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은 분만, 요로 결석으로 인한 통증과 함께 의료계 3대 통증으로 꼽힌다. 이처럼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치통에 베토벤의 '월광' 피아노 소나타 3악장의 격렬한 선율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과연 진짜 효과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직접 감상하였다. 치통이 없는 상태였기에 임상 실험 조건은 동일하지 않았지만 3악장의 빠르게 휘몰아치는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약간 정신이 분산되면서 치통 완화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월광 소나타는 1악장 5분, 2악장 2분, 3악장은 7분 총 14분의 연주 시간이 소요된다. 월광 소나타를 연주 시간별로 구분해 놓으니 충치의 진행 과정과 유사한 점이 보인다. 월광 1악장은 느리게 연주되며 고요한 호수에 비치는 달빛이 연상되며 평화로운 정경이 떠오른다. 충치 1단계도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고 눈으로는 확인하기 쉽지 않지만 시나브로 진행된다. 월광 1악장을 감상하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충치도 1단계에 치료를 받으면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만큼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경미하다.
충치 2단계도 월광 소나타의 2악장처럼 짧게 끝나고 곧바로 3단계에 진입한다. 충치 3단계의 치과 치료는 신경치료 또는 발치를 말한다. 요즘은 치의학의 발달로 인해 과거보다 치료를 받을 때 통증이 많이 줄었지만 '무통'이라는 말은 다소 과장된 표현임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베토벤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월광 3악장에서 베토벤의 상처가 들릴 수 있다. 베토벤이 겪었던 고통에 비하면 치통이든 치과 치료로 인한 통증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류 중에 치과적으로 가장 불행한 사람은 19세기를 살다간 사람들이다. 설탕 소비의 대중화로 충치 환자는 대폭 증가한 반면 치의학은 여전히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당시 사람들은 치통에 대책도 없었고, 국소마취도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베토벤은 18세기 후반에 태어나 19세기 초반 5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다. 베토벤이 치통을 겪었다는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역시도 치통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필자의 추측을 가설로 하여 19세기를 대표하는 음악가에 포함되는 브람스(1825-1897), 슈만(1810-1856)과 클라라(1819-1896)에 관한 자료를 치과의사의 관점에서 찾아보았다. 브람스는 4개의 교향곡과 피아노 또는 바이올린 협주곡, 독일 레퀴엠 등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오페라를 작곡하지는 않았다. 브람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페라를 작곡하느니 차라리 치통이 낫겟다." 브람스가 치통을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경험하였음을 고백한 기록이다.
클라라 슈만은 1884년 3월 런던에서의 삶에 대해 편지를 써서 자신의 딸 엘리스에게 보냈다. 그녀는 런던의 혹독한 추위와 심한 치통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딸들에게 알리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몇 가지를 가져오라는 요청을 하였다.
슈만은 1845년 로베트 번즈(1759-1796)의 시에 곡을 붙여 5곡의 가곡을 만들었다. 이중에 두 번째 곡이 치통(Zahnweh)이다. 그는 노래 제목과는 상반되게 유머스럽게 작곡하였다. 슈만 또한 얼마나 치통으로 고생이 심했으면 자신의 경험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가곡을 만들었을까 싶다.
베토벤, 브람스, 슈만, 클라라 등 19세기 위대한 음악가들과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치과적 여건을 비교하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치과에 내원하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심을 줄여주고자 진료실에 클래식 음악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왕이면 치통을 경험하였던 작곡가가 만든 음악에 '치유의 힘'이 더욱 강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권훈 미래아동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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