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된 '괴물 폭우'…기상청 예보-실강수량 5배 차

입력 2025.07.21. 18:10 강주비 기자
기록적 폭염→폭우→폭염 반복
해수면 온도↑ 등 기후위기 영향
예측 불가능 '뉴노멀' 대응 必
기상 예보·행정 시스템 개편을
호우경보가 발효된 17일 광주 북구 중흥동 북구청4거리에서 전남대 방향으로 향하는 일반도로와 주택가에 물이 사람 종아리 높이까지 범람해 차량은 움직이지 못하고 시민들은 침수된 도로를 건너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올 여름 광주·전남은 전례 없는 기후 재난에 직면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기후 재난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찾아온 폭염에 이어, 1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극단적 폭우가 쏟아지며 광범위한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폭우가 채 그치기도 전에 폭염 특보가 재발효되면서, 체감 35도를 넘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만큼 예보 시스템과 행정 대응체계 전반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21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광양 백운산이 60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구례 성삼재 516.5㎜, 나주 508.5㎜ 등 다수 지역에서 500㎜ 안팎의 폭우가 관측됐다. 광주는 17일 하루에만 426.4㎜가 내리며, 1939년 기상 관측 이래 일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집중호우로 광주 도심의 주요 도로와 주택, 상가가 침수됐고, 나주·장성·담양 등지에선 하천 범람과 산사태 위험이 이어졌다.

이번 폭우는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며 발생했다. 필리핀해역 등지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졌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됐다. 이 수증기가 상층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비구름이 빠르게 발달했고,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폭우가 집중되는 국지성 강수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극한 호우'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당 100㎜를 넘는 집중호우는 과거엔 매우 드물었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와 강도가 모두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여름철 시간당 80㎜ 이상 강수 빈도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장마철 이후 100㎜ 이상의 국지성 호우가 16차례나 관측됐다.

폭염도 문제다. 7월 초부터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선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지속됐고, 일부 지역에선 6월부터 열대야가 시작됐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치며 '열돔 현상'이 발생했고, 대기 중의 열기가 갇히면서 기온은 급격히 상승했다.

여기에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수증기량이 늘면서,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극단을 오가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측 불가능한 기후 재난, '뉴노멀'에 도래한 만큼 새로운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과거와 같은 조건에서도 훨씬 많은 비가 내리게 된다"며 "행정당국은 상황별 대응 기준과 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예보 전달과 행정조치 간소화, '선조치 후보고' 체계 정착 등 사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 대응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예보 시스템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상청은 대기 상태를 수백만 개의 격자로 나눠 날씨를 예측하는데, 현재 사용 중인 모델은 격자 간격이 약 8km에 불과하다. 좁고 강한 비구름은 이 틈을 빠져나가기 쉽고, 이번 광주·전남 폭우처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강수대를 포착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상청은 지난 17일 오전까지만 해도 광주의 하루 강수량을 80㎜ 수준으로 예보했지만, 실제론 426.4㎜가 쏟아져 예보와 실강수량 사이에 5배 넘는 차이가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날씨 예측은 대기를 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해 슈퍼컴퓨터가 계산하는 방식인데, 현재는 전 지구를 약 8㎞ 간격의 격자로 나눠 수치를 예측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번 폭우처럼 좁은 지역에서 빠르게 발달하는 구름대는 이 격자 해상도 안에 잡히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격자 안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현상뿐 아니라, 그 영향이 주변 격자에까지 전파되며 오차가 확산되기 때문에 예보 정확도에 한계가 생긴다"며 "전구(전 지구) 모델과 지역 모델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슈퍼컴퓨터 성능과 관측망, 전산 자원, 수치모델 등 복합적인 연구·개발·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AI 기반 수치모델도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높아진 예측 불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상청에서 직접 폭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추진·설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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