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들-극우 정치 도래 위기 살펴
작가-12·3 계엄 천막농성 특집
시와사람-지역 작가 및 신작 소개
문학춘추-예술계 인사 신년 메시지

광주 지역 출판계가 2025년을 마무리하는 문예계간지 겨울호를 최근 잇따라 펴냈다. 이번 호들은 12·3 불법 계엄 1년을 되새기는 기록부터 기후 위기 담론, 지역 원로 및 중견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집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담았다.
◆문학들 겨울호(통권 82호)='문학들'은 12·3 불법 계엄 1년을 맞아 그날의 기억을 복기하고 당대적 위기를 진단하는 데 집중했다. '기후 위기와 극우 정치의 도래'라는 중첩된 위기를 특집 주제로 삼아 종교와 결합한 한국 극우 논리를 분석하고 전남·경북 농촌의 기후 재난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김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좌표들' 코너에서 한국 개신교 극우화의 역사와 서사를, 정용택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는 극우 개신교와 사회적 파시즘을 주제로 글을 실어 한국 개신교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극우 정치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는지를 사회학적·신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질문들' 코너에서는 김형중, 박형준, 조경란 작가가 '86세대에게 묻는다. 이 시대에 다시 읽어야 할 작품이라면?'라는 질문에 응답한 글을 실어 세대 간 문학적 소통을 꾀했다. 또한 편집위원들(송승환, 김중일, 이다희)이 게재된 신작시들에 대해 직접 비평적 감상을 나누는 '언어들' 코너를 새롭게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가 37호=광주전남작가회의의 반연간지 '작가' 37호는 천막농성 특집을 마련했다. 특집에서는 12·3 불법 계엄 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를 이끌어내기 위해 5·18민주광장으로 모여 참여한 30여 명의 회원들의 소감문이 실렸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원고지를 떠난 작가들 광장에 서다'에서 회장으로서 릴레이 천막농성을 고민했던 시점과 시작·과정·결과를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조진태 시인의 '12·3 이후 독서 일기, 그리고 질문들'은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이 드러난다.
이 외에도 강대선, 나종영, 마형기, 박관서 등 60여 명 회원의 시, 김성훈 소설가의 소설 '슬랩스틱 유언장', 강남이 동화 작가의 동화 '마미봇 다정의 비밀' 등 회원들의 다채로운 작품들과 신인 정인주의 '초파리의 변명' 외 2편의 시들을 소개한다.

◆시와사람 겨울호(통권 118호)='시와사람'은 이번 호 '남도 시인 연구' 코너에서 이승하 교수가 타계한 송수권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조명했다. 남도 특유의 풍류와 남성적 목소리를 지켜온 송 시인의 문학적 성취를 되짚어 지역 문학의 뿌리를 확인한다.
'시인카페'에서는 최근 시집을 낸 김종 시인을 만나 존재의 결핍과 자연의 순환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신작소시집'에서는 조선의 시인의 신작을 김선기 평론가의 분석과 함께 담았다. 또한 이번 호에서는 전국계간문예지회 소속 매체들이 선정한 작품상 수상작들을 게재해 지난 한 해 한국 문단의 결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편 2026년 여름호로 창간 30주년을 맞는 시와사람은 유행하고 있는 디카시를 점검하고 디카시의 문제점과 개선 방법을 제시해 수준있는 디카시인들의 디카시론과 대표작을 게재할 예정이다.

◆문학춘추 겨울호(통권 133호)=창간 32주년을 맞은 '문학춘추'는 2026년 새해를 앞두고 지역 문화 예술계 인사들의 희망 메시지를 첫 번째 특집으로 마련했다. 김대현 한국극작가협회 고문, 임원식 광주예총 회장, 전원범 전 광주문인협회 회장 등 원로와 중견 인사들의 육필 메시지를 통해 지역 문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두 번째 특집에서는 표인주 전 전남대박물관장이 고산 윤선도의 삶과 신앙, 오복 사상을 통해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해 온 복과 욕망의 구조를 심층적으로 탐구했으며, 세 번째 특집인 이춘배 주간의 기획 평론 '문예로서의 수필'은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닌 주제를 의미화하는 창작 산문으로 규정하며 규정하며 분열적 이론을 넘어 조화 속에서 진화하는 수필 문학의 방향을 제시한다.
비평 부문에서는 백수인 교수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지닌 다성적 시점과 역사적 기억의 지속성을 심층 분석했다. 이 밖에도 김종, 박준수 등 지역 중견 시인들의 신작과 함께 제130회 신인작품상을 통해 배은우, 이광현, 박경득, 정윤남 등 문단의 새 얼굴들을 소개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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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찾은 삶의 등불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배우기로 했다. 교실이 아닌 세상 속에서, 교과서 대신 길 위의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두 아들은 대안학교마저 거부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모든 일을 멈추고, 아이들과 함께 세상의 길 위로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자라는 진짜 배움의 시간이었다.”아이들이 학교 등 정규 교육을 통해서만 올바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이다.나무가 스스로의 힘으로 생명을 이어가듯 아이들은 부모들의 손길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성찰과 인내를 통해 훌쩍 커 있는 경우도 많다.광주에서 나고 자란 학교 밖 청소년 김솔(20)·김건(18) 형제가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완주와 홈스쿨링 경험을 담은 ‘산티아고 길 위에서 쓴 10대의 자서전’(지음출판사刊)을 출간했다.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규학교 대신 ‘길 위의 배움’을 선택한 두 형제는 국내외 장거리 도보 여정을 통해 자기주도적 성장의 과정을 기록했다.형 김솔은 봉사활동을 통해 내면의 변화와 책임을 체득했고, 동생 김건은 검정고시 이후 드론·요트 조종 등 실기 중심 역량을 키우며 자라났다.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실기 교육과 가족의 기다림은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이 책은 제도권 밖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청소년 성장 모델을 제시하며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두 형제는 정규 교육과정 대신 장거리 도보 여행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배움의 방식으로 삼았다. 책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비롯, 국내외 도보 여정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속도로 세계를 체험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변화를 오롯이 기록했다.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거친 흙길 위에서, 유럽의 좁은 골목과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동남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우리가 서 있는 곳의 삶이 곧 수업이라는 걸 배웠다. 길 위에서의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낯선 언어, 예기치 못한 사건,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단련했고, 아버지는 그 곁에서 믿음을 배웠다. 누군가는 말했다. “학교를 떠나면 배움도 멈춘다”고 하지만 이들은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삶이 곧 공부라는 걸 온 몸으로 느꼈다.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학교 밖에서, 세상이라는 교실 속에서 서로를 믿고 함께 걸어온 아버지와 두 아들, 3부자의 배움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제 어른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다만 교실이 바뀌었을 뿐 수업은 여전히 길 위에서 계속되고 있다.자신의 품에서 아이들을 감싸는 요즘 부모들에게 이들의 기록과 행적은 진정한 교육의 의미와 성장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 여전히 그 물음은 현재진행형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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