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의존한 글쓰기 한계 극복
교교 시절 겪은 80년 5월 단상

기억은 시간과 망각에 의해 왜곡되는 것이 다반사다. 기억은 극히 주관적이므로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이 간직한 명백한 팩트다.
중견 소설가 정강철 씨가 산문집 ‘기억나지 않는 것들’(문학들 刊)을 펴냈다.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글쓰기의 한계를 고백하며 진실이나 가치는 오히려 기억 너머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에는 여러 복선이 깔려 있다.
고교 3학년 때 1980년 5·18을 겪었고, 군부독재와 싸우며 대학을 다녔으며, 참교육 운동의 한복판에 서야 했던 세대. 하지만 중심에 있지 못하고 늘 주변을 떠돌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자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대. 이 책에는 격랑의 시대를 함께 건너왔으나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온 자들의 삶이 절제된 언어와 진지한 사유로 빛을 내고 있다.
책의 1부 ‘빗물의 온도, 문장의 습도’는 첫 경험처럼 인상적인 기억들로 엮였다.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해 친구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나섰다가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비박(Biwak)한 이야기, 191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에 멈추어져 있는 하얼빈역의 시계,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어머니의 손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왔던 배냇저고리에 대한 기억, 형과 누나 들의 글 쓰는 재주를 어깨너머로 훔쳐보며 흉내 내었던 추억 등이 눈물자국처럼 남아 있다.
2부 ‘기억나지 않는 모든 것’은 군대 시절에 만났던 경기도 안양 출신의 선임병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선임병의 친구는 시를 쓰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기형도 시인이었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다”던 박인환의 시도 머무르고 있다. 한자 외워 쓰기를 못해 아버지께 혼쭐이 났던 기억. 엄정한 한자 교육이었지만 그것이 평생에 걸쳐 먹고 살 수 있는 자산이 될 줄, 그 시절의 저자는 몰랐다. 이제는 “옛날처럼 무섭지 않은 아버지가 슬프”고 “어머니의 굽은 등허리가 가엽”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나 한사코 잊고 싶은 기억도 있다. 벚꽃 이파리 날리던 봄날, 저자는 광주서석고 3학년이었다. 몽매한 나이였으나 세상이 뒤숭숭한 것은 알았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친구와 함께 시외버스를 타고 정읍 내장산으로 놀러를 갔었다. 그리고 해 질 무렵 광주로 돌아왔는데, 멀리 군용트럭과 군인들이 보였다. 5월 18일이었다. 그날부터 광주는 소문으로 감금된 도시가 되었다.
저자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37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사실 또한 잊힐 수 없다. 이어 3부 ‘일탈도 힘이 된다’는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3 학생들의 봄소풍 이야기로 시작된다. 봄소풍 장소를 택함에 있어 담임 교사의 욕심과 아이들의 선호가 맞부딪힌다.
작가는 기억나지 않는 기억과 간직한 기억을 이번 산문집에 담아냈다. 그 기억은 현재진행형이다.

정강철 소설가는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1987년 ‘오월문학상’에 ‘타히티의 신앙’, 198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암행’, 1993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거인의 반쪽 귀’가 각각 당선됐다.
국내 최초로 중국 텐진 조선족 삶의 현장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신·열하일기’를 발표했고, ‘블라인드 스쿨’, ‘바다가 우는 시간’으로 ‘목포문학상'을 수상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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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픔 넘어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맞아 오월 정신을 문학적 서사로 승화시키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와 한국작가회의는 오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과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2026 오월문학제’를 개최한다. 올해 문학제는 ‘오월,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학술·예술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이번 행사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 ▲5·18 민주묘역 참배 및 추모식 ▲걸개시화전 등으로 구성됐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첫날인 23일 오후 2시부터는 전일빌딩245에서 ‘오월문학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남대 유희석 교수와 조선대 임경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오월 문학이 지닌 생명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짚어본다. 토론에는 김주선 평론가, 심미소 시인, 안점옥 동화작가, 김현주 소설가가 참여해 오월 서사가 현대 문학에서 갖는 위상과 미래적 가치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이어 오후 4시부터는 ‘5·18문학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 당선자들에 대한 시상과 함께 본상 수상자의 소감 발표가 이어진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박일우 소설가의 사회로 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오월문학제’가 진행된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의 인사말과 채희윤 고문의 환영사,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의 의미를 다진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특히 이번 오월문학제 행사에서는 이상일 인천작가회의 지회장과 정덕재 대전작가회의 지회장이 연대사를 하고, 경기, 부산, 전북, 충남, 제주 등 전국 지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산문낭독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경남작가회의가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행사는 참가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4일 오전에는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이 엄수된다. 참가자들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 전시된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한 뒤, 국립 5·18민주묘지와 민주열사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한편 부대행사인 오월걸개시화전은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5·18묘역 일원에서 상설 전시돼 묘역을 찾는 시민들에게 문학을 통한 추모의 기회를 제공한다.광주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번 문학제는 5·18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문학적 서사로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며 “전국의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오월의 참뜻을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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