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온도↑ 등 기후위기 영향
예측 불가능 '뉴노멀' 대응 必
기상 예보·행정 시스템 개편을

올 여름 광주·전남은 전례 없는 기후 재난에 직면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기후 재난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찾아온 폭염에 이어, 1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극단적 폭우가 쏟아지며 광범위한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폭우가 채 그치기도 전에 폭염 특보가 재발효되면서, 체감 35도를 넘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만큼 예보 시스템과 행정 대응체계 전반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21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광양 백운산이 60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구례 성삼재 516.5㎜, 나주 508.5㎜ 등 다수 지역에서 500㎜ 안팎의 폭우가 관측됐다. 광주는 17일 하루에만 426.4㎜가 내리며, 1939년 기상 관측 이래 일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집중호우로 광주 도심의 주요 도로와 주택, 상가가 침수됐고, 나주·장성·담양 등지에선 하천 범람과 산사태 위험이 이어졌다.
이번 폭우는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며 발생했다. 필리핀해역 등지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졌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됐다. 이 수증기가 상층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비구름이 빠르게 발달했고,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폭우가 집중되는 국지성 강수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극한 호우'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당 100㎜를 넘는 집중호우는 과거엔 매우 드물었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와 강도가 모두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여름철 시간당 80㎜ 이상 강수 빈도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장마철 이후 100㎜ 이상의 국지성 호우가 16차례나 관측됐다.
폭염도 문제다. 7월 초부터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선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지속됐고, 일부 지역에선 6월부터 열대야가 시작됐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치며 '열돔 현상'이 발생했고, 대기 중의 열기가 갇히면서 기온은 급격히 상승했다.
여기에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수증기량이 늘면서,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극단을 오가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측 불가능한 기후 재난, '뉴노멀'에 도래한 만큼 새로운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과거와 같은 조건에서도 훨씬 많은 비가 내리게 된다"며 "행정당국은 상황별 대응 기준과 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예보 전달과 행정조치 간소화, '선조치 후보고' 체계 정착 등 사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 대응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예보 시스템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상청은 대기 상태를 수백만 개의 격자로 나눠 날씨를 예측하는데, 현재 사용 중인 모델은 격자 간격이 약 8km에 불과하다. 좁고 강한 비구름은 이 틈을 빠져나가기 쉽고, 이번 광주·전남 폭우처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강수대를 포착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상청은 지난 17일 오전까지만 해도 광주의 하루 강수량을 80㎜ 수준으로 예보했지만, 실제론 426.4㎜가 쏟아져 예보와 실강수량 사이에 5배 넘는 차이가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날씨 예측은 대기를 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해 슈퍼컴퓨터가 계산하는 방식인데, 현재는 전 지구를 약 8㎞ 간격의 격자로 나눠 수치를 예측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번 폭우처럼 좁은 지역에서 빠르게 발달하는 구름대는 이 격자 해상도 안에 잡히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격자 안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현상뿐 아니라, 그 영향이 주변 격자에까지 전파되며 오차가 확산되기 때문에 예보 정확도에 한계가 생긴다"며 "전구(전 지구) 모델과 지역 모델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슈퍼컴퓨터 성능과 관측망, 전산 자원, 수치모델 등 복합적인 연구·개발·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AI 기반 수치모델도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높아진 예측 불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상청에서 직접 폭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추진·설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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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 수사 속도...경찰 특수단 “4월 송치 목표”
13일 무안국제공항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직속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장인 정성학 경무관(가운데)이 유가족들에게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국토교통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데 이어 유가족 간담회를 열고 수사 상황을 공유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 행보에 나섰다.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직속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국토교통부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참사 당시 국토부 항행위성정책과 관계자 2명과 공항운영과 관계자 2명 등 총 4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참사 원인과 관련 기관 대응의 적절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같은 날 특수단은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특수단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까지 64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4월께 피의자 송치를 위해 검찰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당초 참사 수사는 전남경찰청 수사본부가 진행, 1년여 동안 45명을 입건했으나 단 한 명도 검찰에 송치하지 못하는 등 장기간 수사 진척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1월2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직속 특별수사단이 새로 꾸려졌다.특수단은 경남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정성학 단장을 중심으로 총경급 팀장 2명과 중대재해수사팀, 반부패수사대, 디지털포렌식센터 등 수사 인력 48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출범 2주 만인 지난달 12일 부산지방항공청과 무안공항 시공을 맡았던 업체 등 2곳을 압수수색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관련 공사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진행된 간담회에서 특수단은 전남경찰청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참사 원인 규명에 대한 수사 의지가 느껴졌다”며 “정성학 단장이 ‘말 보다는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설명했고 유가족들도 이에 공감해 박수를 보냈다. 경찰이 유가족 앞에서 박수를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특수단을 이끄는 정성학 단장은 형사·수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다.지난해 충남경찰청 수사부장 재직 당시 캄보디아와 태국 등지에서 활동하던 온라인 사기 조직을 적발하고 조직원 45명을 국내로 송환해 전원을 구속 송치하는 등 해외 공조 수사 경험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사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해외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이러한 수사 경험이 주목된다는 평가다.한편 이날 무안공항에서 진행된 사고기 잔해 보관 개선 작업 과정에서 희생자 유해로 추정되는 치아 1개와 미세 뼈 30개 등 31점이 추가로 발견됐다. 유류품 16묶음과 휴대전화 1개도 함께 확인됐다. 현재까지 발견된 유해 추정 물체는 총 64점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9점은 실제 유해로 확인됐다. 나머지 물체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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