장은 "신임 전당장은 기존의 핵심 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현재 직면한 다양한 과제들도 잘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소통과 연계를 통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 민주평화교류원 운영 등을 잘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욱 전당장은 1991년 행정고시 제34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주베트남한국문화원장, 문화체육관광국 콘텐츠정책관, 관광산업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3년 8월부터 ACC 기획운영관을 역임했으며 이강현 초대 전당장의 임기가 만료된 후 지난 2월14일부터 2개월간 직무대리 역할을 수행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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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뛰다 보니 어느새 하나 된 '특별한 운동회' 지난달 2일 ACC에서 진행된 '미래운동회' 본행사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면 지나간 자리마다 빨간색, 파란색 굵은 선이 바닥을 물들인다. 바닥에 웅크리거나 제자리에서 높게 뛰면 물감 번지듯 큰 원이 그려진다. 바닥에 돌로 선을 그을 필요가 없다. 헬멧에 장착된 기기가 움직임과 위치를 인식하고 지나온 자리를 '내 땅'으로 표시한다. 운동장을 더 많이 색칠하고 승리한 팀원들은 박수를 치며 부둥켜안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의 체험형 ACC 미래운동회 '땅따먹기'전시 '미래운동회'에서 선보인 '땅따먹기'의 모습이다.파란 하늘과 펄럭이는 만국기도, 운동장의 뽀얀 흙먼지도 없지만 ACC에서는 지난 한달간 특별한 운동회가 치러졌다. 미래운동회에서 선보인 것은 단순한 첨단 기술이 아니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통의 회복이었다.ACC가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한 참여형 전시 '미래운동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운동회의 미래를 상상한다'는 콘셉트로 마련된 '미래운동회'는 기술, 예술, 놀이가 융합한 미래형 전시다.관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체험형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회 종목들이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휴관일을 제외한 29일동안 무려 3만8천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땅따먹기' 참여자들은 헬멧을 쓰고 1분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게임이 끝나면 어느새 운동장바닥과 화면에 만들어진 그림에 놀라기도 했다. '따르릉 전화받으세요'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화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점수가 1점씩 오를 때마다 신기하다는 듯 탄성을 연발했다.ACC 미래운동회 '스포츠 타임머신'가상의 달리기 시합을 하는 '스포츠 타임머신' 코너에는 수많은 기록카드가 쌓였다. 방문객들은 유명한 운동선수나 캥거루 같은 동물과도 승부를 겨뤘으며 자신의 기록카드에는 상대방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멘트를 적어넣기도 했다.시민들이 직접 운동회 종목을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전시 기간 중 열린 공동 창작대회 '해커톤'에서도 창의적인 종목들이 개발됐으며 운동회 행사와 전시에 반영됐다.ACC 미래운동회 '친구야 어딨니'어린이날을 앞둔 지난달 2일에는 광주지역 초등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450여명이 참여한 본행사에 양동초등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친구야 어딨니' 종목이 등장하기도 했다.소리 커뮤니케이션 게임 '친구야 어딨니'에서 아이들은 눈을 가리고 클리커 소리에 의존해 친구를 찾으며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최근에는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소속 장애인 50여명이 참석해 기술의 힘을 빌려 비장애인 시민들과 함께 즐겁게 운동회를 치르기도 했다.미래운동회를 공동기획한 김광래 학예연구사는 "이곳에서 기술은 서로 다른 신체적 차이를 극복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이라며 "장애와 비장애, 지역, 세대, 예술을 향한 접근 등 대해 고민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ACC와 함께 이번 전시를 공동 연구개발한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는 인구 7만명의 소도시인 야마구치에서 2015년부터 미래운동회를 진행해 왔다. 작은 소도시에서 문화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은 ACC가 추구하는 방향과 결이 같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운동회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미래운동회'의 콘셉트는 운동회를 경험했으나 몸이 불편해진 고연령 세대와 첨단 기술에 흥미를 가지는 아이들 모두의 참여를 이끌기에 적합했다.김광래 학예연구사는 "함께 만들고 뛰는 것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이번 미래운동회가 많은 위로가 됐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ACC는 예술과 기술을 통해 모두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 선보이겠다"고 말했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 · 45년 전 현장, 광주 전일빌딩서 직접 듣는 5월의 아픔
- · 첨단기술·예술 융합한 '미래 운동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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