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오는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애당초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의 대리수술로 시발점이 되어 의사들을 감시하기위한 수술실 CCTV 법안이 발의된 후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불구하고 국회 주도로 발의된 수술실 CCTV 법안이 이날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복지부는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시행 적용 범위'를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병원협회 등에 안내했다. 우선 환자나 보호자 요청이 있을 때, 수술실에 설치된 CCTV로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의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
의료인이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6가지로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자 수술,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서 정한 전문 진료 질병군 수술 등이 담겼다. 지도전문의가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만 판단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수술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촬영을 요청한 경우, 천재지변·통신 장애·사이버 공격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도 포함됐다. CCTV설치 또는 촬영 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은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며, 촬영된 영상과 정보를 유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처음에는 대리 수술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술장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 논의되었으나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결국 수술장 내에 설치하는 것으로 통과 되었다. 사실, 수술실은 환자가 전신마취 하에 의식이 없는 상태로 성기에는 마취하에 소변을 보기위해 요도관을 삽입해야 하고 가슴에는 심장을 모니터링하고 위하여 가슴을 노출 시킨 후 심전도 패드를 붙이는 등 굉장히 은밀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술실내에서는 수술하는 도중 당연히 출혈이 많이 발생할 수가 있고 정형외과 같은 경우에는 팔 다리를 절단하거나 외과의 경우는 배를 열어 장을 절제하는 등 일반인이 보기는 끔찍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필자도 의과대학 다닐 때, 대학병원에 실습을 나간 경우 수술실에 들어가서 동료 여학생들이 수술 장면을 보고 실신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어찌 보면 끔찍하고 일반인이 보아서는 안 될 굉장히 은밀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된다고 하니 의료인들로서는 당연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도 수술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고 이해도 되지 않을뿐더러 평생 지우지 못할 트라우마가 남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수술실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안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의료인들의 입장에서도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들도 근로자인데 근로자의 직업 수행을 CCTV가 감시한다고 하면 어느 누가 안심하고 자기 일에 열중할 수 있겠는가? 또한, 수술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고난도의 작업인데 CCTV로 누군가 자기를 감시한다고 생각하면 집중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설치비용도 처음에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절반을 부담하기로 했었는데 그마저도 예산부족으로 현재 시행령을 불과 며칠 앞두고 아직 어느 병원에서도 정부의 CCTV 설치 보조금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현재 병원에서 예상하는 CCTV 장비가격은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장비 관리 및 보안을 위한 비용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병원 당 수술실 30개에 5000만원 장비를 설치한다면 15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관리비용까지 합치면 30억 정도는 필요하며 수술실 CCTV 설치 이후 인적, 물적 자원이 더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은 전국적으로 달랑 37억 6700만원이라고 하니 병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관리규정도 엄격하여 CCTV가 밖으로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하는데, 전부 그 책임을 병원 경영자인 의사에게 묻고 있다. 설치나 유지에 대한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지 않으면서 책임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CCTV 설치 의무화를 두 달여 앞둔 지난 7월 21일 대한의사협회는 △필수 의료 붕괴 가속화 초래 및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예상되어 헌법소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는 '공개된 장소'에 '범죄예방 등'을 위해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으며, 의료인의 윤리적법적 의무인 환자의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의료법 제19조와 형법 제317조 제1항,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승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도 상충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본적으로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를 훼손시키고, 환자 비밀누설과 전파의 위험이 있으며, 수술실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고, 오히려 감시체제 하의 방어적 의료가 유도되는,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수술실 CCTV 설치는 다시 고려되어야한다. 양동호(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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