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경험으로 엮어낸 사유와 연민

입력 2026.01.21. 14:26 최민석 기자
조선의 시집 '이제 너를 놓쳐도 되겠습니까'
궁극적이고 근원적 사유 형상화
성찰과 발견의 시상 그려낸 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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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경험과 시간은 비유와 상상력으로 완성된다.

그 주된 매개는시인 자신의 내면과 사유다.

남다른 심미적 상상력과 경험을 중시하는 조선의 시인의 시편들에는 자기 연민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분노가 잔잔하게 깔려 있다.

조선의 시인이 시집 '이제 너를 놓쳐도 되겠습니까'(시와사람刊)를 펴냈다.

그의 시적 시선은 궁극적이고 근원적인 사유의 끝에 닿고자 상징과 은유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사물의 진정한 의미를 캐내려고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고투가 보인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과의 내밀한 소통 방법이 색다르다. '생각조차 사치라며 무뇌아의 형상만으로 해탈해버린' 운주사 석불좌상은 압권이다. 과연 명불허전(名不虛)이다. 상황과 상징의 독법이 곧게 세워진 활자의 침묵으로 그 울림이 크다. 사방이 꽉 막힌 벽 앞에서도 거침이 없다. 대상과 밀착한 시적 사유가 무거운 듯 가볍지 않은 메타포를 이룬다.

"이렇게 오래 죽은 듯 붙들려 살았으니/ 외로움을 들먹일까// 저 못생긴 석불은/ 지긋지긋한 번뇌를 털어내고자/ 자신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었을까// 단단한 돌에서 다 꺼내지 못한 표정이 있는 줄 모르고/ 지질히 못 생겼다는/ 뻔한 농담이 귓전을 스친다// 까칠한 성질머리가 내 성정이었을까요// 왜 아직 거기 있느냐고 아무도 묻지 않는 사이/ 떠나온 적 없는 과거가 발끝에 머문다// 공것처럼 살아온 천년 세월이 그저 황홀하기만 해서/ 찌꺼기 같은/ 감정쯤은/ 불경 속에 묻어두었는가// 한 치 앞도 모르는 내가/ 미래를 제대로 읽어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생에 대한 남다른 自覺이 내게 있을까// 무엇이 석불의 안면을 심하게 훑고 갔는지/ 군데군데 윤곽이 뜯기고 껍질만 남은 얼굴이다// 두문불출 작심하고 주저앉아/ 현세와 내세를 무시로 드나들 때/ 폴짝 건널 수 있는 피안을 잊었을까// 생각조차 사치라며 무뇌아의 형상만으로 해탈해버린// 저/ 영원히/ 산 자의 무념무상이여 "(시 '운주사 석불좌상' 전문)

말이 없는 화순 운주사 석불좌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삶의 무상함을 건넨다.

그러나 그것은 안식과 해탈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강시연 시인은 "진정한 관계의 복원을 위해 자아와 자아, 사물과 사물이 서로 연대하여 서정의 영역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언어에 감성의 최대치를 덧입힌다"며 "시인은 계속해서 존재의 불안정성을 짊어지고 살아가며 생의 고투를 노래한다. 조선의 시인은 성찰과 발견을 통해 시상을 섬세하게 불러온다. 지속적인 물음에 답하며 자신의 고독한 실존을 끊임없이 명증하려 한다"고 평했다.

조선의 시인은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송순문학상과 김만중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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