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급 작가 의존 아닌
체험형 작품으로 대중성 높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가 지난해부터 전시 중인 '디어 바비뇨냐' 관람객이 개관 9년 만에 처음으로 2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ACC 복합전시1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대규모 융·복합 콘텐츠 전시 '디어 바바뇨냐-해항 도시 속 혼합문화'의 누적 관람객 수가 지난 9일 기준 20만2천446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성과는 '디어 바바뇨냐' 전시 종료 일주일을 앞두고 이뤄낸 기록으로, ACC 전시 관람객이 20만명을 넘어선 것은 통합 전당 이후 개최한 전시 중에서는 최초다.
이번 전시 이전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전시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ACC 복합전시 2관에서 진행한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로, 당시 18만 9천여명의 관람객이 ACC를 방문했다.
국내 미술전시의 흥행실적이 대부분 블록버스터급 작가 선호도에 의존하는 반면 ACC의 이번 전시는 다소 어려울 수 있었던 연구주제를 직관적으로 풀어낸 전시 연출방법과 체험형 예술작품이 대중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을 통한 긍정적 전시리뷰도 관람객 동원의 성공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 가족단위 관람객과 20~30대 여성층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 이유다.

'디어 바바뇨냐'는 ACC의 연구주제인 '아시아 도시문화'를 기반으로 아시아 해항도시 세 곳(코친·말라카·취안저우)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혼합문화적 특징들을 심미적으로 표현한 융·복합 콘텐츠다.
특히 전시에는 오마 스페이스(OMA space), 송창애, 박근호(참새)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각 세 개 도시의 혼합문화를 미술언어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오마주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바바뇨냐'는 중국에서 이주해 온 남성과 말레이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들의 남성(Baba)과 여성(Nyonya)을 합쳐서 일컫는 말로 기존의 토착문화를 바탕으로 인도, 중국, 유럽 등 서로 다른 지역의 문화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들만의 독특한 혼합문화를 만들어냈다. 전시 '디어 바바뇨냐'는 현대 융·복합예술을 통해 각자의 다양성과 어울림의 가치를 존중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던 그들에게 보내는 경의의 메시지를 담았다.
ACC는 20만 관람객 첫 돌파 기념 축하 이벤트로 20만번째 방문객에게 전시 기념품을 전달했다.
20만번째 관람객의 행운을 잡은 국윤희씨는 "평소에도 아이들하고 문화전당을 즐겨 찾는다"며 "광주시민으로서 문화전당의 전시가 관람객 20만명을 넘어선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자주 문화전당을 방문할 것"이라고 기뻐했다.
한편 '디어 바바뇨냐' 전시는 오는 16일까지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수·토요일은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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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뛰다 보니 어느새 하나 된 '특별한 운동회' 지난달 2일 ACC에서 진행된 '미래운동회' 본행사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면 지나간 자리마다 빨간색, 파란색 굵은 선이 바닥을 물들인다. 바닥에 웅크리거나 제자리에서 높게 뛰면 물감 번지듯 큰 원이 그려진다. 바닥에 돌로 선을 그을 필요가 없다. 헬멧에 장착된 기기가 움직임과 위치를 인식하고 지나온 자리를 '내 땅'으로 표시한다. 운동장을 더 많이 색칠하고 승리한 팀원들은 박수를 치며 부둥켜안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의 체험형 ACC 미래운동회 '땅따먹기'전시 '미래운동회'에서 선보인 '땅따먹기'의 모습이다.파란 하늘과 펄럭이는 만국기도, 운동장의 뽀얀 흙먼지도 없지만 ACC에서는 지난 한달간 특별한 운동회가 치러졌다. 미래운동회에서 선보인 것은 단순한 첨단 기술이 아니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통의 회복이었다.ACC가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한 참여형 전시 '미래운동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운동회의 미래를 상상한다'는 콘셉트로 마련된 '미래운동회'는 기술, 예술, 놀이가 융합한 미래형 전시다.관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체험형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회 종목들이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휴관일을 제외한 29일동안 무려 3만8천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땅따먹기' 참여자들은 헬멧을 쓰고 1분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게임이 끝나면 어느새 운동장바닥과 화면에 만들어진 그림에 놀라기도 했다. '따르릉 전화받으세요'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화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점수가 1점씩 오를 때마다 신기하다는 듯 탄성을 연발했다.ACC 미래운동회 '스포츠 타임머신'가상의 달리기 시합을 하는 '스포츠 타임머신' 코너에는 수많은 기록카드가 쌓였다. 방문객들은 유명한 운동선수나 캥거루 같은 동물과도 승부를 겨뤘으며 자신의 기록카드에는 상대방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멘트를 적어넣기도 했다.시민들이 직접 운동회 종목을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전시 기간 중 열린 공동 창작대회 '해커톤'에서도 창의적인 종목들이 개발됐으며 운동회 행사와 전시에 반영됐다.ACC 미래운동회 '친구야 어딨니'어린이날을 앞둔 지난달 2일에는 광주지역 초등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450여명이 참여한 본행사에 양동초등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친구야 어딨니' 종목이 등장하기도 했다.소리 커뮤니케이션 게임 '친구야 어딨니'에서 아이들은 눈을 가리고 클리커 소리에 의존해 친구를 찾으며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최근에는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소속 장애인 50여명이 참석해 기술의 힘을 빌려 비장애인 시민들과 함께 즐겁게 운동회를 치르기도 했다.미래운동회를 공동기획한 김광래 학예연구사는 "이곳에서 기술은 서로 다른 신체적 차이를 극복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이라며 "장애와 비장애, 지역, 세대, 예술을 향한 접근 등 대해 고민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ACC와 함께 이번 전시를 공동 연구개발한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는 인구 7만명의 소도시인 야마구치에서 2015년부터 미래운동회를 진행해 왔다. 작은 소도시에서 문화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은 ACC가 추구하는 방향과 결이 같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운동회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미래운동회'의 콘셉트는 운동회를 경험했으나 몸이 불편해진 고연령 세대와 첨단 기술에 흥미를 가지는 아이들 모두의 참여를 이끌기에 적합했다.김광래 학예연구사는 "함께 만들고 뛰는 것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이번 미래운동회가 많은 위로가 됐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ACC는 예술과 기술을 통해 모두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 선보이겠다"고 말했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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