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로 오월문학 재조명
책 품절 대란·한강 문학 투어까지
'인문 도시 광주'로 도약은 미미
조진태 "문학생태계 조성 필요"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광주 출신의 한강 작가가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문학상 메달을 손에 쥐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블루카펫을 걸어 들어간 그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1년 동안 한국 문학계와 광주 지역 사회에는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그의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고, 'K-문학'이라는 흐름이 구체적 현상으로 자리 잡는 출발점이 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오월문학의 재조명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와 마주한 글쓰기"라고 평가했으며, 그 중심에는 '소년이 온다'로 대표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 광주의 비극을 지역의 경험을 넘어 세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서사로 확장한 점은 수상 평가의 핵심이었고, 이를 계기로 오월문학은 국제 문학장에서 주요 텍스트로 인식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됐다.
이 같은 문학적 조명은 국내 독자들의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수상 직후부터 한 작가의 작품들은 서점가에서 이른바 '품절 대란'를 반복하며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주요 작품은 지금도 온라인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으며, 광주시립도서관 대출 순위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소년이 온다'는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2024년에 이어 2025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관심은 한강 작가를 넘어 그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작품 재조명으로 확장되며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독서 수요로 이어졌다.
독자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광주로 연결되며 '한강 투어'라는 새로운 문화 현상까지 낳았다. 특히 '소년이 온다'의 영향으로 방문객들은 옛 전남도청 부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일빌딩245, 상무관 등을 찾으며 작품과 도시 공간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광주시는 10~11일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광주문화재단은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문학도시 광주기행-소년의 길'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확산된 관심을 지역 문화정책과 연계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한강 수상이 광주의 문학적 위상을 세계적으로 확장한 지금, 이 흐름을 도시의 지속적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지역 문단에서는 광주를 '인문도시'로 구축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계간 '문학들' 봄호(통권 79호)에서 조진태 오월문예연구소장(시인)은 세계문학축전 개최를 비롯해 문학인·독자·창작자가 함께하는 국제 문학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아울러 5·18 정신을 기리는 '오월문학제'와 아시아 문학 담론을 모으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통합해 광주의 역사성과 아시아 문학의 보편성을 한 축으로 묶어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진태 소장은 9일 무등일보와 통화에서 "한강 작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도시라면 그에 걸맞은 정책과 사업이 뒤따라야 하는데, 올해는 제대로 된 게 없어 여러모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며 "시민들이 스스로 독서와 책읽기를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노벨상 수상 도시의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만드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가 문화·예술, 특히 문학 정책 차원에서 더 깊이 있는 토양을 만들고, 문학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예산과 전략을 세우는 데 힘을 써야 한다"며 "내년이 선거의 해인 만큼, 이러한 감각과 안목을 갖춘 행정이 출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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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감각으로 완성한 일상과 계절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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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때로 시인 자신의 삶의 발자국과 시간들을 하나의 조각품처럼 새겨내기도 한다.임금남 시인의 시들은 일상의 순간들과 계절의 정경을 담아낸 단상들이 주된 기둥이다.임금남 시인이 제8시집 '당신을 표절하고파'(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각 소제목 아래 뚜렷하게 대비되는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시편들을 수록했다.시인은 해변의 생동감 넘치는 평화로움을 묘사하고, 때로는 뜻밖의 사고로 인한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황을 그려놓기도 한다.또한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 그리움, 고독, 만남과 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탐색했다.그는 자연물에 인간적인 속성을 부여해 사소한 장면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이처럼 시들은 시의 특질을 고루 갖추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되도록 이미지 구현을 통해 사물을 보다 생생하고 생동감 있게 해놓고 있으며, 낯설게 하기, 즉 새로운 해석을 통해 싱그러움을 선물하고 있다."짠내 나는 그늘 맛이 좋아/ 파랗고 노랗고 붉은 여름의 생각들이/ 제 몸에 맞는 그림자를 펼치는/ 비치파라솔에서 마주 앉은 연인/ 커피잔에 얼음 사탕 등장에/ 오후의 태양/ 이맛살 찡그리며 물러선다// 가파른 허공의 물살에 길을 놓칠까 봐/ 비릿한 입술 앙다물고/ 맑은 지느러미 파닥거리며 달려온/ 한 무더기 갯바람/ 해물 한 동이 퍼다 부으며/ 탕 집 재촉하고// 바다 가까이 별장 한 채/ 시큼한 감정 뚝뚝 흐르는 절정이/ 푸른 문장으로 자라는 청포도 한 그루/ 사생활 보호하는 유전자가 제 키 늘리더니// 담장 너머 까치발 디디고/ 바깥 훔쳐보며/ 갈매기 울음 파도 소리에/ 탱글탱글 곱게 익어간다// 서성거리는 불면 속에서/ 날 선 의식의 끝자락 붙잡고/ 꽃피는 이력도 없이 잃어버린 그리움/ 한 소절 이어준 낙서 같은/ 잊지 못할 추억 한 페이지" ('바다가 손짓하는 여름' 전문)지나간 여름날의 추억은 풍성한 감각과 추억을 매개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시간 속에 묻힌 그날의 풍경들은 언어로 되살아나 기억을 깨우며 읽는 이들의 머리를 파고든다.박덕은 시인은 "궁극적으로 그의 시들은 평범한 삶 속에서 발견되는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예기치 않은 순간들을 기록하면서, 독자들에게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있다"고 평했다.임금남 시인은 광주 광산구 임곡에서 태어나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아시아서석문학' 시·수필 신인문학상, '강원 시조' 시조 부문 문학상 수상, 포랜컬처 문학상 등을 받았고 그동안 시집 '보름달을 삼키다' 등 다수를 출간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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