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필수의료 특례법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연합외과 원장) 입력 2024.01.11. 17:30

얼마 전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이 발생하였는데 수술할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사망한 사건이나, 응급실 뺑뺑이 사건, 소아과 오픈 런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요즘 붕괴되어가는 필수의료에 대하여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역의료도 함께 붕괴되어 가고 있는데, 시 나 군 단위 지역에서는 분만을 받아줄 산부인과 병원이 거의 없으며, 우리 지역만 하더라도 조금만 중증질환이 되면 이 지역의 종합병원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으로 쏠리는 등, 의료 전달 체계가 무너지면서 지역의료도 급속히 붕괴되어가고 있다. 필수 의료가 붕괴되어가는 원인은 한마디로 말하면 하이 리스크에 대한 로우 리턴 즉 의료행위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생명이 위중한 질환을 다루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이 두 가지가 큰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무너져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되살리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는 의정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지속해 오고 있는데,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협상 단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보건복지부에 필수의료 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따른 형사처벌 특례법을 규정하여 필수의료 제공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 하였다.

왜냐하면 요즘 심해지고 있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경향이 응급·암·중증외상·분만·소아 등의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의료인들의 기피 현상을 가속화시켜 필수의료 시스템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행위의 본질은 질병과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선한 의도이며,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한다 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의료 행위의 본질적인 한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 과정에서 고의성이 없는 오진이나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등에 대해 유독 우리나라는 엄격한 법의 잣대, 특히 형벌의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의료행위의 본질과 한계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의 의사에 대한 업무상 과실 치사상 기소 건수는 대륙법계(독일, 일본)나 영미 법계(영국, 미국) 국가들에 비교하여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의사 100명당 기소건수는 0.258건인데 비하여 일본은 0.001건, 영국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0.0006건으로 의료 과실에 대한 처벌 요구가 우리나라는 일본의 약 265 배 영국의 약 89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이번 협상에서 의료계와 복지부는 현행과 같은 처벌 중심의 정책 효과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고 필수 의료 분야 의료진이 적극 진료 및 소신 진료에 나설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하자는데 뜻을 같이 하기로 하였다. 다양한 의료행위 중에서 중증질환, 위험도 높은 수술, 응급의료행위, 분만이나 신생아 진료와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사고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특례를 규정하여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필수의료 제공환경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의료사고 피해를 받은 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은 의무적으로 의료배상공제에 가입을 하도록 하여 피해를 본 환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의료배상공제 가입을 전제조건으로 하여 의료사고 시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을 만들어가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하였다.

한마디로 자동차 책임보험 가입 시 인사사고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면책해주는 것처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에 대해서도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대신, 의료사고 시 형사처벌은 면책해준다는 것이 이번에 마련하려는 필수의료특례법의 골자이다.

이 법안이 조속히 제정되어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위험성이 높은 필수 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조성되어 국민 모두가?양질의 의료혜택을 받는 그날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의장(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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