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작가 450여명 머물러
창작·합평회에 인문학 강의도
10주년 기념작품집 발간 눈길
#해남_백련재 문학의 집
윤선도 숨결 품은 창작 공간
연 4회 계간지…전국에 배포
작가-지역민 만남 북콘서트도
#진도_시에그린문학의집
시·그림 어우러진 최초 박물관
작가 개인 위한 단독주택 제공
인문학 행사·문학캠프 ‘호응’

문학창작촌은 작가들의 창작 산실이다. 많은 문인들이 도심을 벗어난 자연 속에서 바람과 비, 구름이 전하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편의 시를 쓰고 소설을 완성하고 있다.
창작촌은 집필공간의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타 장르와 교류하고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글의 힘’을 키우기도 한다.
‘짐이라고 해야 단출했다. 노트북과 출판사에 넘기기 직전의 원고, 세면도구와 속옷 몇 벌이 전부였다. 작은 배낭 하나로도 넉넉했다.’
2021년 발간된 ‘그때 여기 있었네, 우리’에서 신덕룡 시인이 쓴 글처럼 지금도 많은 작가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창작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담양-글을낳는집
‘글을낳는집’은 담양군 대덕면 용대리에 위치한 레지던시 문학공간이다.
영광 출신의 김규성 촌장(시인)이 지난 2010년부터 담양 대덕면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글을낳는집은 담양 읍내에서 승용차로 30분 가량 걸린다. 만덕산과 연산 사이의 골짜기를 지나면 왼편으로 꾀꼬리봉 자락이 나온다. 2차로 길가엔 자그마하게 ‘글을낳는집’ 표지판이 서 있고,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200여 미터 들어가면 인적이 드물고 쾌적한 무공해 청정지역에 소박한 가옥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글을낳는집’의 철학은 ‘작가가 오롯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뿐이다. 쾌적한 환경과 건강한 식단에 정성을 기울이며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교류가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작가들의 공간은 모두 7개에 달한다. 작가들은 대개 1~3개월 가량 이곳에 묵으면서 글을 쓴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작가들은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450여 명에 달한다. 강석경, 송기원, 이화경, 이도흠 작가와 김이듦, 신덕룡, 최두석, 권달웅 시인 등이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권달웅 작가는 동리목월문학상, 이화경 작가는 현진건문학상을 각각 수상했다.
그들 가운데 67명이 지난 2021년 10월 글을낳는집 10주년을 기념한 작품집인 ‘그때 여기 있었네, 우리’를 발간하기도 했다. 글을낳는집에서 시간과 나눈 대화,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 시와 소설, 동화, 여행기 등이 담겼다.
대개의 문학창작집필실은 1, 2월에는 쉬지만 글을낳는집은 한겨울에도 꾸준하게 평소와 다름없이 집필실을 열고 있다. 교사나 학부모 작가의 경우 방학기간을 활용해 집필 활동을 해야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글을낳는집은 전년도 입주한 작가 중 집필 기간을 연장해 출간을 준비 중이거나, 발간 계약을 마치고 막바지 퇴고 중인 작가들에게 필요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올 초에도 시인과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등 7명의 입주작가들이 집필실을 뜨거운 창작열기로 가득 채웠다.
글을낳는집에서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주 1회 합평회다. 입주 작가 가운데 최근에 출간한 작품집이나 대표 작품집, 혹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을 주제로 토론과 합평 등을 펼친다.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일쑤라는 게 김규성 촌장의 설명이다. 합평회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작가들이 참가해 화기애애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인문학강의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매화나무집에서 들려주는 열편의 인문학 이야기’ 시리즈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광주·전남 작가들과 함께 한 행사에는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개최됐다.
김규성 촌장은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인근에 인적이 드물어 글을 쓰는 데 최적의 환경이이다보니 경기도는 물론 서울과 충청, 경기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남-백련재 문학의 집
해남은 예로부터 시문학의 고장으로 불리며 수많은 문인을 배출해 온 예술의 땅이다. 남도의 아련한 감성과 땅끝의 정취가 한데 어우러진 해남읍 연동리에 위치한 ‘백련재 문학의 집’은 조선 최고의 서정시인으로 꼽히는 고산 윤선도 선생의 숨결이 깃든 공간이다.

백련재 문학의 집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자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덕음산 자락에 위치해 더없이 맑고 좋은 기운을 지닌 곳으로 유명하다. 쾌청한 솔바람 소리와 한적한 옛 마을의 고즈넉한 정취가 어우러져 문인들에게는 창작의 산실로, 군민들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학을 접하고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곳은 해남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난 2019년부터 문인들에게 안정적인 집필실을 제공하는 ‘작가 레지던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동안 황지우 시인을 필두로 박병두, 정택진, 이은유, 이지담, 채길순, 이정모, 이원화, 송기원 등 국내 유수의 문인들이 거쳐 가며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창작 활동을 펼쳐왔다. 명실상부 한국 문학 창작의 새로운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이다.

백련재 문학의 집이 전국 문인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공간 제공을 넘어 작가와 지역이 상생하는 독특한 협업 방식에 있다. 입주 작가들은 월 1회 창작 결과물을 제출할 의무를 지니는데, 해남군은 이를 토대로 연 4회 계간 소식지를 발간해 전국의 문학관과 유관기관에 배포한다. 입주 작가들의 성과와 수준 높은 초대 산문 등으로 꾸며진 이 소식지는 발간될 때마다 전문 문예지 못지않은 완성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해남군은 올해부터 작가들의 집필 의도와 작품 세계, 해남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 공개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3기 입주 작가인 김영래, 윤순례 소설가와 이경철 시인의 콘텐츠가 제작돼 대중과 호흡했다. 여기에 입주 작가와 지역민이 직접 만나는 ‘북 콘서트’ 등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문인들의 예술적 성과를 군민의 문화 향유 기회로 환원하며 문학적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창작 환경 또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총면적 3천956㎡ 규모에 8실의 문학창작공간과 세미나실, 토론방, 공동주방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 매년 입주 작가를 선정해 시설 비용을 전액 감면해 주는 등 안정적인 집필 환경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최근 백련재 문학의 집은 2026년 상반기를 빛낼 새로운 입주 작가를 모집했다. 기성 작가는 등단 3년 이상 및 최근 10년 이내 작품집 발간 실적이 있어야 하며, 예비 작가는 작품 계획서와 함께 추천서를 제출하면 된다. 지원 분야는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 문학 전 분야를 아우른다.
공고를 통해 선발되는 인원은 ‘집중지원(6개월)’ 1명과 ‘일반지원(3개월)’ 8명이다. 집중지원은 3월 10일부터 8월 30일까지 운영되며, 일반지원은 1기(3월~5월)와 2기(6월~8월)로 나뉘어 각 4명씩 입주하게 된다.

◆진도-시에그린문학의집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관장 이지엽)은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최초 박물관이다. 시에그린문학의집, 여귀산 미술관과 진도수석박물관 등으로 이뤄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야외에는 한국의 대표적 조각가인 양두환의 유작과 박달목, 배현, 박주부 조각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시에그린문학의집’은 2021년 6월 개관했으며 창작공간 8개 동과 전시관, 세미나실, 워크숍룸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에그린’이 다른 문학의 집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작가 개인의 사생활이 완전히 보장되는 독립된 단독주택이 공급된다는 점이다, 개인 침실을 겸한 집필실과 화장실, 주방공간이 별도로 구분된 독립된 한 채의 집이 제공돼 혼자만의 생활을 할 수 있다.
이곳은 국내 유명 시인과 신예 작가들이 찾는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입주를 희망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황정산, 장옥관, 함기석, 김수복 시인과 이나미 소설가 등 많은 작가들이 창작 열기를 불태웠다. 지난 2023년 입주작가였던 김선영 소설가의 ‘시간을 파는 상점3’는 100만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해외 10개국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김나비 작가는 웅진문학상 대상, 중봉조헌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함기석 시인은 송수권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에그린문학의집이 마련한 ‘길 위의 인문학’, ‘독서인문 아카데미’ ‘해변시인창작학교 문학캠프’ 등에 대한 관심과 참여자도 늘고 있다.
이 중 지난 2023년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시인학교는 휴가 기간과 맞물려 휴식과 힐링의 의미를 갖는다. 또 지난 2024년에는 전국계간문예지 편집인 대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편집자 대회 진도축제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다.
박물관(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과 미술관(여귀산 미술관)이 같이 있어 유명작가의 관람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1종 박물관과 미술관이 나란히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한 달에 한 번씩 기획전이 열리기 때문에 신선한 감동을 느낄 수 있고 기회가 닿으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입주작가가 직접 특강을 열 수도 있고, 마을학교 프로그램에 교사로 참여할 수도 있다. 이때는 대 강의실(100명 이상 수용)을 이용할 수 있고 와이파이, 빔 프로젝터, 프린터 등이 제공된다. ‘열린시학’, ‘시조시학’, ‘한국동시조’를 발간하고 있어 작품을 발표할 기회도 많다.
이지엽 관장은 “문학인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창작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뛰어난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한국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토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문화적으로 소외된 도서 지역에 인문학적인 마인드를 제고하고 문학과 예술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진도=박현민기자 hm375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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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장관 “기초예술 지원 강화하겠다”
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ACC의 지역 상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향후 정책과 예산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박 장관은 1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을 찾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초예술 지원 확대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방향성 등을 논의했다.이날 오후 ACC 회의실2에서 열린 행사에는 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을 비롯해 공연·미술 등 분야의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참석자들은 지역 예술계의 구조적 어려움과 공공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예술가들이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는 현실 속에서 실험적 창작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ACC와 지역 예술계의 연계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지역 공연예술인들이 여전히 ACC 문턱을 높게 느끼고 있다”며 공동 제작 시스템과 레지던시 확대, 지역 창작물 유통 지원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광주 시민들이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공연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해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청년예술인 유출 문제와 지역 예술 생태계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지역에 창작 기반과 교육 환경이 부족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며 “지역 예술인들이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광주 전역에서 함께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라며 “광주시 권역 사업들은 매칭 예산 문제 등으로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민 체감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사업이 지역 곳곳에 골고루 이뤄져야 예술인들도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박 장관은 “기초예술과 대중예술, 공공영역과 시장영역마다 필요한 정책이 서로 다른데 지금은 너무 뭉뚱그려져 있다”며 “분야별 맞춤형 전략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그는 이어 “ACC가 현장 예술인들과 시장, 공공영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광주·전남 예술인들과 함께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산업과 예술 생태계를 키워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류재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지원포럼회장, 김허경 광주유네스코창의도시 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 이정기·서영기 미술작가, 임홍석 한국연극협회 광주지회장, 김현재 안무가 등이 참여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오월영령의 안식 기원합니다"
- · 한강 이후 한국문학의 세계화 가능성
- · 아시아적 감각으로 다시 쓰는 '미래 인간'
- · 기계는 어떻게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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