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빠르게 밈·은어로 재생산된 혐오 표현들
개정 법, 사후 조치…플랫폼 자율 규제 '사각지대'
중소플랫폼 제외…댓글도 수익성 없어 처벌 못해

‘7시', ‘청정구역’, ‘까보칠’….
현재 온라인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라도 혐오 표현들이다. 지난 7일부터 온라인상의 혐오·차별 선동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됐지만 이처럼 은어·밈(Meme)으로 우회한 혐오 표현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대형 플랫폼의 신고·처리 의무를 강화하는 동시에 개별 게시물에 대한 사후 조치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온라인 혐오는 ‘7시(대한민국 지도에서 전라도가 위치한 남서쪽 방향이 7시라는 점에서 유래)’, ‘청정구역(대한민국에서 격리배제해야 할 지역이라는 반어법적 조롱)’, ‘까보칠(까고 보니 7시)’ 처럼 특정 집단만 알아듣는 형태로 반복·확산돼 플랫폼의 규제를 비껴가고 있다. 법적 규제와 실제 혐오 양상의 간극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6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자율정책 수립 의무를 신설하고 불법·허위 조작정보 반복 게시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불법·허위 조작정보 유통 방지 대책을 담았다.
하지만 법상 불법정보와 온라인 혐오 표현 사이에는 간극에 존재한다. 직접적인 폭력·차별 선동같은 ‘불법 정보’가 아닌 ‘은어’와 ‘밈’을 통해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면서다.
‘그 동네’와 ‘해외’, ‘남쪽나라’, ‘전라동화’ 등 특정 이용자 집단만 의미를 알아듣도록 말하는 도그휘슬(Dog whistle) 형태가 대표적이다. 키워드 검색을 피하기 위해 ‘전.라.도’로 표현한 사례도 발견됐다. 이는 본보가 지난해 7월부터 최근 1년간 네이버 뉴스 콘텐츠제휴(CP) 언론사 68곳 등 기사 댓글 10만2천698개를 수집해 혐오 표현의 발생 빈도와 유형을 심층 분석한 결과다.
역사왜곡이 지역 전체와 혐오, 낙인으로 확대된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5·18기념재단이 지난 2024년부터 1년간 5·18 관련 허위사실과 왜곡·폄훼 게시글을 모니터링한 결과 광주와 호남 지역 전체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혐오 표현이 37.4%로 가장 많았다.‘가짜 유공자(20.7%)’, ‘좌파 비난(10.8%)’, ‘5·18을 무장폭동으로 규정하는 게시글(10.1%)’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혐오 표현의 생산·확장 구조를 개정 법 체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 법은 신고·처리 의무를 부과하는 대상을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한정하고 있다. 시행령상 기준은 최근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인 사업자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디시인사이드, AXZ(다음 운영사) 5개사와 해외 사업자인 구글, 메타, 엑스, 틱톡 4개사가만 해당될 뿐이다.
이에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 정보가 집중적으로 생산·유통되는 일부 중소 규모 온라인 커뮤니티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법이 도입한 가중 손해배상 제도 역시 범위가 제한적이다.
불법·허위조작정보로 손해를 끼친 경우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유통 시점 기준 3개월 동안 3개 이상의 정보를 게재해 광고 등 수익을 얻고, 구독자 수 10만명 이상 또는 게시물 월평균 조회수 10만회 이상인 경우’로 한정, 사실상 허위정보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수익을 얻는 ‘사이버렉카’만을 대상으로 삼은 셈이나 다름없다.
양혜승 전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이 더 오염되기 전에 포털 책임을 강화하고 이용자를 제재할 수 있는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변호사는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이 관련 혐오 표현을 줄이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5·18민주화운동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표현의 경우, 누구라도 그 표현에 대해 삭제 요구나 제공자에 의한 비공개 처리·접근 제한 등 임시조치가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근절해야 할 표현을 선별하고, 이에 대해 현행 법체계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 표현임이 확인되면 일말의 관용도 없이 엄중히 처벌하는 것 역시 왜곡·혐오표현 근절에 대한 국가적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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