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이고 근원적 사유 형상화
성찰과 발견의 시상 그려낸 실존

시인의 경험과 시간은 비유와 상상력으로 완성된다.
그 주된 매개는시인 자신의 내면과 사유다.
남다른 심미적 상상력과 경험을 중시하는 조선의 시인의 시편들에는 자기 연민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분노가 잔잔하게 깔려 있다.
조선의 시인이 시집 '이제 너를 놓쳐도 되겠습니까'(시와사람刊)를 펴냈다.
그의 시적 시선은 궁극적이고 근원적인 사유의 끝에 닿고자 상징과 은유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사물의 진정한 의미를 캐내려고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고투가 보인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과의 내밀한 소통 방법이 색다르다. '생각조차 사치라며 무뇌아의 형상만으로 해탈해버린' 운주사 석불좌상은 압권이다. 과연 명불허전(名不虛)이다. 상황과 상징의 독법이 곧게 세워진 활자의 침묵으로 그 울림이 크다. 사방이 꽉 막힌 벽 앞에서도 거침이 없다. 대상과 밀착한 시적 사유가 무거운 듯 가볍지 않은 메타포를 이룬다.
"이렇게 오래 죽은 듯 붙들려 살았으니/ 외로움을 들먹일까// 저 못생긴 석불은/ 지긋지긋한 번뇌를 털어내고자/ 자신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었을까// 단단한 돌에서 다 꺼내지 못한 표정이 있는 줄 모르고/ 지질히 못 생겼다는/ 뻔한 농담이 귓전을 스친다// 까칠한 성질머리가 내 성정이었을까요// 왜 아직 거기 있느냐고 아무도 묻지 않는 사이/ 떠나온 적 없는 과거가 발끝에 머문다// 공것처럼 살아온 천년 세월이 그저 황홀하기만 해서/ 찌꺼기 같은/ 감정쯤은/ 불경 속에 묻어두었는가// 한 치 앞도 모르는 내가/ 미래를 제대로 읽어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생에 대한 남다른 自覺이 내게 있을까// 무엇이 석불의 안면을 심하게 훑고 갔는지/ 군데군데 윤곽이 뜯기고 껍질만 남은 얼굴이다// 두문불출 작심하고 주저앉아/ 현세와 내세를 무시로 드나들 때/ 폴짝 건널 수 있는 피안을 잊었을까// 생각조차 사치라며 무뇌아의 형상만으로 해탈해버린// 저/ 영원히/ 산 자의 무념무상이여 "(시 '운주사 석불좌상' 전문)
말이 없는 화순 운주사 석불좌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삶의 무상함을 건넨다.
그러나 그것은 안식과 해탈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강시연 시인은 "진정한 관계의 복원을 위해 자아와 자아, 사물과 사물이 서로 연대하여 서정의 영역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언어에 감성의 최대치를 덧입힌다"며 "시인은 계속해서 존재의 불안정성을 짊어지고 살아가며 생의 고투를 노래한다. 조선의 시인은 성찰과 발견을 통해 시상을 섬세하게 불러온다. 지속적인 물음에 답하며 자신의 고독한 실존을 끊임없이 명증하려 한다"고 평했다.
조선의 시인은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송순문학상과 김만중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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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이 가르쳐준 삶의 철학, 소설에 담아내다
25일 만난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을 바라보며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은 높은 곳에서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낮은 곳을 지향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입니다. 모든 인간은 욕망 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만, 강은 수평을 이루며 평등한 세상을 보여줍니다.”전남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는 문순태 작가가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으로 삼은 영산강가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낸 신간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를 펴냈다. 여든 평생 무등산을 맴돌며 살아온 그는 이제 자신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주 무대였던 나주 영산강으로 돌아와 그 물줄기를 바라보며 깨달은 삶의 궤적을 이번 작품에 오롯이 담아냈다.‘영산강 칸타타’는 시와 에세이, 소설의 경계를 허문 ‘장르 파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다. 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 작가는 “외국 문학은 이미 장르의 경계가 무너져 시와 소설, 에세이가 자유롭게 넘나든다”며 “내 삶을 되돌아보며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섞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문순태 작가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특히 이 소설은 무등일보 문화관광전문매거진 ‘아트플러스’에 1년여간 연재했던 ‘내 인생의 커피 이야기’ 시리즈를 토대로 하고 있다. 작가는 연재했던 시리즈에 영산강에서 마주한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접목하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커피와 삶, 기억과 사유의 조각들이 강이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서사로 엮였다.소설은 80여 성상의 굴곡진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39년 담양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고향 마을이 불타버린 유년의 기억부터, 기자 생활 중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반체제 기자로 낙인찍혀 해직됐던 시간까지 작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문 작가는 이 작품을 유서 대신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편지’라고 정의하며 자신의 생애를 오롯이 쏟아부었다.작품의 핵심 매개체는 커피와 강의 만남이다. 고교 시절 스승이었던 다형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커피는 작가에게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고독을 견디게 하는 도구이자 삶을 밀어 올리는 부스터였다. 그는 과테말라의 아픈 역사가 깃든 안티구아 원두의 쓴맛을 즐긴다. 그 씁쓸함이 곧 인생의 맛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소설 속에서 영산강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하나의 사유 주체로 기능한다. 작가는 강을 바라보며 “흐르는 것은 소멸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강물은 흘러가면서도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숲을 가꾸듯 노작가의 삶 역시 영산강이라는 마지막 종착역에서 또 다른 생의 환희를 맞는다. 소설은 그 환희의 순간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기록한다.8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작가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가는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순태 작가가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는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써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이다.작가는 “하느님께서 2년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한 작품 더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1980년 당시 서울에 머물러 광주로 내려오지 못했던 한 청년이 평생 역사적 부채감에 짓눌려 살아가다 40년 만에 광주를 다시 찾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끝으로 그는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닌 감성만큼은 끝내 대체할 수 없다”며 “문학이 다시 빛을 보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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