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휘수 작가, "사랑보다 어려운 건, 그걸 말하는 일"

입력 2026.04.24. 19:25 최소원 기자
신작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할지’ 펴내
‘사랑 멸종 시대’ 속 연대·표현 중요성 강조
ADHD 등 개인적 경험 솔직하게 풀어내
24일 상록도서관서 북토크 행사 진행
무등산 등반 일화·광주 매력 밝히기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 건 작고 다정한 마음”
지난 2024년 유튜브 ‘하말넘많’ 채널에 게시된 부산과 대구 사투리의 차이를 설명한 영상. 다양한 미디어 매체 속 표현된 경상도 사투리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콘텐츠로 35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갈무리.

유튜버이자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허휘수는 일상 속 감정과 관계를 솔직한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창작자다. 80여 만 구독자를 보유한 ‘하말넘많’ 채널에 출연해 경상도 사투리를 활용한 콘텐츠로 주목받은 데 이어 현재는 자신이 운영 중인 ‘김은하와 허휘수’ 채널을 통해 25만 구독자와 소통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신작 에세이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현암사)를 출간해 ‘사랑 멸종 시대’ 속 관계와 감정, 그리고 표현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책에 담아냈다. 그는 사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언어를 잃어버린 시대라고 진단하며 우리가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허 작가는 24일 광주 서구 상록도서관에서 신작과 관련한 북토크를 진행해 독자들과 만났다. 무등일보는 유튜브와 책을 오가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를 만나 창작자로서의 고민과 사랑, 관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허휘수 작가와의 일문일답.

허휘수 작가가 최근 발간한 에세이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현암사).

- 이번 책은 ‘사랑 멸종 시대’라는 화두 속에서 다양한 관계를 탐색한 결과물이다. 이 시점에 ‘사랑의 표현’을 핵심 키워드로 꺼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모두가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그 사랑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루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겠고, 표현했다가 너무 무거워 보일까 봐, 오해받을까 봐, 혹은 상처받을까 봐 망설이곤 한다. 나는 오히려 그 망설임 자체가 지금 시대의 아주 중요한 정서라고 생각했다. 사랑이 사라진 게 아니라, 표현하는 언어를 잃어버린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사랑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책에 가깝다. 나도 그 답을 아는 사람은 아니어서, 고심하면서 썼다.

- 에세이에서 ADHD를 비롯해 개인적인 경험들을 아주 솔직하게 풀어냈다. 집필 과정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직면하느라 유독 어려웠던 순간이나 반대로 쓰고 나서 해방감을 느꼈던 에피소드가 있는가.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사건 자체를 쓰는 일보다 그 사건 안에서 내가 얼마나 미숙했고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인정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ADHD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설명하는 순간 이해받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쉽게 규정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걸 어디까지 말해야 하지?’를 오래 고민했다. 어떤 비밀을 크게 폭로했다기보다, 나한테 “그래, 너 원래 좀 이런 사람이었지” 하고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그게 나에게는 꽤 해방감이 있었다.

24일 오후 광주 서구 상록도서관에서 만난 허휘수 작가가 무등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소원 기자 ssoni@mdilbo.com

- 책 전반에 걸쳐 관계 속의 연대가 강조되는데, 독자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혼자 잘 살아내는 것만이 성숙은 아니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요즘은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 도움을 청하는 일,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 자꾸 ‘덜 멋진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사람이 사람 덕분에 겨우 살아지는 순간들에 더 관심이 많다. 우리를 버티게 하는 건 아주 작고 다정한 마음, 행동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안부를 묻는 일, 한 번 더 연락하는 일, 상대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일 같은 것들. 나는 그게 사랑이고, 연대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번 책이 말하고 싶은 건 ‘혼자 견디는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서로의 삶에 조금씩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

- “에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정의하는 좋은 에세이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책에 ‘에세이는 진짜’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좋은 에세이는 단순히 ‘솔직한 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함만으로는 때때로 너무 쉽게 타인을 압도하거나, 자기 감정만 남기는 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솔직함 이후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경험을 왜 다시 들여다보는지, 이 감정에서 무엇을 질문할 수 있는지, 독자에게 어떤 사유의 자리를 남겨두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에세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장르라기보다 감각과 해석을 건네는 장르여야 한다고 느낀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걸 이 사람만의 문장, 시선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힘. 그게 좋은 에세이의 조건인 것 같다. 많이 아는 글보다, 오래 남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기도 하다.

- 책 제목처럼 ‘여전히 사랑을 표현하기 어려워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일상에서 발견한 가장 쉽고도 강력한 표현 하나만 추천해준다면.

▲의외로 “생각나서 연락했어”라는 말이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거창하지도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은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오래 남는 말이다. 내가 당신을 어떤 순간에 떠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큰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랑 표현이라고 하면 자꾸 엄청난 말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런 짧고 무심한 듯한 한마디가 관계를 더 오래 가게 만드는 것 같다. 안부를 묻는 일, 별일 아닌 걸 공유하는 일, 상대를 떠올린 흔적을 남기는 일. 그게 생각보다 중요한 사랑 표현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허휘수 작가가 친구 김은하씨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김은하와 허휘수’. 자신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와 일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강의 콘텐츠 등 다양한 영상으로 2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 유튜브 ‘김은하와 허휘수’ 채널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창작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일상에 기쁨을 드렸다는 말이 좋다. 조회수가 잘 나올 때도 물론 기쁘지만, 진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어떤 콘텐츠가 누군가의 삶 안에 닿았다는 걸 확인할 때다. 댓글이나 메시지로 “덕분에 운동을 시작했어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나만 이렇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이 얘기 듣고 좀 덜 외로웠다” 같은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 나는 재미와 위로가 꼭 따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컷 웃다가도 나를 설명해주는 문장, 장면 하나 만나면 오래 기억하게 된다. 그런 순간이 창작자로서 제일 보람 있다.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 유튜버로서 카메라 앞에 서는 일과 작가로서 원고지 앞에 서는 일, 두 활동이 서로에게 어떤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는지 궁금하다.

▲유튜브는 나를 더 생생하게 만들고, 글쓰기는 나를 더 정확하게 만드는 것 같다. 카메라 앞에 서면 사람들과 즉각적으로 호흡하게 된다. 어떤 말이 살아 움직이는지, 어떤 감정이 지금 시대에 실제로 통하는지를 몸으로 배우게 된다. 그 감각이 글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글을 쓰는 시간은 유튜브에서 흘려보낼 수도 있는 감정을 더 깊게 붙잡게 해준다. 말을 고르고, 생각을 다듬고, 왜 나는 이런 장면에 오래 머무는지를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상호 보완한다고 느낀다. 하나가 나를 바깥으로 열어준다면, 다른 하나는 나를 안쪽으로 더 깊게 데려가 준다. 유튜브가 ‘찰나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업이라면, 집필은 그 에너지를 ‘정제하고 압축’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서는 정제와 압축이 필요하다. 또 계속 정제와 압축만 하다 보면 답답해질 수 있는데 그 답답함을 유튜브에서 발산할 수도 있다.

- ‘하말넘많’ 채널에서의 경상도 미디어 사투리를 다룬 콘텐츠가 큰 화제였다. 부산 출신으로서 광주에 올 때마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섞이는 묘한 즐거움도 느낄 것 같은데,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투리는 단순히 억양이 아니라 감정의 결과 지역의 문화가 담긴 언어라고 생각한다. 경상도 사투리는 좀 툭툭 던지는 맛이 있다. 무심한 것 같은데 정이 있고, 쌀쌀맞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웃기고. 표현이 짧고 세 보이는데, 그 안에 생략된 마음이 되게 많다고 느낀다. 전라도 사투리는 또 다르게 정감이 풍부한 느낌이 있다. 말맛이 좋고, 리듬이 살아 있고, 듣고 있으면 사람 자체가 더 넉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두 사투리 다 굉장히 입체적인 언어라고 생각한다. 표준어로는 잘 안 살아나는 온도나 뉘앙스를 사투리는 훨씬 잘 살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투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배경뿐 아니라 태도까지 같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김은하와 허휘수’ 팀의 편집자 유봉(가명)씨가 광주 출신이다. 그래서 광주를 오지 않아도 광주 사투리는 늘 가까이 있는 편이다.

24일 오후 광주 서구 상록도서관에서 만난 허휘수 작가가 무등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소원 기자 ssoni@mdilbo.com

- 광주에서 여행하거나 촬영하며 겪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가.

▲광주에서 늘 인상적이었던 건 결국 사람이다. 촬영을 하다 보면 장소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그 지역 사람들의 말 한마디나 반응, 표정 같은 것들이었다. 예전에 광주에 와서 무등산을 올라간 적이 있다. 나는 중머리재까지만 갔는데, 광주 분들이 하나같이 “그건 무등산 등산한 게 아니라 그냥 산책 다녀온 거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아, 광주 분들은 진짜 무등산에 진심인 분들이구나 싶었다. 다음에는 서석대까지 가보려고 한다.

- 광주라는 도시의 문화적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광주는 자기만의 문화적 자존심이 분명한 도시라고 느낀다. 근데 그 자존심이 배타적으로 느껴지기보다, 오히려 ‘우리는 이런 결을 가진 도시야’ 하고 보여주는 힘처럼 다가왔다. 예술, 역사, 지역성 같은 것들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도시 안에서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인상이 있었다. 전통과 힙함이 공존하는 도시다. 역사적인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젊은 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적 흐름이 아주 세련되게 어우러져 있다고 생각한다.

24일 오후 광주 서구 상록도서관에서 만난 허휘수 작가가 무등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소원 기자 ssoni@mdilbo.com

- 끝으로 이번 북토크 외에도 추후 광주에서 진행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지 궁금하다.

▲광주는 주기적으로 와서 즐기고 싶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올 때마다 반갑고, 돌아갈 때마다 늘 아쉽다. 그래서 다음에는 유튜브 콘텐츠로 ‘광주 일주일 살이’ 같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빨리 보고 지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 더 오래 머물면서 그 도시의 분위기를 천천히 느끼고 담아보고 싶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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