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현대사를 겪으며 살아낸 사람들

입력 2026.04.15. 15:33 최민석 기자
심영의 장편소설 '경계인들' 출간
일제강점기가 남긴 역사의 생채기
남북분단·전쟁·군사독재 문제 제기
상처와 교훈 속 던져진 삶 보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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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상처와 교훈을 동시에 남긴다.

상처는 치유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훈은 오래도록 후세에 울림으로 작용한다.

심영의 작가의 장편소설 ‘경계인들’(푸른사상刊)을 펴냈다.

이 소설은 청산되지 못한 일제강점기의 유산, 분단과 전쟁의 상흔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깊은 흉터로 남아 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 속 펼쳐진 비극은 남파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어부와, 좌우의 대립으로 인한 방화로 죽어간 여자의 딸로, 일본인 여성이 운영하던 보육원에서 성장, 역사학자이자 작가로서 한일 간의 비틀린 역사를 체험하고 있는 김은주의 삶으로 상징된다.

우익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도 종군위안부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일본의 활동가,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남파간첩으로 몰린 어부와 그 가족, 일제시대 조선인과 결혼했던 일본인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비극적 현대사를 배경으로 이들 경계인들의 삶을 세밀하게 조명한다. 도시 재개발 사업을 두고 대립하는 주민들의 가족사에도 해소되지 못한 현대사의 모순이 숨어 있다.

일제강점기가 남긴 부정적 유산은 백 년이 넘도록 고질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분단, 전쟁,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남과 북의 적대적 긴장 관계, 청산하지 못한 친일 잔재, 반공주의와 결탁한 친일 부역자들, 항일운동의 역사를 비틀고 군사독재 체제를 옹호했던 이들은 지금도 당당한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소설 ‘경계인들’은 그러한 역사 인식의 토대(배경)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남북한 체제 경쟁 속에서 납북 어부들이 고문과 허위자백 끝에 북한의 공작원으로 둔갑하고, 그들의 가족은 연좌제의 억압으로 고통받는다. 소설은, 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러한 비극적 가족사에 연루되는가, 어떤 사람들은 고아들을 돌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조선인 남성과 결혼했다가 귀국하지 못하고 조선에 남은 소위 ‘일본인 처’들을 돌보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우익 세력의 비난과 위협 속에서도 종군위안부 문제를 끊임 없이 환기하는가, 그런데 그런 행위(선의)는 어디에서 기원하는가에 대해 깊이 탐문하고 있다.

심영의 작가는 “내 소설이 많은 독자를 만나고 그들의 가슴에 공명을 불러일으키는가를 곰곰 생각해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온전한 소설의 형식으로 말해지고 있는가 하는 점 역시 가만 생각해보면 부끄럼다”고 말했다.

소설가 겸 평론가, 인문학자. 오월문학연구가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저자 심영의씨는 전남대 국문과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및 2020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과 ‘오늘의 기분’, 소설집 ‘옌안의 노래’, 평론집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 및 ‘5·18, 그리고 아포리아’ 등 총 16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2023년 제2회 광주 박선홍 학술상을 수상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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