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혐오와의 전쟁'···법제화부터 플랫폼 책임 강화까지

입력 2026.07.27. 07:00 최류빈 기자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
각국 대책은? 日 헤이트 스피치 선언법
캐나다, 증오 선동·출신 차별 등 대응
獨, ‘DSA법’ 온라인 혐오 대응 축으로
佛, 1년 이하 징역·4만5천유로 벌금형
/AI 생성 이미지

‘전라도 혐오’가 온라인 밈(meme)과 특정 집단만 알아듣는 도그 휘슬(Dog whistle) 등을 매개로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마련한 법·제도와 행정적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형 포털의 기사 댓글 등을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퍼지는 혐오 표현에 대한 실질 규제가 이뤄지기 위해선 우리나라에 앞서 고민 또는 실행 방안을 만든 해외 사례 벤치마킹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6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과 캐나다 등은 헤이트 스피치(혐오 표현)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해, EU(유럽연합) 회원국 등은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혐오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2016년 재일한국인·조선인을 겨냥한 혐한 시위가 사회문제로 본격 확산하면서다. 외국 출신을 일본에서 몰아내는 배외주의를 비롯해 선동·모욕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도록 규정했다.

강제 처벌할 수 없는 ‘이념법’이지만, 법원 판단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요코하마 지방법원 가와사키지부가 법률이 마련된 그 해, 재일한국인 밀집지역에서 예정됐던 혐한시위가 주민 생활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시위 예정지 반경 500m에서 집회를 금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이후 가와사키 시는 전국 최초로 ‘혐오표현 처벌 조례’까지 만들어 반복·악질적인 혐오 표현에 최대 50만 엔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관계 기관의 권고와 명령, 행위자 공표 등을 거쳐서다.

캐나다 역시 형법을 통해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고의적 혐오(증오)를 법률로 다룬다. 단순히 불쾌하거나 공격적인 표현에 판단 근거를 두기보다, 특정 보호집단에 대한 혐오감을 공개적으로 선동했는지와 행위의 심각성 등을 종합 판단한다. 별도 인권법까지 검토하는 캐나다 동부권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온타리오주 인권위원회가 ‘출신지, 억양 등을 이유로 고용·서비스에 불이익을 주면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한 대목에서다.

27개 회원국의 연합체인 유럽연합(EU)은 아직 일괄 적용하는 ‘혐오 방지법’이 제정되지는 않았다. 유럽의회도 2024년 “EU 차원의 통일된 ‘혐오 표현’의 정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혐오·폭력 선동을 형사처벌하는 최소한의 공통기준은 마련돼 있다. 2008년 채택된 ‘형법을 통한 특정 형태의 인종주의와 외국인혐오 대응에 관한 기본결정(JHA)’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문서·그림 등 혐오·폭력성을 담은 자료가 공개 배포되면 해당 결정을 근거 삼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해부터 전면 시행된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온라인 혐오 대응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DSA는 EU나 회원국 법률에 따라 불법으로 판단되는 혐오 콘텐츠를 플랫폼이 신고·처리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트러스티드 플래거(신뢰할 수 있는 신고기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은 해당 기관이 제출한 신고를 일반 신고보다 우선 처리하고 지연 없이 판단해야 한다. 독일의 헤이트 에이드(Hateaid)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8천 명 이상의 피해자를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연방공로훈장도 받았다.

단체 설립자인 아나레나 폰호덴베르크·요제피네 발롱 헤이트 에이드 대표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디지털 혐오 공격은 더욱 표적화되고 광범위해졌지만, 법과 제도가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정치권,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가 혐오에 맞서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 EU와 유럽권 국가들은 개별법을 통해 혐오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영국은 1986년 제정된 공공질서법(제3부)에서 ‘인종적 혐오’를 특정 국가 출신, 민족, 인종에 대한 증오로 정의했다. 해당 법은 문서의 게시·배포 등을 고려해 혐오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포괄적인 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언론·출판 관련 법률에 혐오 개념을 포함시킨 경우도 있다. 프랑스가 ‘언론의 자유에 관한 법률(1881)’을 통해 집단 혐오와 선동을 규율하는 대목이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4만 5천유로 이하의 벌금과 같은 법정형으로 다룬다. 스웨덴 역시 혐오 문제를 형법과 언론·출판 관련 기본법을 통해 ‘인구집단에 대한 선동’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스웨덴 의회는 2024년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국제 혐오범죄를 현저히 부인·용인·축소하는 행위’를 명문화하고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일변도의 접근만으로는 혐오 표현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과 지방의회가 법·제도를 정비하고, 교육 현장도 민주주의와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징벌적 대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의 다른 이름”이라며 “혐오 표현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정치권의 자성과 제도권의 교육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포털의 좌표찍기식 공격에 대해서도 “포털이나 커뮤니티가 엔진을 갖춘 ‘기관화’ 됐다”며 “교육을 강화해 해결해야겠지만 과거 ‘독도 교육’ 사례처럼 민족주의 교육만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혁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혐오 표현을 처벌 수위만의 문제로 접근하면 청년층에서는 또 다른 갈등이나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 스스로 성찰하도록 만드는 교육과 사회적 합의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하상복 목포대학교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꺼냈다. 오늘날 전라도 혐오 표현 대부분이 ‘5·18’을 키워드 삼아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5·18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으로 자리 잡는다면 지금 같은 논란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정치권이 지역사적 합의를 완성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을 법률에 조속히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대현 정치평론가(위민연구원장)는 “헤이트 스피치 관련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국회와 지방의회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정치경영컨설팅 대표)도 “기성 정치인들은 이른바 ‘SNS 스피커 정치’를 멈추고 이데올로기절 갈등을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면서 “전라도 혐오를 근절하기 위해서 대구 달빛동맹을 확대하고, 반도체 산업 교류 등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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