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안과21병원 원장
지난 2024년, 새해가 밝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는 의료개혁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약 5,000명으로 확대한다는 정책이었다. 지역 의료를 살린다는 명목 아래 진행된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은 심층적인 검토와 이해 당사자와의 의견 수렴이나 의료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전부 무시한 채 추진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에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책상 위에서 만든 의료개혁을 발표하자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와 동맹 휴학 등으로 거의 1년 동안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을 내며 대학병원을 떠났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학교 측의 재량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2026년도 2,000명 증원은 결정된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과연 1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2,000명 증원이 제대로 된 교육과 실습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교육되는지를 안다면 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 정책이다. 나는 과연 이 정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충분한 토론과 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실현 가능한 대책들을 마련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의사의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환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의료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턱대고 의료 인력만 확충할 경우 의료의 질 저하, 의료 사고 증가, 의료비 폭증인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의대 증원만으로는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거나 수도권과 지방과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전공의들의 필수 의료과 기피 현상이 해결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인기 과목을 선택한 후, 의료 수요가 많고 경제적 기반이 뒷받침되는 수도권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근무 환경이나 보상이 적절하지 않다면 지방 근무를 기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없고 대학병원에는 전공의들이 없다. 대학교수들은 의료 개혁 이후 1년간 진료, 수술, 응급실 근무로 인해 단축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의료 현장의 공백은 더 커졌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남은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했다.
특히 생사의 촌각을 다투는 응급센터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렵고 암 환자들의 경우 수술이나 진료가 지연되면서 치료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의료 대란이 장기화될수록 의료진들의 사기가 저하되었으며, 환자들은 제때 치료나 수술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안감만 커졌다.
그리고 지난 1월 14일, 정부는 비상계엄 사태 당시 포고령에 '의료인 처단' 내용이 담긴 것을 사과하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무모하고 준비되지 않은 정책은 사회에 혼란만을 가중시켰고 의료제도에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통을 주었을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의료개혁이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여전히 의문스럽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료 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좀 더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 의료진 모두가 만족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