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평화 기억하기’ 행사 개최
정근식 ‘노벨문학상과 인권·평화’
최태성 ‘민주주의의 역사와 변천사’

지난 10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 만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특별한 강의가 마련되며 지역민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지난 29일 국제회의실에서 민주·인권·평화 가치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 회의와 함께 이를 기념하는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노근리국제평화재단,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5·18기념재단,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주4·3평화재단, 베트남여성박물관, 몽골국가회복관리위원회 등 국내·외 10개 기관 대표와 200여명의 지역민들이 참여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의 '노벨문학상과 인권·평화 교육'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과 최태성 역사 강사의 '20세기 민주가 21세기 민주에게'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1985년 3월 전남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에 전임강사로 부임하면서 교육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정 교육감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연구에 매진, 이후 광주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위원장으로써 광주인권헌장을 만드는데 기여했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장,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도 재직했다.
정 교육감은 "위대한 문학적 작품은 역사적 깊은 경험과 깊은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부터 얼마 전까지, 때로는 오늘날까지 진실과 왜곡과 폄훼와 맞서는 투쟁이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승화될 수 있고, 얼마나 중요한 문학적 소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며 "지난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다시금 그의 작품을 읽어봤을 때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와 제주4·3사건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가 주는 감동이 더욱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이 5·18 희생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유골은 제주4·3 당시 육지형무소로 이송된 폭도로 몰린 제주도민이었음이 밝혀졌다. 소설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으로, 예비 문학가들이 두 아픈 사건을 연계해 작품을 작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노벨 수상기념 학습관을 건립해 학생들과 국민들이 역대 평화상과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기억하는 것과 동시에 공부하는 도시, 책읽는 도시 광주가 구현됐으면 좋겠다. 그 중심에 ACC가 섰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특별강연에 나선 최태성 강사는 한국사 대중화와 교육의 평등을 목표로 다수의 강의를 통해 청소년과 일반 대중에게 한국사의 중요성과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또 KBS1 '역사저널 그날'과 tvN '벌거벗은 세계사'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흥미를 아우르는 강연으로 사랑받고 있다.
최 강사는 "5·10총선거 당시 남한만의 선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를 대변했던 사건이 제주4·3사건이다. 당시 이승만은 명령을 어기는 일반 국민을 폭도로 만들어 사살했다. 5·18민주화운동도 전두환이 집권에 방해가 되니까 탱크로 밀어붙이며 벌어진 참혹한 사건으로, 5·18이 알려지게 된건 1980년 이후 매년 5월이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민주화를 부르짖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두 사건 모두 1990년대 초까지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었다. 대학 사학과에 입학한 나도 입학 후 처음 알게된 사실들이었다"고 전했다.
또 "한강 작가가 쓴 '소년이 온다'등은 평면에 눌려 잘 알지 못했던 사건들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작품"이라며 "민주화와 평화는 어느 순간에 나온 게 아니라 앞선 세대가 흘린 수많은 피로 만들어졌음을 알고, 국민이 주권자임을 알고 적극적으로 투표와 의무,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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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 지하 문 열었더니···아시아 생활 문화 한눈에 다양한 아시아 생활문화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ACC 수장고4 모습.ACC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10년간 수많은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열려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라키비움' 공간으로도 자리 잡았다. ACC의 다양한 공간을 많은 시민들이 둘러보았을 테지만, 아직까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비밀스런 장소도 있다.바로 지하 4층에 자리 잡은 수장고와 창제작센터다. 수장고에는 1만9천여점의 아시아 문화 자료들을 보관 중이며, 창제작센터에서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ACC 수장고4에 보관 중인 나무 조각상.ACC 제공◆수장고, 亞 문화교류 상징15일 오전 ACC 출입 기자들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ACC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수장고와 창제작센터는 문화정보원부터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지하 4층에 걸쳐 있다. 직원들만 출입이 가능하며 일반 시민들에게는 철저히 공개되지 않은 '금단의 지역'이다.수장고에 들어갈 때는 신발 대신 슬리퍼로 갈아 신고, 먼지 제거를 위해 '스티키매트'를 밟고 들어가야 한다.ACC 수장고는 총 네 곳으로 나뉘는데 이날은 아시아 각국의 생활문화자료를 보관한 수장고 3·4를 둘러볼 수 있었다.당초 ACC에는 아카이브 자료를 보관하던 수장고 1·2 밖에 없었으나 지난 2018년 네덜란드의 누산타라 박물관으로부터 인도네시아의 생활유물과 민속자료를 대거 들여오면서 수장고 3·4가 추가로 마련됐다.수장고에 들어서면 선반에 질서정연하게 놓인 생활유물들과 함께 온습도를 표시하는 기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온도는 항상 20도 내외를, 습도는 50~60%를 유지한다. 다만 금속 공예품을 주로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4의 경우 습도를 이보다 낮은 35~45%로 유지하고 있다.이곳 수장고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물이나 중요한 문화재는 없다. 다양한 국가와 개인으로부터 기증받거나 구입한 자료들 모두, 17~20세기 사이에 주민들이 실제 사용하거나 예술가들이 거리에 팔던 물건들이다. 다양한 크기의 집 모형과 배 모형, 사냥 도구, 코코넛을 짤 때 쓰는 그릇, 힌두교와 고유 민속신앙이 한데 뒤섞인 신상 등 종류도 다양하다.현장을 안내한 박재상 학예연구사는 이 중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의자를 가장 가치 있는 자료로 꼽았다. 등받이부터 팔걸이와 받침까지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모습이 높은 품격을 가늠하게 해주었다. 특히 3D 프린터로 보강한 한쪽 팔걸이와 수선한 흔적이 남아있는 방석은 300년이라는 긴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듯 했다.박재상 학예연구사는 "ACC에서는 아시아문화를 이해하고 알리기 위해 각 나라 문화 원형을 반영하고 있는 물품들을 수집하고 있는데, 정작 그 나라에서는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관 중인 자료 중에는 이제는 만드는 방법이 사라진 물건들도 많아 갈수록 가치가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이날 직접 만져본 인도네시아 전통 인형 '와양'도 그중 하나다. 그림자 인형극에 활용되는 '와양'은 ACC에서만 6천323점을 보관하고 있다."이 같은 자료들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ACC에서는 별도의 완충재와 보관용 골판지를 주문 제작하고, 금속 공예 작품의 경우 산화를 막기 위해 호주에서 개발된 밀폐 봉투 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박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현재 ACC 수장고에는 1만4천409건, 총 1만9천17점의 자료가 보관 중이다. 이중 다수를 차지하는 동남아시아 자료들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실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에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우즈베티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다양한 생활문화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개관할 중앙아시아실에서 활용될 예정이다.다양한 아시아 생활문화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ACC 수장고4 모습.ACC 제공◆예술인들의 상상을 현실로ACC 지하 4층에는 다양한 최신 설비를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창제작센터도 자리잡고 있다. 크게 기계조형 스튜디오, 복합스튜디오, 미디어 스튜디오로 나뉜다.기계조형 스튜디오에는 목재 가공실과 용접실, 도색실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작가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조형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시제품 제작을 위한 기술 설비가 제공되는데, 안전을 위해 작가 대신 각 설비별 담당 직원들이 제작을 맡는다.복합스튜디오는 융복합 콘텐츠 창·제작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3D 프린팅과 스캐닝이 가능한 제작실과 레지던시 작가들의 작업공간인 '워크룸'을 갖추고 있다. 무대와 전시실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에서 창·제작 콘텐츠들을 바로 시연하고 레지던시 결과를 보고하기도 한다. 내년부터는 광주·전남지역 작가들에게도 레지던시 기회가 제공돼 이들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미디어 스튜디오는 다면체 미디어 래핑, 입체영상·음향 기술을 갖춘 첨단 미디어 창·제작 공간이다. 17대의 모션 캡쳐 카메라를 통해 동작을 감지하고 구현하는 입체영상실, 32채널 스피커를 갖추고 위치데이터와 사운드를 결합하는 입체음향실을 통해 다양한 융복합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활용된 기술들은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된 미래운동회에서 구현된 바 있다.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지금까지 전당에서 진행된 여러 공연과 전시의 밑바탕에는 수장고와 창제작센터가 있었다"며 "전당이 지니고 있는 훌륭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앞으로도 아시아문화교류와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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