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혐오 어떻게 시작됐나
경부축 중심 불균등 개발 기조에
‘호남 디아스포라’와 하층민 낙인
인사·권력 독점한 영남 패권주의
비주류 결집에 ‘이기주의' 프레임

전라도를 향한 뿌리 깊은 혐오가 서울~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축 중심의 산업화가 낳은 대규모 인구 이주와 사회적 배제, 대중매체가 재생산한 부정적 고정관념, 영남 중심 권력구조 속 지속적인 호남 인사 소외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더욱 강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5·18 민주화운동의 정쟁화와 극우 세력의 의도적 ‘혐오 놀이’ 문화까지 겹치면서 지역혐오가 일상 속 낙인으로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부축 산업화·대중매체가 함께 낳은 전라도 디아스포라
전라도 혐오라는 잔혹사는 사실상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경부축(서울-부산) 중심의 불균등 개발 전략에서 태동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 주도의 집중 투자가 특정 지역에 몰리자 호남은 농촌 경제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됐다. 이는 수많은 호남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서울 변두리나 영남의 신흥 산업지역으로 대거이주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른바 ‘전라도 디아스포라(Diaspora·이주)’의 시작이다.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난 이주민은 대부분 사회 하층민의 지위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자본과 연고가 없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 일용직, 빈민 등 상대적으로 천대받는 집단이 됐고 타 지역사람들에게 전라도 하면 ‘못 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낙인이 찍혔다.
이를 두고 김상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서울에서 호남인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곳은 재래시장, 건설현장, 자영업 현장”이라며 “한국의 산업화 시기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올라왔지만 소위 말하는 ‘빽’도 ‘연줄’도 없으니 신분상승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어려운 일터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낙인’은 대중매체를 통해 급격히 복제되고 강화됐다. 1970~80년대 안방극장을 차지했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사기꾼, 깡패, 범죄자, 혹은 식모나 하인 등 거친 하층민 캐릭터는 어김 없이 호남 사투리를 썼다. 산업화 과정에서 상경한 여성이 식모·버스안내양 등을 전전하는 ‘영자의 전성시대’와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양상은 90년대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1995년 24부작으로 편성돼 큰 인기를 모았던 ‘모래시계’ 역시 주인공인 태수(최민수 분)가 광주 출신 깡패로 결국 사형을 당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는 전라도 사람은 대부분이 ‘신뢰할 수 없는’ 하층민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론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학습시키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영남 패권주의의 권력 체계서 빚어진 ‘이기주의’ 프레임
전라도의 왜곡된 이미지는 영남 중심의 권력 체계 속에서 더욱 더 공고화됐다.
박정희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로 이어진 수십 년 군부·보수 정권 하에서 권력의 핵심 요직은 철저히 영남 출신 엘리트들이 독식했다. 수십년을 굳어져온 일종의 ‘탕평 지연’은 검찰, 경찰, 군, 고위 관료는 물론 대기업의 임원진 인사 지형에서 호남 출신을 배제하는 ‘보이지 않는 벽 ’이 됐다.
이는 호남인들의 결집을 불러왔고,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굳건한 결집력을 갖춘 집단과 단체를 탄생시켰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하나로 뭉친 사회적 약자들의 방어기제에 불과했지만 결집은 또 다른 공격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타지역에서 볼수 없던 조직력을 갖춘 전국 조직으로까지 성장하자, 일각에선 “지역 토호”나 “정경 카르텔”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정치인들은 호남인의 결집을 두고 ‘집단 이기주의’, ‘정치적 야욕’, ‘화합을 깨는 세력’등 프레임을 씌워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수단 삼았다. 이들 집단이 호남에 기반을 둔 김대중 대통령 등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자, 정치권은 야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지역갈등을 부추겼다.
정치권의 책임 방기와 갈등 부추김은 과거에 국한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문제다. 김민혁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지역감정에 기생하는 일부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호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면서 지역 혐오가 대중 속에서 확대·재생산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하상복 목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역시 “호남 소외 문제는 정치권의 프레임화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며 “보수정치권이 5·18 등에 대해 잘못된 정치적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왜곡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18의 정쟁화…극우의 ‘놀이 문화’ 된 헤이트 스피치
전라도 혐오에 가장 치명적인 이념적 낙인을 찍은 계기 가운데 하나는 5·18 민주화운동이다. 민주화 운동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지역 발전을 이루기는커녕, 되레 지역 혐오의 매개이자 타겟이 된 것이다.
총칼로 권력을 찬탈했던 신군부는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호남을 ‘간첩이 침투한 곳’, ‘폭도들의 도시’라는 공산주의 프레임으로 묶어 고립시켰다.
공세는 1987년 민주화 체제와 맞물려 더 치열해졌다. 호남이 민주당 계열 정당의 확고한 지지 기반이자 민주화 선도 지역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보수 정당과 극우 세력은 선거철마다 표를 결집하기 위해 호남을 고립시키는 정치공학적 모략을 반복했다.
민주당마저 5·18을 정당의 정신적 뿌리로 삼으면서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여야는 본격 정쟁화의 늪에 빠졌다. 5·18이 민주화의 숭고한 역사가 아닌 진영 간 사활을 건 정쟁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이 온라인 공간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베(일간베스트)를 위시한 극우 커뮤니티는 5·18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밈(Meme)과 은어를 배설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호남 혐오는 더 이상 진지한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타인을 린치(집단 괴롭힘)하며 쾌감을 느끼는 일종의 ‘놀이문화’로 변질됐다.
이에 5·18 기념재단은 본보 기획보도와 관련해 성명문을 내고 “왜곡과 조롱이 온라인을 타고 젊은 세대의 놀이문화로 소비되는 현 단계는 사실상 전라도에 대한 사회적 린치에 가깝다”며 “헤이트 스피치가 오프라인까지 오염시키고 있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논평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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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특별시 국제행사 COP33 유치전에 조례로 ‘물꼬’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제30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에 참석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과 기후위기 시대 한국의 역할을 논의하고 있따. /뉴시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가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제도 보완·정비에 나섰다. 정부가 COP33과 G20 정상회의 동시 유치에 난색(7월 21일자 5면)을 표한 가운데, 우선 COP33 유치만이라도 광주특별시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3일 광주특별시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민형배 광주특별시장이 제출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33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유치 지원 조례안’을 오는 8일 제1차 정례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조례안에는 특별시장이 COP33 유치를 위한 계획을 직접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치계획에는 유치 목표와 추진방향을 비롯해 관련 시책 개발, 지원·홍보, 재원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유치 활동을 위한 ‘제33차 유엔(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남해안 남중권 유치위원회’도 특별시장 소속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유치위원회는 COP33 유치 과정에서 특별시장의 자문에 응하고 유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유치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사업에 대한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관련 기관·단체와의 협력과 공동사업을 비롯해 토론회와 심포지엄, 강연회 개최, 국내외 홍보활동과 자료수집 등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관련 사무를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특별시와 지자체, 유치 관련 기관·단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문가나 관련 기관에 의견 청취와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조례안에는 기존 COP33 관련 조례의 승계와 폐지에 관한 사항도 규정했다. 광주특별시 출범에 따라 기존 전남도의 COP33 유치 지원 조례를 광주특별시 자치법규로 전환하도록 했다.새 조례가 시행되면 기존 전남도 조례는 폐지되고 종전 조례에 따라 추진한 계획과 지원사업은 새 조례에 따라 추진한 것으로 인정된다. 조례의 효력은 COP33 개최 장소가 확정되는 날까지 유지된다. 개최지 결정 전까지 광주특별시 차원의 유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COP33 유치에 목소리를 내어 온 강문성 의원(더불어민주당·여수3)은 “COP33 유치는 여수 한 곳의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차원을 넘어 남해안 남중권을 세계에 알리고 기후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특별시 출범을 계기로 광주와 전남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중앙정부와 국제사회에 남중권의 개최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정부가 G20 정상회의와 COP33의 일정 중복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최종 개최 결정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며 “특별시가 유치계획 수립부터 정부 설득, 남중권 지자체와 민간과의 협력까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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