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 출간
실존적 불안과 우울 사유로 형상화
삶의 고독 이웃에 대한 연대로 극복
시는 때로 그리움과 회한, 눈물을 머금고 피어난다.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함진원 시인의 시에는 살아온 시간과 삶의 불안, 우울을 이겨낸 삶의 편린이 녹아 있다.
시력 30년을 맞은 함진원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문학들刊)을 펴냈다. 60편의 시를 총 4부에 담았다.
이번 시집은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여러 고통을 사회의식과 종교적 신앙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의 산물이다.
이는 시인이 얼마나 강한 의지로 이 고단한 인생의 강을 건너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의 실존의식은 철학적인 깊이에까지 천착, 감동적 사유를 완성했고 개인의 문제를 사회문제에까지 결부시켜 삶의 고독을 이웃에 대한 연대로 극복해 내려는 안간힘을 경이로운 시적 성취로 풀어냈다.
"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이 있어서/ 다행인 요즘/ 섬기는 일도, 사랑할 일도/ 잠깐, 쉬었다 가는 길/ 혼자면 어떻습니까// 요모조모 힘들면 힘든 대로/ 자발적 가난을 실천 중입니다// 이제 마지막 퍼즐 한 조각만/ 맞추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과 인연도, 가족에게 헌신한 시간도/ 무탈하게 지나가면 감사하지요//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남루하면 남루한 대로/ 홍매화 피었는데,/ 곧 사과꽃 소식 기다리는 중입니다"(시 '누구신지요' 전문)

겸허하고 청빈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삶 속에서 꽃소식을 들으며 살겠다는 다짐이다.
고재종 시인은 그것을 "섬기고 사랑하고 자발적 가난의 길을 가는 순명의 삶"이라고 명명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실존적 불안과 우울 그리고 타나토스(그리스 로마 신화의 죽음의 신)를 사회정치학적 상상력으로 거뜬히 이겨내며 삶을 다진다. 그런데 그 다진 삶이 어떤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세속적 방식이라기보다, 섬기고 사랑하고 자발적 가난의 길을 가는 자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인연도, 가족에게 헌신하는 시간도 힘들면 힘든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꾸며 홍매화 피고 사과꽃 기다리는 자연의 이법을 따르고자 한다. 바로 그것이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의 그분에게 '섬기는 일' '사랑하는 일'이다.
함진원 시인은 "오랜 겨울을 보내면서 마음은 의지할 데 없이 쓸쓸했지만, 고요가 깃들면서 캄캄한 밤은 지나고 아침이 왔다"며 "아침이 오는 길목에 꽃씨를 심으려고 한다. 힘들고 지친 순한 사람들과 환하게 웃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함평에서 태어나 조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 '그해 여름의 사투리 調'가 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찾은 삶의 등불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배우기로 했다. 교실이 아닌 세상 속에서, 교과서 대신 길 위의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두 아들은 대안학교마저 거부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모든 일을 멈추고, 아이들과 함께 세상의 길 위로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자라는 진짜 배움의 시간이었다.”아이들이 학교 등 정규 교육을 통해서만 올바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이다.나무가 스스로의 힘으로 생명을 이어가듯 아이들은 부모들의 손길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성찰과 인내를 통해 훌쩍 커 있는 경우도 많다.광주에서 나고 자란 학교 밖 청소년 김솔(20)·김건(18) 형제가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완주와 홈스쿨링 경험을 담은 ‘산티아고 길 위에서 쓴 10대의 자서전’(지음출판사刊)을 출간했다.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규학교 대신 ‘길 위의 배움’을 선택한 두 형제는 국내외 장거리 도보 여정을 통해 자기주도적 성장의 과정을 기록했다.형 김솔은 봉사활동을 통해 내면의 변화와 책임을 체득했고, 동생 김건은 검정고시 이후 드론·요트 조종 등 실기 중심 역량을 키우며 자라났다.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실기 교육과 가족의 기다림은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이 책은 제도권 밖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청소년 성장 모델을 제시하며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두 형제는 정규 교육과정 대신 장거리 도보 여행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배움의 방식으로 삼았다. 책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비롯, 국내외 도보 여정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속도로 세계를 체험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변화를 오롯이 기록했다.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거친 흙길 위에서, 유럽의 좁은 골목과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동남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우리가 서 있는 곳의 삶이 곧 수업이라는 걸 배웠다. 길 위에서의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낯선 언어, 예기치 못한 사건,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단련했고, 아버지는 그 곁에서 믿음을 배웠다. 누군가는 말했다. “학교를 떠나면 배움도 멈춘다”고 하지만 이들은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삶이 곧 공부라는 걸 온 몸으로 느꼈다.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학교 밖에서, 세상이라는 교실 속에서 서로를 믿고 함께 걸어온 아버지와 두 아들, 3부자의 배움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제 어른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다만 교실이 바뀌었을 뿐 수업은 여전히 길 위에서 계속되고 있다.자신의 품에서 아이들을 감싸는 요즘 부모들에게 이들의 기록과 행적은 진정한 교육의 의미와 성장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 여전히 그 물음은 현재진행형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나규리 소설가 서울서 북토크 콘서트 개최
- · "시 쓰며 저만의 경험 생각 풀어냈어요"
- · 민족시인 김남주 문학정신 기린다
- · 치유와 구원으로 완성한 생명 존중의 서사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