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풀이 자라는 날씨

입력 2026.01.01. 13:59 최소원 기자
그림 장현우 화가

풀이 자라는 날씨-이처음

엄마가 주간보호센터에서 자꾸 흐린 날씨를 가져온다

종종거리는 발자국에서 구름이 떨어지며 돌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

돌멩이 소리는 엄마의 무성한 여름을 가져오는 전조 같은 것

콩잎보다 풀이 더 많은 밭이 따라 들어온다

여름이 다가오는 방향은 안개로 지은 옷처럼 뭉글거리고 흐릿하다

거실이 비구름으로 가득해진다

뭉쳐진 구름은 앞과 뒤를 모르는 사이

식탁 아래 주저앉은 엄마가 풀을 뽑는다

종일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하던데 안 피곤해?

때를 놓치면 풀이 동산이 돼요

그 말을 들어서 저녁이 풀씨처럼 떨어진다

동글동글한 불빛이 비추는 손가락 끝에 먼 길

식탁 아래 펼쳐진 이랑과 고랑이 민달팽이처럼 고집스럽게 꾸물거린다

숨이 가빠진 엄마가 방향을 바꾼다

바닥에서 구름이 일어나는 건 봄이 만들어지는 일

공중에 풀 무덤이 생기는 건 여름이 지나가는 일

밭이랑에 바람이 가득해서 식탁 의자가 이리저리 밀린다

계절을 잊은 날씨들이 한 데 붙어 지나간다

여름은 비가 많아

조용히 창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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