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나무 찾는 여정서 얻는 행복
배우 표정·몸짓 따라 관객도 몰입
이야기 절정 이르자 긴장감 흘러
극 감동…영상 종료 후엔 박수도
“영상 통한 간접경험 기억 남을듯"

"훌륭한 공연을 영상으로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유명 공연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ACC 수요극장'이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생소한 우리나라와 인도 신화를 접목한 창극이 상영돼 관람객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지난 5일 오후 7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극장3에서는 올해 두번째 'ACC 수요극장'으로 국립창극단의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이 상영됐다.
이날은 비교적 창극이 익숙한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방학을 맞이한 학생, 퇴근 후 가족과 함께 한 직장인 등 140여명의 관람객들이 ACC 극장을 찾았다.
상영 한시간 전부터 극장3 입구에서 직원들이 예매정보를 확인한 뒤 관람객들에게 티켓을 나눠 줬으며 입장은 20분전부터 시작됐다.
극장3의 수용인원은 240명이지만 시야상 관람에 제한을 받는 박스석과 영사기 주변의 일부석을 제외해 200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했다.
비지정 좌석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관람객들이 맨 앞쪽 객석부터 차례대로 앉도록 안내했으며, 화면과 좌석 사이에 거리가 충분히 멀어 관람에 불편함은 없었다.
불이 꺼지고 곧바로 상영되는 영상 속에서 배우들이 원형무대로 나서자 관람객들은 이내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무, 물고기, 달'은 수미산 정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물고기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본연의 금빛을 잃어가고 죽어가던 물고기는 한 소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자신이 태어난 수미산 정상에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함께 수미산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이들은 홀로 108마리 소를 키우던 소년, 고행하는 순례자, 꽃을 피우고픈 사슴나무 등을 만난다.
극 중반까지 흰옷을 입던 이야기 소리꾼들이 의상을 갈아 입고 등장인물로 분하며 각자의 사연과 소망을 털어놓는데, 배우들이 보이는 익살스런 표정과 절묘한 몸짓에 객석 여기저기서 작은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소소한 동화처럼 진행되던 이야기는 수미산 정상에 다다르자 고조되기 시작했으며, 전통악기와 함께 깊은 울림을 주는 배우들의 창은 극의 긴장감을 한순간에 쥐고 흔들었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관객들 모두 화면에 집중했으며 등장인물들이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며 극이 마무리되자 일부 관객은 크게 감명을 받은 듯 한동안 자리에 앉은 채 박수를 치기도 했다.
극장을 나선 관람객들은 QR코드로 만족도 조사에도 나섰으며 대체로 이번 상영에 만족하는 반응이었다.
초등학생 아들딸과 함께 상영을 마친 한 여성 관람객은 "수요극장은 처음인데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같다"며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영상을 통해 배우들의 표정을 더 실감 나게 보고 자막으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충분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요극장을 알게 되고 이번에 네 번째 관람을 마친 한 20대 여성 관람객은 "아무리 영상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직접 극장에 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몰입감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훌륭한 공연을 간접 경험하는 것도 있는데 창극처럼 평소 잘 모르던 장르도 접하게 돼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ACC 수요극장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시작돼 매월 1·3번째 수요일에 진행되며, 오는 19일에는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브람스'가 상영된다. 200석 중 140석은 ACC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고 60석은 당일 현장에서 입장이 가능하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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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미디어아트의 결합 '두 개의 눈' ACC 대표 레퍼토리 공연 '두 개의 눈'.ACC 제공 판소리 심청가와 현대적인 시각 미디어 기술이 만나 관객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오는 21~22일 예술극장에서 ACC 대표 레퍼토리 공연 '두 개의 눈'을 선보인다.'두개의 눈'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를 기반으로 하며, 심청이 아닌 아버지 심학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눈먼 심학규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중심으로 '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두개의 눈'은 지난 2018~202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연구개발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됐으며 2021년 ACC에서 초연을 올렸다.2021년 국립극장 여우락(樂)페스티벌, 2021년 국립무형유산원 K-무형유산페스티벌, 2024년 키르기스스탄 건국 100주년 기념 초청공연 등에서 무대에 올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ACC 대표 콘텐츠다.ACC 대표 레퍼토리 공연 '두 개의 눈'.ACC 제공이번 공연에서는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더욱 발전된 형태의 무대를 선보인다.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심학규가 경험하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기존의 전통 판소리 형식을 한층 확장한다.가로 12m, 세로 22m 크기의 대형 LED스크린과 키네틱 레이저가 조화를 이룬 무대연출은 배우들의 입체적인 연출을 가능하게 하며 드라마의 극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또 전통 마당놀이 형식을 현대적으로 변형해 무대와 관객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실시간 상호작용 기술을 도입해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이색 경험을 제공한다.이를 위해 미디어아트와 음악을 결합해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무토(MUTO)', 전통 판소리의 표현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입과손스튜디오'가 공동 연출을 맡아 전통 판소리의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더욱 감각적인 무대를 구현한다.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는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연을 올리게 돼 매우 뜻깊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 판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관객들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두 개의 눈'은 지난달 25일 시작된 1차 티켓 예매는 매진됐으며 현재 2차 티켓 판매가 진행 중이다. 관람료는 전석 2만원이며, ACC 누리집과 전화로 예매 가능하다. 공연 시간은 70분, 7세 이상 관람이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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