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일반인 현장 야외 스케치
일상·순간 그림으로 기록 '눈길'
'리모' 작가 강연·시연 진행도
20일까지 문화정보원서 전시

"전문 작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펜 하나로 우리 주변과 일상을 그리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13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 국제회의실과 야외광장 일원에서는 '어반스케치 워크숍'이 진행됐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문화정보원 대나무정원에서 진행되는 'ACC에 반한 스케치' 전시와 연계한 행사로, 전시 참여 작가와 ACC 서포터즈 등이 참석해 ACC의 곳곳을 직접 스케치하는 시간을 가졌다.
ACC와 '광주어반스케치&드로잉'의 협력으로 진행된 'ACC에 반한 스케치'는 지난해부터 광주의 옛 거리와 건물, 일상을 그린 작품들을 전시해 왔다. 올해에는 광주뿐 아니라 전국 12개 도시의 작가 91명이 자신의 주변을 그린 작품 260여점과, 이를 소재로 한 아트상품 70여 종이 함께 전시됐다.

특히 전시 참여 작가들은 자신이 살고 있거나 여행하는 도시를 그리는 세계적인 단체 '어반스케쳐스'의 국내 회원들로, 이 중에는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도 다수 있다. 이들은 지인의 권유나 타지를 여행 중 만난 작가들을 통해 '어반스케치'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이들의 시선 한 번과 손짓 한 번에, 하늘마당, 문화정보원 앞 광장, 카페 진정성 등의 풍경이 스케치북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이날 오전 '길 위의 예술, 어반스케치'를 주제로 한 강연을 한 '리모' 김현길 작가도 포함됐다. 김 작가 역시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다 2015년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을 발간하며 어반스케치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김 작가는 강연에서 그동안 자신의 활동과 어반스케치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고, 시연을 통해 직접 제주도 북촌리 마을 풍경을 그려보였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스케치 순서, 색 배합 등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김 작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으며, 일부는 핸드폰으로 그림 시연 모습을 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김 작가가 말하는 '어반스케치'의 매력은 낮은 접근성이다. 풍경을 완벽하게 그리지 않아도, 비싼 도구가 없어도, 여행지나 주변 일상의 풍경을 그리는 행동 자체만으로 심리적인 치유 효과를 느낄 수 있고, 우리 지역의 역사를 스스로 기록한다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김현길 작가는 "과거에는 소수의 전문 작가들이 그리는 영역이었지만 저처럼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어반스케치를 하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며 "완벽한 그림을 그리기보다 일상을 기록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좋다. 그림을 통해 내 주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스스로 치유하는 경험을 얻었으면 좋겠다" 전했다.
조순옥 '광주어반스케치&드로잉' 부회장은 "2020년 결성되고 직장생활하면서 그림을 공유하던 모임이 수년만에 200여명 가까이 늘었다"며 "함께 배우면서 그림 실력이 늘어가는 회원들도 많다. 그림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주변을 그려나가는 재미를 느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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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날 '소년'과 함께 도청에 있었다면··· ACC '나는 광주에 없었다' 공연에서 관객들은 시민군이 돼 45년 전 광주를 경험한다. 5·18민주화 운동의 최후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일대는 시간이 지나며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도청 건물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며, 지상의 분수대 도로에는 5·18민주광장이, 지하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들어섰다. 45년 전 거리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현재의 모습이 낯설 수 있지만, 반대로 당시 광주에 없었던 이들에게는 5·18이 잘 와 닿지 않는다.과거의 흔적이 사라져간 옛 전남도청과 ACC를 두고서도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과연 5·18 정신과 가치를 이어지고 있는가.' 하지만 ACC는 수많은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민주·인권·평화라는 5·18의 핵심 가치이자 범인류적인 가치를 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지난 2020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도 그중 하나다. 올해에는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4차례 무대에 올랐다.'광주에 없었다'는 5·18민주화운동의 치열했던 10일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이 직접 무대에 들어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특히 올해 공연에는 각 공연마다 518명의 관객이 참여했다.ACC '나는 광주에 없었다' 공연에서 관객들은 시민군이 돼 45년 전 광주를 경험한다.극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45년 전 광주로 들어와 당시의 시민이 된다. 객석에는 당시 광산군이었던 광산구를 제외하고 4개 자치구 표지판이 있다. 역사책에서 접한 5·18이 아니라 산수동에서, 유동에서, 계림동에서, 당시의 시민들이 5·18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느껴 볼 수 있다.무대 위 배우들이 전남대학교와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대치할 때, 관객들은 숨죽이며 이를 바라보다가 상황이 마무리되면 무대 위에 올라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계엄군이 무대 위 시민군을 진압하려 들 때마다 관객들은 잠시 객석으로 피신하지만 이내 다시 어깨동무를 하고 구호를 외치며 계엄군을 몰아낸다. 자신이 앉아 있던 플라스틱 음료 상자를 하나하나 모아 도청 앞에 바리케이드를 쌓기도 한다.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민주 평화, 독재 타도, 계엄 철폐'를 외치며 45년 전 광주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무대 분위기가 돌연 바뀌고 계엄군이 총검을 장착하자, 무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던 구호 소리는 점차 작아지고 관객은 거리에 숨은 방관자가 된다.전남도청에서 최후의 항쟁이 끝난 이후, 관객들은 쓰러진 이들의 주검 위에 흰 천을 가지런히 덮어준다. 화면에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따라 '나는 광주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띄워진다.ACC '나는 광주에 없었다' 공연 마지막 부분에서는 예술극장의 '빅도어'가 열리며 배우와 관객들이 함께 야외무대로 나선다.45년 전 광주를 겪은 관객들은 이제 현실로 돌아온다. 공연이 마무리되면 예술극장 극장1의 '빅도어'가 열리며, 배우와 관객들은 야외무대로 함께 나선다. 무대의 광주와 현재의 ACC가 연결되는 순간, 1980년 광주에 없던 관객들은 현재의 광주를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부산에서 온 정영국 씨는 "45년 전 나는 광주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보고 당시의 시민들이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인 것을 깨달았다"며 "먼저 희생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불의에 저항했던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전주의 한 대안학교 교사인 김혜정 씨는 "마지막에 문이 열리고 야외로 나가는 부분은 ACC에서만 가능한 마무리였던 것 같다"며 "함께 온 학생들도 역사가 살아있는 현장에서 당시의 오월을 생생하게 보고 느낀 것 같아 보람차다"고 말했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ACC는 5·18의 핵심 가치를 국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나는 광주에 없었다'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며 "올해 말 옛 전남도청 복원에 맞춰 내년에는 더욱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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