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쌀쌀한 날씨가 완연한 가을에 들어선 요즘, 외래에서는 드물긴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 환자들을 보게 된다. 그래도 지난 여름에 한참 유행했을 때에 비하면 훨씬 감소하는 추세로 이제 드디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3년 8개월 동안 법정 전염병 2급으로 관리되었던 코로나19가 지난 8월 31일을 기점으로 하여 4급으로 하향 발표되었다. 이것은 코로나19가 지금까지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바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팬데믹이란 전염병이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인류 전반에 치명적인 위협을 야기하는 상태에 도달한 것을 말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팬데믹은 흑사병, 신종플루 등이 있다.
또한, 엔데믹이란 한정된 지역에서 수시로 유행하는 유행성 감염병을 말하며, 풍토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일본 뇌염, 댕기열 등의 감염병이다.
감염병은 크게 1급에서 4급으로 분류되는데 치명률이 높은 애볼라 바이러스나 메르스 등은 1급 감염병이며, 전파 속도가 빠른 결핵, 수두 등은 2급, 항상 감시가 필요한 일본뇌염 등은 3급에 해당한다.
4급 감염병은 치명률이나 전파력이 1~3급 만큼은 아니지만 예방접종 등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표본 감시에 나서는 감염병으로 독감, 코로나19, 수족구병 등이 해당된다. 이 중 1급 감염병은 음압격리를 해야하고, 2급감염병은 일반 격리 조치가 이루어진다. 코로나19는 지난 2020년 1월 국내 유입 직후 가장 높은 1급으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4월 2급으로 하향되었다가 이후 다시 1년 4개월여 만에 4급으로 내려갔다.
그럼 코로나 19의 엔데믹 선언이후 바뀌어지는 제한사항 및 특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로, 일단 실내 마스크 착용이 강제가 아닌 자율에 맡기도록 바뀌었다. 그러나 고위험군 환자 보호를 위해 병원급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 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하기로 했다.
둘째로는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5일간 격리권고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지원해온 생활지원비와 30인 미만 기업 대상 유급휴가비 지원은 중단된다.
셋째로는 그동안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검사 비용과 치료비용을 전액 국가에서 부담해 왔는데 앞으로는 일부 고 위험 군을 제외하고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60살 미만이면서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신속항원검사는 2~5만원, PCR 검사는 6~8만원까지 의료기관에서 정한 금액을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신속항원 검사는 외래진료 시 60세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먹는 치료제 대상군만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입원진료 시엔 응급실, 중환자실 재원 환자의 비용만 50%를 지원한다. 다만 60세 이상과 의료기관 입원 환자 보호자, 감염 취약 시설 종사자 등은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검사할 수 있다. 또한, 유전자증폭(PCR)검사 비용도 유증상자 전체에게 비용 일부를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먹는 치료제 대상 군과 고 위험 입원 환자, 응급실, 중환자실 재원 환자에만 비용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넷째로, 모든 환자에게 지원하던 입원치료비는 올 연말까지 중증 환자만 일부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된다. 특히, 중환자실 격리입원료, 중증환자 치료비 중 고비용인 중증처치(비침습 인공호흡기, 고 유량 산소요법, 침습 인공호흡기, ECMO, CRRT)와 관련된 비용을 지원한다.
다섯째, 12세 이상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도 유지되는데 고위험군 위주로 연 1회, 면역 저하자는 연 2회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코로나 19의 치명 율은 독감 수준인 0.03%까지 낮아졌지만, 70대는 0.06%, 80대 이상의 경우엔 0.42%로 여전히 2∼14배 높다. 따라서 질병청은 감염됐을 때보다 이득이 있다고 보는 65살 이상 고령층과 요양시설 입소자, 면역 저하자 기저질환자 등 고 위험 군에겐 10월 예방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10월에 출시되는 백신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XBB(엑스비비).1.5' 기반으로, 현재 국내외에서 유행 중인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 4년여 동안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인해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엔데믹 질환으로 자리 잡는 시점에서 국민 모두가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앞으로는 이러한 공포스러운 전염병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양동호(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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