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어른 사타구니 탈장

@서해현 광주 서광병원장 입력 2024.03.07. 15:14

탈장은 복벽이 약해져서 터진 틈으로 장이 밖으로 나오는 병이다. 탈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사타구니이다. 탈장은 영어로 Hernia라고 한다. Hernia의 어원은 라틴어로 의미는 터지다(rupture)이다.

어린이 탈장은 선천적으로 복벽의 틈새를 가지고 태어난 경우에 발생하며, 성인에서는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복벽이 약해지고, 과도한 복압 상승이 동반될 경우 발생한다.

인간이 힘을 쓸 때는 항상 배에 힘이 들어간다. 이럴 때, 배 속에는 높은 압력이 만들어진다. 높은 복압이 반복되면 배를 감싸고 있는 근육과 힘줄이 약해지면서 복벽에 틈이 생기게 되고, 그 틈을 따라 바깥쪽으로 장이 빠져나오게 된다. 풍선을 불 때 풍선이 고르게 팽창하다가 더 세게 불면 약한 부분이 먼저 볼록 튀어나오는 것과 같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전립선비대증, 임신, 복수 등 복압을 만성적으로 높이는 상황은 탈장을 유발할 수 있다. 비만, 무거운 물건 들기, 장시간 서서 일하기, 만성변비, 만성기침 등도 위험인자이다. 과격한 운동도 탈장 발생을 촉진한다. 비교적 젊은 운동선수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탈장을 스포츠탈장이라고 한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도 탈장수술을 했다.

사타구니 탈장은 종종 음낭쪽 아랫배가 애매하게 불편하여 초음파나 CT 검사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게 돌출되며 통증도 없다. 초기에는 피하에서 부드러운 덩어리가 만져지며 누르면 쉽게 들어간다.

대개는 기침하거나 힘을 주는 경우, 또는 장시간 서 있는 경우에 더 불룩해지고, 누우면 없어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탈장이 점점 커지고 확대되면서 불편이 심해진다. 사타구니 탈장이 오래되면 빠져나온 장으로 음낭이 아기 머리만큼 커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탈장을 저절로 나왔다가 밀어 넣으면 큰 어려움 없이 제자리로 들어간다. 그러나 밀어 넣어도 빠져나온 장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급히 손으로 조작하여 빠져나온 장기를 복강 내로 밀어 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상태를 감돈탈장이라고 하며, 이 상태에서 장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교액탈장이라고 한다. 교액 상태가 지속되면, 조직이 괴사되면서 장천공, 패혈증, 장폐색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응급수술이 필수이다. 괴사된 장의 절제 및 문합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탈장 진단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할 수 있다. 그전에 보이지 않던 덩어리가 사타구니에서 불룩 튀어나오면 의심할 수 있다. 탈장에서 가장 필요한 검사는 촉진이다. 부드럽고 둥근 덩어리를 손가락으로 촉진할 수 있다. 보고 만지고 밀어넣기로 진단할 수 있다. 대개 증상과 진찰만으로 충분하지만, 진단이 모호한 경우 복부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하기도 한다.

탈장은 한번 생기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치료는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다. 약이나 보조기구로 낫게 할 수는 없다. 탈장은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성 기침, 변비, 전립선비대증 등 복압을 높이는 상황은 미리 교정하는 것이 좋다.

수술 방법은 다양하다. 환자의 근막을 당겨서 약해진 부분을 보강하는 방법이 가장 전통적 수술이다. 1980년대 그물 모양의 인공막(mesh)으로 복벽을 보강하는 방법이 도입되었다. 이렇게 하면 봉합부 긴장이 없어서 통증이 적고, 일상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990년대 복강경을 이용하여 탈장을 교정하는 수술이 개발되어, 우수한 수술 결과와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복강경 전복막외탈장교정술(Total Extraperitoneal (TEP) Herniorrhaphy)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수술법이다. 수술기술 습득의 어려움과 수술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모든 수술방식을 비교연구한 결과, 통증과 재발을 가장 최소화하는 우수한 수술법으로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탈장은 방치할수록 더 커지고 더 불편해진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탈장수술 미루지 말고 빨리하세요!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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