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을 수도 있을까?

@홍영준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입력 2024.02.15. 18:21


스트레스(영어: stress, 한국어: 긴장 또는 짜증)의 어원은 '팽팽하게 죄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스트링게르(stringer)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는 정신적, 신체적 자극으로 인한 변화를 일으키는 정신적 긴장감(부담 또는 압박)을 뜻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호르몬, 면역,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을 수도 있을까?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로 유명한 영화배우 캐리 피셔가 2016년 12월 27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스타워즈'의 팬들은 놀라고 상심하면서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런데 캐리 피셔가 사망한 다음 날 그녀의 어머니이자 원로 배우인 데비 레이놀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한 충격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후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망가질 수 있는데, 이를 '스트레스 심근증'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심근증은 심장 모양이 일본에서 문어나 낙지를 잡는 항아리인 타코츠보(たこつぼ)와 같이 변한다고 해서 '타코츠보 심근증' 또는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이라고도 불리는데 1990년대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보고 되었다. 스트레스 심근증은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잘 발생하는데 특히 50세 이후,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이별, 불안과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했을 때, 혹은 화상, 패혈증, 감염과 같은 질병을 겪은 후 심장 근육이 일시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규모 재난 지역에서 자주 보이는데 일본 니가타현 주에쓰 지진, 한신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에서 스트레스 심근증이 보고되었다.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아드레날린과 같은 교감신경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여 심장 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 근육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광팬인 이집트의 한 20대 남성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후 2시간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이처럼 너무 행복해 심장에 무리가 간 '행복심장증후군' 환자의 증상도 스트레스 심근증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상심증후군은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고, 행복심장증후군은 남성에서 더 흔하게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심근증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호흡곤란, 메스꺼움과 같은 증상을 보이므로 심근경색증과 아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스트레스 심근증은 심전도 검사상 심근경색증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고, 심근에 손상이 발생하여 혈중 심근 효소 수치가 증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스트레스 심근증 환자는 관상 동맥 조영술 상 심장 혈관에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심근증 환자는 안정을 취하면 대게 1~2개월 안에 회복된다. 이는 심근 조직이 일시적으로 위축되었다가 회복되는 것으로, 심근경색증에서 보이는 심근세포 손상과 같은 반흔이 남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저절로 사라지므로, 환자들은 자신이 스트레스 심근증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쇼크에 이를 정도로 증세가 심각하거나 심한 심부전과 폐부종 상태에서는 인공호흡기 및 침습적 혈압상승 보조장치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보통 큰 후유증 없이 치유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있고, 드물게 좌심실의 수축 기능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 심근증은 급성기에 잘 관리하면 사망률 및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 원인이 정신적 스트레스라면 상담 치료를 통해 재발을 예방해야 하고 행복할 때보다 매우 상심했을 때 잘 나타나므로, 예방하려면 스트레스를 평소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 홍영준 전남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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