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와 작업하며 파격 시도 시작
대중가요도 즐겨…김광석 곡 좋아해
해외 공연 통해 '민요' 세계에 선봬
중년층과 수험생 응원에 보람 느껴
"보는 이들이 재밌고 즐겁기만 바라"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은 '민요'라는 전통적인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흔히 떠올리는 한복과 갓이 아닌 성별과 연령을 가늠할 수 없는 화려한 의상과 분장으로 시선을 끌며 정형화된 틀을 깨고 무대에 올라 누구든 민요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지난 2017년 프로젝트 밴드 '씽씽'으로 활동할 당시 라이브 공연 무대 'NPR Music Tiny Desk Concert'에 올라 '민요메들리', '난봉가', '사설난봉가' 등을 선보여 85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전통 민요의 매력을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이희문의 아이덴티티는 반짝이는 의상 '스팽글', 아찔하게 높은 '하이힐' 그리고 형형색색의 '가발'로 정의된다. 그는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를 할 때마다 대리만족을 하는 팬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12일 이희문은 광주예술의전당을 방문해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송년음악회 '선물' 무대에 올랐다. 공연 시작 전 이희문을 만나 내년의 계획과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경기 민요를 하는 소리꾼 이희문이라고 한다. 만나게 돼 반갑다.
-광주에는 자주 방문하는가. 광주와 특별한 인연은 있는지.
▲광주에서 공연을 빈번하게 하는 편은 아니다. 경기민요를 하다 보니까 광주는 남도민요나 남도판소리를 주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를 많이 찾아주는 편이긴 한 것 같다. 특히 ACC가 설립된 후에는 ACC 무대에도 몇 번 올랐다.
-경기민요와 남도민요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경기민요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다. 각 지방의 소리꾼들이 서울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여러 지역의 민요들까지 어우러지게 됐다. 그런데 남도민요만큼은 발성 자체도 다르고,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듯 음계의 차이도 분명하다. 남도민요는 계면조를 가지고 있어 약간 슬픈 느낌이 든다. 표현 방식 역시 슬프고 처절하다. 반면 경기민요는 선율이 경쾌하고 화려한데, 그렇다고 가사가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고 해학적이고 블랙 코미디 같은 측면이 있다.

-이희문을 떠올리면 스팽글과 하이힐, 가발이 먼저 생각난다. 민요와 같은 전통 음악에 대해 흔히 떠올리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깨부수는 시도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08년도부터 개인 공연 작품들을 해왔는데, 쭉 해오다가 나름대로 뭔가 변화를 갖는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중 현대무용을 하는 안은미 선생과 작업을 하게 되며 2013년도에 안 선생에게 연출을 부탁드렸다. 그러면서 새로운 표현들을 하는 어법들을 무대에 세우기 시작했다.
-소리꾼으로서는 단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파격적이라고 얘기들을 하시는데, 대중음악을 했으면 이게 파격이겠는가.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좋게 생각해주는 것 같고, 이것도 하루아침에 하게 된 게 아니라 몇십 년 전부터 조용히 소리를 해오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기 때문에 이런 행보에 신뢰가 생긴 것 같다. 나름대로는 전통 공연과 투 트랙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어떠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저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소리를 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연마다 최대한 의상과 콘셉트를 다르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들었다. 오늘 공연은 어떤 콘셉트나 의상을 준비하고 있나.
▲최근에는 '스팽글'이라는 음반을 내고 밴드 오방신과 활동을 하면서 스팽글 위주로 의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협연이다 보니 양복 같은 느낌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2021년 '불후의 명곡' 출연 당시 싸이의 히트곡 '나팔바지'를 새롭게 편곡한 무대를 선보였는데, 대중가요와도 잘 어울렸다. 민요 외에도 대중가요를 좋아하는지, 애창곡이나 좋아하는 가수가 있는가.
▲대중가요는 어렸을 때 많이 들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가수 민해경을 좋아했다. 민해경의 '보고 싶은 얼굴'도 애창곡이지만 여성 가수이고 워낙에 가창력이 있다 보니 약간 어렵다. 요새는 노래방에 자주 안 가지만 예전에 가면 김광석씨의 노래를 많이 불렀다.
-무대 의상이나 소품 등을 준비할 때에는 감각이 필요할 것 같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지.
▲많이 찾아보고 관심이 있어야 한다. 주변에 패션에 종사하는 지인들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스팽글 같은 경우에는 밴드 활동을 한지 10년이 되면서 인디밴드에서도, 전통 신에서도 이방인처럼 되며 나에게 있어 '밴드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 스팽글이 떠올랐다. 처음 안은미 선생을 통해 공연을 하며 입었던 의상이 스팽글이었다. '그래, 나는 반짝반짝한 것을 좋아하고 나에겐 밴드란 이런 것이었겠구나'라고 깨달았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공연을 했다고 들었다. 근황이 어떻게 되나.
▲올해는 해외 공연들이 좀 있었다. 상반기에는 프랑스 올림픽 때문에 3개 도시를 갔고, 독일 베를린과 일본에서도 투어를 했다. 가장 최근에는 영국 런던에서 하는 재즈 페스티벌에서 'K-뮤직'을 선보이는 기획을 해서 다녀왔다.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자신이 성별과 연령을 넘나들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60대뿐만 아니라 70대 팬도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활동하면 욕을 꽤 먹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욕보다는 좋은 댓글이 많았다. 그 이유를 보니 팬들 중에 중년 여성들이 많은데, 뭔가 대리만족으로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쟤도 저걸 하는데',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이런 응원의 목소리가 되게 많았다. 또 최근에는 고등학생 팬이 생겼다. 그 팬이 '수험생인데 계속 이 노래들을 듣고 있으니 빨리 수능이 끝나고 공연장에 가고 싶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내가 음악 활동을 하는 걸 보며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 보람 있다.

-대중들이 이희문의 공연을 보고 어떠한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저렇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사는 생명체를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지?
▲당장 다음 주에도 신작 공연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공연들이 일회성이 너무 많다. 좋은 공연을 잘 만들어두고 계속해서 무대에 올리며 레퍼토리화가 돼야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레퍼토리 작업이 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이해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시국이 불안하지만 어찌 됐든 국가를 이루고 있는 최소 단위는 '우리'라고 생각한다. 국민 개개인이 가장 중요하다. 불안한 시국에서도 각자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자신의 소임을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좀 더 살기 좋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영상=손민아수습기자 minah868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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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예술인 늘고 지역으로 유학하는 환경 중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오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전남 문화예술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광주전남지역의 문화예술체육인들을 만나 지역 예술계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12일 오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 국제회의실 리셉션홀에서 '광주전남 문화예술인 간담회'가 진행됐다.이 자리에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임원식 광주예총 회장, 송진희 광주디자인진흥원장, 허달재 화가 등 지역 문화예술체육인 10여명이 참석했다.이날 간담회는 '지역 문화 균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로부터 고충을 듣기 위해 마련됐으며, ACC와 지역 예술계 협업, 예술인 상품 개발 확대, 국제평화연극제 지원 등에 대한 건의가 이뤄졌다.예술인들은 가장 먼저 ACC가 지역 예술계를 향해 문턱을 낮춰주길 바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국제적 기준에 맞는 높은 수준의 작품들을 창·제작하는 것도 중요하나 지역의 젊은 예술인 육성과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ACC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소규모 공방을 운영하는 예술인들의 상품 개발 통로를 마련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오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전남 문화예술인 간담회에 참석했다.공예인은 제작한 작품을 판매하는 것 외에 각종 체험학습도 중요한 수입원이 된다. 하지만 소규모 공방들의 경우 청소년 체험학습 상품을 조달청에 등록하고 싶어도 요구하는 각종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조달 등록의 문턱을 낮춰달라는 의견이다.체육 분야에서는 지역의 지도자 처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학생 선수들에 대한 처우는 많이 좋아졌음에도 훌륭한 지도자들은 더 좋은 여건을 찾아 지역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참석자들은 실제 비인기 종목의 경우 전국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지역에서 유망한 선수를 육성하는데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20년째 이어지고 있는 '광주국제평화연극제'에 대한 지원 요청도 있었다.㈔한국연극협회 광주광역시지회(광주연극협회)는 지난해까지 20회에 걸쳐 '광주국제평화연극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의 지원을 받다 보니 중복지원의 문제로 인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위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공모사업을 신청해야 하지만 공모에서 떨어진다면 그대로 연극제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연극협회는 광주시로부터 받는 1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고난영 광주연극협회장은 "타지역의 국제연극제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예산이며 해외에서 1팀을 겨우 초청할 수준"이라며 "'평화'는 광주에서 국제연극제를 열기 가장 좋은 주제다. 중앙에서 조금만 지원해준다면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유인촌 장관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꿔나가야 할 문제도 있다"며 "생활 예술인을 늘리는 것이 올해 첫 번째 목표고, 주변에 미술이나 공예를 즐기는 동아리가 많이 생겨야 이분들이 또 지역 예술인들을 찾으면서 예술인들이 먹고 살 방법이 늘어난다"고 말했다.12일 오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 현장을 찾아 지난달 4일 화재가 발생한 경찰국 3층을 둘러보고 있다.이어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문화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 국악제에서 만난 단장은 대통령상을 받은 실력있는 젊은 친구들이 있음에도 어차피 곧 서울로 떠날 애들이라며 울상을 지었다"며 "재능있는 예술인들이 무조건 서울로 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으로 유학을 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장기적인 일이 되겠으나 각 지역이 특화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에 앞서 유 장관은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 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과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보고 받았다.복원추진단 관계자의 현황 보고를 받은 유 장관은 도청본관 2층의 부지사실과 최근 화재가 발생한 경찰국 3층 현장도 방문했다.유 장관은 "2008년 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에서 삽을 떴던 기억이 생생한데, 결국 도청의 제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아직까지 공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철저한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사고가 나면 공사가 흔들릴 수 있으니 절대 무리 마시고 안전하게 작업해달라"고 당부했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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