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가 남긴 역사의 생채기
남북분단·전쟁·군사독재 문제 제기
상처와 교훈 속 던져진 삶 보듬어

역사는 상처와 교훈을 동시에 남긴다.
상처는 치유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훈은 오래도록 후세에 울림으로 작용한다.
심영의 작가의 장편소설 ‘경계인들’(푸른사상刊)을 펴냈다.
이 소설은 청산되지 못한 일제강점기의 유산, 분단과 전쟁의 상흔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깊은 흉터로 남아 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 속 펼쳐진 비극은 남파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어부와, 좌우의 대립으로 인한 방화로 죽어간 여자의 딸로, 일본인 여성이 운영하던 보육원에서 성장, 역사학자이자 작가로서 한일 간의 비틀린 역사를 체험하고 있는 김은주의 삶으로 상징된다.
우익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도 종군위안부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일본의 활동가,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남파간첩으로 몰린 어부와 그 가족, 일제시대 조선인과 결혼했던 일본인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비극적 현대사를 배경으로 이들 경계인들의 삶을 세밀하게 조명한다. 도시 재개발 사업을 두고 대립하는 주민들의 가족사에도 해소되지 못한 현대사의 모순이 숨어 있다.
일제강점기가 남긴 부정적 유산은 백 년이 넘도록 고질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분단, 전쟁,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남과 북의 적대적 긴장 관계, 청산하지 못한 친일 잔재, 반공주의와 결탁한 친일 부역자들, 항일운동의 역사를 비틀고 군사독재 체제를 옹호했던 이들은 지금도 당당한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소설 ‘경계인들’은 그러한 역사 인식의 토대(배경)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남북한 체제 경쟁 속에서 납북 어부들이 고문과 허위자백 끝에 북한의 공작원으로 둔갑하고, 그들의 가족은 연좌제의 억압으로 고통받는다. 소설은, 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러한 비극적 가족사에 연루되는가, 어떤 사람들은 고아들을 돌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조선인 남성과 결혼했다가 귀국하지 못하고 조선에 남은 소위 ‘일본인 처’들을 돌보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우익 세력의 비난과 위협 속에서도 종군위안부 문제를 끊임 없이 환기하는가, 그런데 그런 행위(선의)는 어디에서 기원하는가에 대해 깊이 탐문하고 있다.
심영의 작가는 “내 소설이 많은 독자를 만나고 그들의 가슴에 공명을 불러일으키는가를 곰곰 생각해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온전한 소설의 형식으로 말해지고 있는가 하는 점 역시 가만 생각해보면 부끄럼다”고 말했다.
소설가 겸 평론가, 인문학자. 오월문학연구가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저자 심영의씨는 전남대 국문과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및 2020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과 ‘오늘의 기분’, 소설집 ‘옌안의 노래’, 평론집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 및 ‘5·18, 그리고 아포리아’ 등 총 16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2023년 제2회 광주 박선홍 학술상을 수상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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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장관 “기초예술 지원 강화하겠다”
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ACC의 지역 상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향후 정책과 예산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박 장관은 1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을 찾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초예술 지원 확대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방향성 등을 논의했다.이날 오후 ACC 회의실2에서 열린 행사에는 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을 비롯해 공연·미술 등 분야의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참석자들은 지역 예술계의 구조적 어려움과 공공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예술가들이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는 현실 속에서 실험적 창작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ACC와 지역 예술계의 연계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지역 공연예술인들이 여전히 ACC 문턱을 높게 느끼고 있다”며 공동 제작 시스템과 레지던시 확대, 지역 창작물 유통 지원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광주 시민들이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공연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해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청년예술인 유출 문제와 지역 예술 생태계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지역에 창작 기반과 교육 환경이 부족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며 “지역 예술인들이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광주 전역에서 함께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라며 “광주시 권역 사업들은 매칭 예산 문제 등으로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민 체감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사업이 지역 곳곳에 골고루 이뤄져야 예술인들도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박 장관은 “기초예술과 대중예술, 공공영역과 시장영역마다 필요한 정책이 서로 다른데 지금은 너무 뭉뚱그려져 있다”며 “분야별 맞춤형 전략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그는 이어 “ACC가 현장 예술인들과 시장, 공공영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광주·전남 예술인들과 함께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산업과 예술 생태계를 키워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류재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지원포럼회장, 김허경 광주유네스코창의도시 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 이정기·서영기 미술작가, 임홍석 한국연극협회 광주지회장, 김현재 안무가 등이 참여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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