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경험 지닌 작가들 통해
도예 양식사 접근 방법 탈피
현대 도예 새롭게 해석 소개
신작·퍼포먼스 영상 곁들여

만화 캐릭터부터 호랑이, 토끼 등 동물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이 새겨진 이색 도자기들의 전시회가 마련됐다. 특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이민, 입양 등으로 인한 이주자들로 그들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울림을 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오는 7월 28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현대 도예 전시 '길 위에 도자'를 선보인다.
지난 18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설치와 미디어 매체 전시를 주로 선보이는 ACC에서 진행하는 첫 도예 전시로 아시아에서 이주한 도예의 전개 양상을 현대 미술로 새롭게 해석해 소개한다.
ACC가 아시아를 주제로 다양한 담론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아시아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전시는 이주의 경험을 가진 작가들을 통해 아시아 외부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현대 도자를 조명한다.
전시는 '스티븐 영 리(한국계 미국)', '린다 응우옌 로페즈(베트남-멕시코계 미국)', '세 오(한국계 미국)', '에이미 리 샌포드(캄보디아계 미국)' 등 4인이 참여한다. 참여 작가는 이민 2세대 혹은 입양과 같은 개인의 이주 서사에서 비롯한 문화적 충돌과 정체성 탐구맥락에서 자신의 서사를 도자에 담아낸다. 도예의 양식사적 접근이 아닌 인류의 역사와 흘러온 이주 현상을 통해 현대 도예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특히 스티븐 영 리, 린다 응우옌 로페즈, 세 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을 떠나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일부 작품을 창·제작했다.
스티븐 영 리(Steven Young Lee) 작가는 부모님이 한국인으로 이민 2세대 도예 작가다. 미국의 명망 있는 도예 기관인 아치 브레이 도자재단(Archie Bray Foundation)의 아트 디렉터를 16년간 역임했다. 작가는 도자의 기형을 깨트려 완벽한 균형미를 최고로 여기는 도자의 전통적인 관습에 도전하는 작업을 한국의 전통 도자 형태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문양을 사용해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에서 제작한 3점과 미국에서 제작한 4점을 더해 총 7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품 중에는 '마징가Z아프로디테A무늬 항아리', '밖, 호랑이처럼', '안, 토끼처럼' 등 작가가 성장 과정에서 봐왔던 캐릭터들을 도자와 접목해 신선함을 준다.
린다 응우옌 로페즈(Linda Nguyen Lopez) 작가는 유년시절 부모님의 이민배경에서 오는 언어적 어려움을 계기로 일상의 매우 사소하고 주변적인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대걸레나 먼지 등을 의인화한 도자 조각들을 제작해 오고 있다. 광주에서 창작한 3점의 '털복숭이 먼지' 시리즈와 관람객들이 직접 앉을 수 있는 의자형 도자 조각 4점 등 총 7점의 신작이 관람객을 맞는다.
세 오(Se Oh) 작가는 주로 자연의 형태에서 모티프를 차용하고 재료적으로는 한국의 고려청자 유약을 사용해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주제를 도자에 녹여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정(精)원'을 포함해 다수의 작품이 광주의 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흙을 사용해 창작됐다.
에이미 리 샌포드(Amy Lee Sanford)는 사회가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도예로 표현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도자 관련 퍼포먼스 영상과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해외 유명 도예 작가가 도자의 고장인 한국을 찾아 한국의 흙을 경험하고, 또 이를 사용해 도자를 빚어낸다는 점이 매우 뜻깊다"면서 "'길 위에 도자'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이주 예술가를 이해하고, 현대 도예의 경험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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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폴록' 가로 3미터 대작 관람객 시선 '압도' ACC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에 전시된 잭슨 폴록 작 '수평적 구조'.ACC 재단 제공 뉴욕을 현대 미술의 메카로 만들었던 거장들의 작품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 모인다.7월 18일부터 10월 9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6관서는 ACC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 잭슨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이 진행된다.16일 진행된 ACC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 프레스 투어 모습'.ACC 재단 제공17일 오전, 전시 개관을 하루 앞두고 다녀온 프레스 투어를 통해 이번 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들을 살펴 봤다.이번 전시는 뉴욕 유대인 박물관, 이스라엘 박물관, 폴록-크레이스너 재단의 대표 소장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마크 로스코(Mark Rothko)를 포함해 총 21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모두 36점의 명작을 만나는 자리다.전시는 크게 6부로 나뉘어 구성됐다. 오랫동안 세계 미술의 중심지였던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뉴욕화파'를 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가 태동하기 시작하는데, 관람객들은 6곳의 전시 공간을 거치면서 이들의 초기 작품들이 어떻게 점차 발전해 나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전시 공간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곳은 잭슨 폴록의 대표작 '수평적 구조'가 있는 방이다. 가로 길이가 3미터에 이르는 대작을 온전하게 감상하도록 돕기 위해 오직 한 작품만을 붉은 방에 내걸었다. 무려 2천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기법이 절정에 달했던 1949년에 제작됐으며 밝은 색채와 휘몰아치는 선들이 압도적인 인상을 전한다.해설을 맡은 한이준 도슨트는 "미국 미술은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의 예술가들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수많은 미술관에 유럽 작가들의 작품만이 걸리는 상황에서, 잭슨 폴록의 등장은 '미국이 기다리던 순간'이라고 표현할 만하다"고 설명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잭슨 폴록의 아내이자 든든한 조력자였던 여성작가 리 크레레이스너(Lee Krasner) 작품 뿐만 아니라, 색면회화의 대가인 마크 로스코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ACC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에 마련된 AI 영상관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공간은 AI 영상관이다. 이곳에서는 전시 참여 작가들을 AI로 재현한 영상을 통해,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몰입감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다.매주 수·금·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는 선착순 50명을 대상으로 전문 해설사가 함께하는 '스페셜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돼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ACC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이 진행되는 복합6관 맞은편에서는 다양한 아트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전시장 출입구 맞은편에는 다양한 굿즈를 파는 '아트숍'이 있어, 거장들의 작품을 다양한 형태로 소장해 볼 수 있다. 전시 작품들의 크기를 그대로 줄여놓은 듯한 포스터와 엽서, 노트, 책갈피는 물론, 잭슨 폴록의 드리핑 기법이 무늬처럼 그려진 곰인형과 에코백 등을 구매할 수 있다.사전 판매된 관람권만 2만여장을 넘겨 전시에 대한 시민들이 관심은 벌써 뜨거운 상태다. 전시 관람권은 성인 1만3천 원, 청소년과 어린이 1만 원이다. 예매는 카카오톡, 네이버, 티켓링크,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광주·전남 지역민에게는 2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김명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사장은 "사전 예매 열기를 통해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이번 전시에 더욱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앞으로도 광주를 중심으로 세계와 지역을 예술로 잇는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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